불교문화재연구소 27일 공개
탁본으로 전해지던 실물 발견
총 281자 중 256자 해독 성공
영국사 위치‧건립 시기 확인
조선시대 사찰을 없애고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도봉서원 터에서 2014년 국보급 문화재를 비롯한 불교유물 77점이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에는 탁본의 일부만 전해지던 영국사 혜거국사비(慧炬國師碑) 비편 실물이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불교문화재연구소는 10월24일 서울 도봉구 도봉서원 하층 발굴현장에서 영국사 혜거국사비의 비편(길이 62㎝, 폭 52㎝, 두께 20㎝) 실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비편에는 기존 탁본에 쓰인 88자를 포함해 총 281자가 새겨져 있고 이중 256자의 해독에 성공했다. 그 결과 영국사의 정확한 위치와 건립 시기는 물론 혜거국사의 정확한 법명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진행된 발굴조사 중 도봉서원이 영국사의 일부 건물과 기단을 재활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중심 건물지에서 고려시대 금속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금동제 금강저(金剛杵)와 금강령(金剛鈴)을 비롯해 국보급 청동 불교용구가 77점이나 출토되면서 복원사업도 한동안 중지됐다가 지난 6월부터 다시 발굴에 들어갔다가 이번에는 혜거국사비가 발굴된 것이다.
지금까지 88자의 비문만 ‘대동금석서(大東金石書)’(1668년)에 탁본으로 전해오면서 실물은 확인되지 않던 혜거국사비의 비편을 판독한 결과, 양주의 옛 지명인 견주(見州)가 명시된 ‘견주도봉산영국사(見州道峯山寧國寺)~’가 확인됨에 따라 지금까지 영동 지륵산 영국사로 잘못 알려졌던 혜거국사비의 출처를 정확하게 알게 된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또 고려시대 하층유구에서 확인되는 통일신라 양식의 기와와 건물지 기단은 영국사가 이미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됐음을 보여준다. 영국사 혜거(慧炬)국사가 고려 최초의 국사인 갈양사 혜거국사(惠居)와 동일인물로 혼용돼 왔으나 이번 비편 발견으로 동시대를 함께한 동명이인인 것도 명확해졌다.
혜거국사는 고려 전기 법안종풍을 일으킨 10세기 유학승으로 고려시대 광종(재위 949~975)이 불교를 개혁하고 선교(禪敎) 양종을 통합하고자 도입했던 법안종을 고려에 처음으로 전파한 고승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법안종을 만든 초조 당말 법안문익(885~958) 스님의 제자로, ‘경덕전등록’(1004년)에는 국왕이 유학 중인 스님에게 사신을 보내어 예로서 맞이했던 왕사였음도 전하고 있다.
영국사의 중건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전하는데 지난 발굴조사에서 효령대군이 영국사가 중창될 당시 대시주한 사실이 기록된 기와가 확인된 바 있다. 세종 때에는 서울 진관사 수륙재를 영국사에서 거행하는 것이 논의됐으며, 세조의 축수재를 봉행할 정도로 사세가 높은 사찰이었다.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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