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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도단(言語道斷)

적폐가 적폐청산 외치다

조계종 33·34대 총무원장을 지냈던 자승 스님이 10월30일을 퇴임했다. 조계종 역사상 8년 임기를 마친 유일한 총무원장으로 남게 됐다.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자승 스님은 역대 어떤 총무원장 보다 많은 비판을 받았다. 새겨들을 것들도 있지만 과한 것도 없지 않았다. 특히 자신들의 일탈로 종단을 혼란케 해놓고, 오히려 종단과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는 내내 남루한 종단의 현 주소를 일깨웠다.

10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언론에 이스라엘과 독일에 관한 한 교수님의 글이 실린 적이 있다.

독일의 젊은 정치인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라크가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쏘는 급박한 상황에서 젊은 정치인은 이스라엘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이었다. 옳은 지적이었음에도 독일이 발칵 뒤집혔다.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독일에 유학했던 저자는 그런 독일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원로 정치인이 논평을 내놓았다. “독일인은 그가 단지 독일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옳은 말이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옳은 말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해야 할 말도 있지만, 옳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있다는 의미다. 원로 정치인의 지혜와 순결한 양심에 전율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종단의 수장인 만큼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구성원 개개인의 잘못 또한 총무원장이 짊어져야 할 멍에다. 그러나 도박과 각종 일탈행위로 종단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들이, 혹은 그 사람들과 정치적 파당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종단을 향해 적폐를 외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조고각하(脚下照顧)를 생각하는 수행자라면 더욱 그렇다.

선가에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말이 있다. 진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이지만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때 쓰기도 한다. 35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1월1일 취임식을 갖는다. 남 비판에 골몰할 시간에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행동으로 참회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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