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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분별 버리고 찾아낸 두 성현의 한 목소리

  • 출판
  • 입력 2017.10.30 15:35
  • 수정 2017.10.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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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처럼 부처처럼 성경과 무문관의 우연한 만남’ / 이영석 지음 / 성바오로

▲ ‘예수처럼 부처처럼-성경과 무문관의 우연한 만남’
“‘무문관’에 펼쳐진 침묵의 지혜가 ‘성경’ 말씀에 한줄기 신선한 빛을, ‘성경’에 표현된 말씀이 ‘무문관’의 48가지 공안에 생명의 물을 조금이나마 제공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이겠습니까. 서로 다른 신앙을 지닌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교리가 아닌 종교 체험이기 때문입니다.”

저자 이영석은 기독교 예수회의 신부다. 미국 버클리 예수회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불교철학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인성교육센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명백한 가톨릭교의 수도자이자 사제이다. 동시에 불교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학생이자 선생이다.

독특한 이력을 지닌 저자는 ‘예수처럼 부처처럼’에서 두 종교의 대표 텍스트를 함께 읽으며 교차점을 찾아내는 실험을 한다. 불교와 기독교의 문법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목적지는 교리의 문법에 얽매이는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 방법을 알려주는 ‘삶의 기술’을 얻는 것이다. 저자는 이 기술을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두 종교의 지도자 부처와 예수는 ‘무문’과 ‘좁은 문’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와 표현으로 이 길을 제시했다.

“같은 문이지만 사람에 따라 크게도 작게도 보이고, 심지어는 없는 듯이 보입니다. 문이 없다는 말은 모든 것이 마음으로 통하는 입구이기에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통하는 입구가 완전히 봉쇄되어 ‘아무도’ 드나들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선승 무문혜개 스님의 ‘무문관’과 기독교의 교리서 ‘성경’을 함께 읽다보면 이런 비유는 더욱 명확히 모습을 드러낸다.

텅 빈 예수의 무덤 안에서 요한은 ‘사랑으로 충만한 예수의 삶’을 읽으며 ‘살아온 방식 그대로 죽었고 살아온 방식 그대로 부활했다는 것’을 믿는다. 하지만 막달레나는 같은 장소에서 울부짖으며 ‘싸늘하게 죽은 예수라는 인물의 몸뚱이’를 찾는다. 조주 스님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물은 한 스님에게 조주 스님은 ‘무(無)’라고 대답한다. “불성이 어디에 있느냐” “불성을 나에게 보여달라”는 이 스님의 생트집은 예수의 몸뚱이를 보여 달라는 막달레나와 같았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눈으로 보는 모습, 귀로 듣는 소리, 이 한 생각 이전의 우리 마음은 텅 비어있다”는 저자는 “불성은 찾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고 직접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기 비움의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불성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를 개념적으로 생각하고 따지는 것보다 그것을 직접 체득하고 살아가는 것이 훨씬 무겁다”는 조언은 더욱 큰 울림이다.  

“죽어있는 몸뚱이보다 우리 각자의 온몸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삶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 그래서 텅 비어 있지만 충만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분명히 고백한다. ‘결코 깨달은 사람이 아니’며 ‘인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복음서의 구체적인 장면 안으로 들어가라고 초대한 이냐시오의 관상기도가 몸에 익은 덕분에 ‘무문관’의 48가지 공안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 그 자체가 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며 “지난 16년간의 짧은 경험이 직접 몸으로 행한 실참(實參)이요 직접 체득한 실오(實悟)였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는 겸허함으로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1만8000원.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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