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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삶에도 꽃 피는 봄날은 있다

  • 출판
  • 입력 2017.10.30 15:49
  • 수정 2017.10.30 15:50
  • 댓글 0

‘하루코의 봄’ / 유응오 지음 / 실천문학사

▲ ‘하루코의 봄’
‘하루코’ ‘불새’ ‘승룡이’ ‘빠꾸’ ‘떨이’ ‘판돌이’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 지지리 궁상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달랐다. 화류계와 주먹세계에 몸담은 이들의 아픔이었고, 가장 빛나는 순간순간들의 이야기였다.

‘하루코의 봄’은 2001년 ‘불교신문’,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유응오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여자들을 상대하는 유흥주점 ‘아빠방’을 중심으로 모인 퇴물 호스트들의 일상에서 일어난 충돌사고는 아프다. 하지만 그네들 삶은 반짝이고 있다.
“원래 아픈 것들일수록 반짝반짝 빛나는 거야. 꽃이나 별처럼. 그 딴따라도 뜨겁게 아팠던 거 아닐까? 그러니까 그런 슬픈 소리를 남겼겠지.”(p.47)

하루코의 대사다. 소설을 이끄는 각 개개인의 삶이 ‘아픈 것일들일수록 반짝반짝 빛난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쿨한 여자’ 하루코는 소설을 관통하는 서사의 힘을 가졌다. 속도광인 하루코는 작중 인물들과 인연의 중심에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른바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동네 짱을 먹거나 일본 화류계에서 일했던 경력, 바퀴 달린 것만 보면 미치는 속도 중독, 칼침을 맞는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다. 그러나 경주 단풍놀이로 모두 모인 그네들의 대화에서 묘한 짠함과 감동이 밀려오는 건 무슨 탓일까. 하루코를 굳이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봄 춘(春)’을 써서 ‘춘자(春子)’다. 누구나처럼 그녀도 꽃 피는 봄을 꿈꾼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은 순간순간의 아픔을 이겨낸 뒤에야 피어나지만, 소나기 한 번에도 지고 마는 꽃잎들. 어쩌면 가지를 찢고 올라온 그 아프고 환한 자리가 바로 우리들의 삶인지도.”(p.237) 1만2000원.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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