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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함께 한다는 것

기자명 성원 스님

세상 어디에나 있는 ‘어린 부처님’

 
이취임식이 있었다. 주지진산식이라고 해야 바람직한 표현인데 새로 부임하시는 덕조 스님께서 이취임식으로 명명하자시며 떠나는 사람을 배려해주신다. 사실 덕조 스님은 사형이 되시니 참으로 살피시는 마음 아니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이취임식에 갔더니 여러 사람들이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무엇을 축하하는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으레  행사에는 축하하는 것이 관습화되어서 일까 아니면 진정 떠나는 사람의 홀가분한 기분을 잘 알아서일까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축하를 받으며 떠나는 기분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합창단 출발 미약했지만
어린이 뛰어노는 사찰로
준 것 없이 받기만 한 듯
멀리서도 언제나 응원할 것

얼마 전 대통령이 쫓기다시피 떠나가고 텅 빈 자리에 들어와 취임하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기도 했다. 며칠 후면 우리 종단의 행정수장인 총무원장 스님의 취임식이 거행된다. 예견되는 일이지만 이날도 약천사 주지 이취임식처럼 아름다운 자리가 되리라 믿어진다.

많은 사람들과 바쁜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리틀붓다어린이합창단원들과의 이별이다. 마지막 들렀던 연습실에서 떠나는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아우성이다. 이취임 행사도 어김없이 리틀붓다들의 축가로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정말 어린불자들과 함께 한 시간이 추억이 되어 아롱져 있는 것 같다. 처음 리틀붓다를 결성할 때 단원이 확보되지 않아 합창단 창단과 입단 권유 전단지를 들고 초등학교 정문에서 하교하는 어린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스님이 뭔가를 주니 무엇인지 자꾸 물었다. “집에 가서 어머니께 꼭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전단지 배포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얼마간의 문의 전화가 왔고 몇몇 학생들은 입단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미미하게 시작했던 합창단은 날로 발전해 약천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많은 스님들이 어린불자들을 사찰로 불러 모으고 함께 활동하며 이끌어가는 모습에 격려와 감사 인사를 보내셨다. 큰 보람을 느꼈다. 이제 약천사 소임을 마치는 입장에서도 어린불자들을 가르치고 활동한 일을 가장 많이 칭찬 받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합창단활동을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내가 준 것보다 그들로부터 받은 것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 뭔가 되돌려 주고 싶었다. 더구나 어린이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이런 저런 약속을 했는데 마저 지키지 못해 마음의 빚이 되는 것도 있었다. 물론 단원들은 까마득히 잊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합창단원들에게 얼마간의 후원금을 전했더니 떠나는 마음이 한결 편하다. 이제 멀리서도 당당히 그들의 활동과 발전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4년 전 아무것도 없이 주지 소임을 맡아 정말 너무나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 뿐인 것 같다. 이제 많은 사람들께 빚만 지고 떠나는 것 같다. 함께 한 사람들에게 다하지 못한 일들은 다시 만날 사람들께 빚을 갚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 리틀붓다들은 마지막까지 달려와 안기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애살 많은 어린 부처님들 없이 살 수 있을까 싱거운 걱정을 하니 “스님, 신제주 가셔서 또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 버리세요”한다. 어린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게 전해주는 것 같다. 이제 다시 내가 어린불자들과 활동한다면 어쩌면 조금은 이기적인 활동이 되지나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말 세상 어디를 가도 항상 함께하시는 부처님처럼 이 세상 어디에서도 함께하시는 어린이들이 있으니 얼마나 살맛나는 세상인가! 오늘은 떠나는 마음보다 자꾸 새롭게 펼쳐질 세상이 더 궁금해진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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