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 한국불교사의 시대구분론 ⑥

사회적 변화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불교변화 과정 추적

▲ ‘삼국유사’는 한국불교사 연구의 근간이다. 사진은 보물 제1866호로 지정된 ‘삼국유사 권1~2. 임신본(壬申本, 1512년) 이전에 간행·공개된 판본으로 지금까지 임신본의 판독하기 어려운 글자들은 비교할 대상이 없었으나 이 판본으로 인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최근 한국불교사에 대한 교양적인 저서들이 다양하게 간행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개설서로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은 김용태(金龍泰)의 ‘한국불교사(韓國佛敎史’(일본어판, 2017) 뿐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한국불교사를 7시기로 시대구분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즉 삼국시대-불교의 수용과 확산 통일신라시대-불교의 대중화와 교학의 융성 고려시대-불교의 융성과 선·교종의 공존 조선시대전기-유불교체의 시대성과 억불의 전개 조선시대후기-불교의 존립과 전통의 계승 근대-식민지불교의 굴절과 근대성의 모색 현대-식민지유산의 청산과 정통성의 탐색 등으로 구분하였는데, 각 시기 불교의 내용과 특성을 부제로 부기해 줌으로써 저자의 시대구분 기준과 불교사 인식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시기구분에서 조선시대를 2시기로 나누고 다른 시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지면을 더욱 많이 배정한 것, 근대불교와 분리하여 현대불교를 하나의 시대로 독립시킨 것 등도 이 책의 특징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태(金煐泰)와 가마타 시게오(鎌田茂雄)의 저서 이후 근래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개설서를 새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학계의 현재 상황에서 이 책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불교주류의 변화과정들을
시대구분 일차적 기준삼아

지배세력 사관 극복 위해서
기층사회의 신앙에도 주목

동아시아 맥락서 이해 위해
중국과 일본 해당시기 비교

한국불교사를 5시기로 구분
다양한 틀로 여러 특징 잡아내

이상에서 근대불교학의 출발시점인 1914년의 박한영(朴漢永)부터 2017년의 김용태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간의 한국불교사 시대구분론의 성과들을 개략적으로 검토하여 보았다. 이러한 시대구분론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의의와 동시에 한계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원래 역사학에서의 시대구분론은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방법론이기 때문에 연구자의 사관과 기준에 따라 다양한 구분이 가능한 것이며, 또한 역사학의 발전에 따라 수정이 불가피한 것이다. 필자는 한국불교사 전공을 결정한 이후 50여 년간 한국불교사의 이해체계를 설정하기 위해 노력해오는 과정에서 시대구분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해 아직까지 한국불교사개설서의 출간이라고 하는 학계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불교사의 시대구분론을 검토하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필자 자신의 견해를 제시해 보려고 한다.

필자로서는 시대구분의 기준으로 가능한 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되, 그 중심을 사회적 변화에 상응하는 불교의 변화과정을 추적하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역사의 전개과정을 지배세력의 교체과정으로 보고, 그에 따른 불교 주류의 변화과정을 시대구분의 일차적 기준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방식은 불교사의 이해를 지배세력 위주의 불교로 한정하게 되고, 또한 불교사로서의 독자적 입장이 사상되어 버릴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그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서민과 천민에 이르기까지 기층사회의 신앙생활의 모습에도 유의하고자 하며, 이점에서 한국역사 속에서의 불교가 지배세력의 정치사상으로서의 유교와는 확연히 구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지배세력의 교체과정에 상응하는 불교변화라는 도식적인 이해를 극복하기 위해 불교 자체의 교학내용과 실천방법의 변화과정을 추적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사회변화과정과는 다른 시각에서 불교사로서의 독자적인 이해체계가 설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그리고 한국불교사를 동아시아 불교사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노력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고려하려고 한다. 즉 한국불교사 각 시기의 불교를 중국과 일본의 해당 시기와 비교하는 방법을 통하여 변화의 내용과 의미, 나아가 한국불교의 특성이 좀 더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한다.

필자는 우선 한국불교사를 5시기로 구분하여 고대불교(372~935)-고대국가의 발전과 국가불교 고려불교(935~1392)-지배체제와 불교교단 조선불교(1392~ 1876)-유교정치와 산간불교 근대불교(1876~1945)-일제침략과 식민지불교 현대불교(1945~현재)-식민지불교의 잔재청산과 불교개혁 등으로 나누었는데, 사회적인 변화에 상응하는 불교의 변화라는 시각에서 구분한 것으로 실제 이러한 구분은 일반 역사의 시대구분과 일치되어 불교사로서의 독자적인 구분의 특색은 없다. 그러나 각 시기의 불교의 특성을 국가(왕실)불교, 교단체제불교, 산간총림불교, 식민지불교, 불교개혁과제 등으로 개념화하여 불교의 내용과 사회적 역할을 드러내려고 한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불교 내용의 변화에서는 그 시점이 반드시 겹쳐지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거시적인 맥락에서는 일차적으로 이러한 구분의 시점은 의미가 없지 않다고 본다.

다음 한국불교사를 역시 5시기로 구분하여 고대불교-수용과 발전 고려불교-실천과 정착 조선불교-억압과 위축 근대불교-시련과 변질 현대불교-자성과 쇄신 등으로 나누었는데, 불교의 흥성과 쇠망을 기준으로 하여 구분한 것인데, 역사적으로 불교의 사회적 위상과 성격을 드러낸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 다음 한국불교사를 역시 5시기로 구분하여 고대불교-교학의 융성과 실천불교의 전래 고려불교-교종·선종의 대립과 통합 조선불교-숭유억불과 유·불의 조화 근대불교-어용불교와 세속화 현대불교-분열과 통합과제 등으로 나누었는데, 불교의 내용과 성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내려고 한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런데 5시기의 불교는 다시 각각 시기별로 세분하여 불교사의 전개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1)고대불교는 삼국기(372~660)-고대왕권과 국가불교 통일신라전기(661~820)-불교교학의 융성과 대중불교화 통일신라후기(821~935)-선종의 전래 등 3기로 세분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먼저 삼국기는 ‘삼국유사’에서의 “중고(中古)”기에 해당되는데, 불교의 연기설과 전륜성왕이념을 수용하여 부족통합과 왕권강화를 추구함으로써 불교가 국가발전의 주역이 되었음을 일연이 특히 주목했던 것으로 본다. 중국불교사에서는 위진·남북조불교, 일본불교사에서는 아스카(飛鳥)불교에 대응된다. 다음 통일신라전기는 ‘삼국사기’에서의 “중대(中代)”에 해당되는데, 신라가 삼국통일을 달성하고 국가의 지배체제를 확대정비하면서 유교가 새로운 지배이념으로 중시된 것을 김부식이 특히 주목했던 것으로 본다.

불교계에서는 불교교학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신라불교사상체계를 성립하고, 다른 한편으로 불교대중화를 통해 불교의 사회적 기반이 확대되어 고대불교의 전성기를 이룬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불교사에서는 수·당전기의 불교, 일본불교사에서는 나라(奈良)불교에 대응된다. 그 다음 통일신라후기는 대체적으로 ‘삼국사기’에서의 “하대(下代)”에 해당되는데, ‘삼국유사’에서는 이 시기를 독립된 시기로 설정하지 않고, “중대”와 통합하여 “하고(下古)기로 명명하였으며, 821년 도의(道義)의 귀국을 기점으로 하여 활발하게 전래되는 선종을 일체 제외시켰다. 이시기에 지방호족의 대두에 상응하여 새로 전래된 선종을 일연은 고대불교와 일단 구분하여 다음 시기의 고려의 불교에 포함시켜 이해했던 결과로 보인다. 중국불교사에서는 당후기의 불교, 일본불교사에서는 헤이안(平安)전기의 불교에 대응된다.

(2)고려불교는 2기, 또는 5기로 구분되는데, 지면 관계상 우선 고려전기(935~1170) 고려후기(1170~1392) 등 2기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고려전기는 중앙집권체제의 정비에 상응하여 유교정치이념이 확립되었으며, 유교·불교가 공존하는 이원체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준관료적인 조직으로서의 불교교단체제가 정비되고, 교종과 선종의 양립체제에서 새로이 천태종이 창립되었다. 그리고 송·요·고려 3국 정립의 국제정세에서 대장경과 교장 간행을 통하여 국제적으로 문화국가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던 시기이다. 중국불교사에서는 송·요의 불교, 일본불교사에서는 헤이안 후기의 불교에 대응된다. 다음 고려후기는 무인집권기에 수선사의 창립과 교종·선종의 통합, 그리고 몽골 간섭기 이후 임제종의 수입을 통하여 간화선 위주의 선종으로 불교계의 주류가 바뀌어 갔다. 중국불교사에서는 원대의 불교, 일본불교사에서는 가마쿠라(鎌倉)막부의 신불교에 비교된다.

(3)조선불교는 역시 조선전기(1392~ 1567) 조선후기(1569~1876) 등 2기로 구분되는데, 전기는 억불숭유정책으로 인한 교단의 위축과 종파의 통폐합이 이루어졌으며, 후기는 유교체제 아래에서 산간불교로서 불교의 존립을 근근이 모색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불교계 내부의 문제로서 불교계의 주류가 조선전기에는 훈구세력과 연결된 나옹계였는데, 조선중기 사림의 등장에 대응하여 태고계가 새로 대두하여 태고법통이라는 새로운 법통설을 주장함으로써 이후 정설화 되어갔다. 중국불교사에서는 전기는 명대의 불교, 후기는 청대의 불교에 대응되며, 일본불교사에서는 전기는 무로마치(室町)막부의 불교, 후기는 에도(江戶)막부의 불교에 대응된다.

(4)근대불교는 조선말기(1876~1910) 일제강점기(1910~1945) 등 2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조선말기는 불교가 침체될 대로 침체되어 주체성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서 일본제국주의 침략의 첨병으로서 일본불교가 각 종파별로 경쟁적으로 침투하여 오던 시기이며, 일제강점기는 조선총독부의 불교정책으로 인해 일본불교 대신 한국불교가 직접 식민지통치의 전면에 내세워져 활용되었으며, 마침내 식민지불교의 완성판으로 조계종이 창립되고,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총동원되기에 이르렀다. 중국불교사에서는 청말 민국기의 불교, 일본불교사에서는 메이지유신 이후 소와시기의 불교에 대응된다.

(5)현대불교(1945~현재)는 해방된 뒤 정치적 사회적 사상적 혼란의 와중에서 식민지불교 잔재의 청산과 불교개혁은 전연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촉발된 이른바 정화운동은 비구·대처승의 사찰 점유의 싸움으로 일관하였다. 1962년 군사정권의 압력으로 통합종단 조계종이 창립되기에 이르렀으나, 1970년 태고종의 분종, 조계종내의 파벌싸움은 종식되지 않았다. 1994년 개혁종단을 출범시켰으면서도 불교개혁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겨진 상태이다.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shilrim9@snu.ac.kr
 


[1414호 / 2017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