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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아비지옥의 별처지옥들 ③

기자명 김성순

승가공동체 지켜달라는 무서운 호소

아비지옥의 아홉 번째 별처지옥인 신양수고처(身洋受苦處)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어서 땅 위로 솟은 줄기와 가지, 잎은 불타고 있으나, 뿌리부분에서는 차가운 물이 흐르고 있다. 죄인은 머리를 아래로 한 채, 이 나무뿌리 밑에 있는 지옥에 나서 항상 얼음처럼 찬 물에 젖어서 404가지의 병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이 신양수고처에서는 나무와 불, 쇠, 기갈, 병의 다섯 가지 고통을 받으며 유구한 시간에 걸쳐 전생의 죄업을 갚아나가게 된다. 기나긴 고통의 시간 후에 이 지옥을 벗어나더라도 죄인은 700생 동안 연기를 먹는 아귀로 태어나며, 그 후 500생 동안은 불에 타는 용으로 태어나 항상 하늘에서 떨어지는 뜨거운 모래를 맞게 된다고 한다. 이 신양수고처에서는 용이라는 존재가 팔부신중으로서가 아닌, 축생도에서 고통 받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궁극의 지옥 아비지옥에서
불가훼손 과보 말한 이유는
승가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
그 이면의 의미를 잘 살펴야

다음 아비지옥의 열 번 째 별처지옥인 양산취처(兩山聚處)는 벽지불이 배가 고파서 먹으려 하는 음식을 훔쳐 먹은 자가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이 양산취처에서는 거대한 산사태에 깔리는 고통 내지는 죄인의 눈, 귀, 코, 혀 등 감관을 칼로 잘라낸 뒤, 그 자리에 뜨거운 쇳물, 구리물 등을 들이붓는 고통을 당해야 한다.

열한 번째 별처지옥인 염파파도처(閻婆叵度處)는 급수원의 역할을 하는 강물을 끊어서 수많은 이들을 기갈에 시달리게 한 자가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이 염파파도처의 죄인은 전생의 죄업 때문에 감각과 견해가 뒤바뀌게 되어 쇠나무가 가득 차고, 불길이 타는 광야를 숲과 호수가 있는 비옥한 땅으로 보게 된다. 결국 쇠와 불에 시달리던 죄인이 물을 마시러 달려간 연못에는 뜨거운 잿물이 가득할 뿐이다.

또한 이렇게 강물을 끊어놓은 것은 나라를 파괴한 죄에 버금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통도 가중되어 거대한 코끼리, 지옥의 새, 불타는 갈고리, 불꽃의 이빨을 가진 게 등에 의해 차례로 죄 갚음을 당하게 된다. 식수원이 되는 강물을 오염시킨다거나, 물길을 변화시켜서 자연환경을 파괴한 죄 역시 같은 맥락의 악업에 속하리라 생각된다. 열두 번째, 성만처(星鬘處)는 선정 수행을 통해 모든 번뇌를 멸한 비구가 선정에서 깨어나 몹시 주렸을 때에 먹을 음식을 훔친 자가 떨어지는 지옥이다. 이 지옥의 이름이 성만(星鬘)인 것은 그 안에 수많은 쇠솥을 끓이는 불길이 마치 어둠 속에 보이는 별빛과 같다고 하는 의미이다. 그 별떨기 만큼이나 많은 쇠솥에서 죄인들은 마치 음식처럼 삶기고, 태워지며, 튀겨지게 된다. 악업을 다 갚은 죄인이 혹여 이 지옥을 벗어나더라도, 이후 1000생 동안 아귀로 태어나 겨우 백 년에 한 번 정도 음식을 얻어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다음으로 아비지옥의 열세 번째 별처지옥인 고뇌급처(苦惱急處)는 불타의 정법을 훼손하고, 다른 이들이 믿는 것을 방해한 자가 떨어지는 곳으로서, 눈과 손가락, 심장에 집중적으로 고통을 가하게 된다. 즉, 눈으로 법을 보고 훼멸했기 때문에 그 눈에 끓는 구리물을 붓고, 그 손가락으로 법을 비방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쇠톱으로 끊게 되며, 악한 마음으로 법을 파괴했기 때문에 금강의 부리를 가진 지옥 새가 그 심장을 파먹게 된다는 것이다.

열네 번째 취기복처(臭氣覆處), 열다섯 번째 철섭처(鐵鍱處), 마지막 열여섯 번째 십일염처(十一焔處) 세 별처지옥은 모두 불가에 손해를 끼치고, 비구를 속이며, 불법을 비방한 자들이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이상으로 아비지옥과 그에 딸린 16별처지옥에 대해 살펴보았다. 지옥 중에 죄업이 가장 무거운 자들이 떨어지는 곳이기에 고통도 가장 극심한 곳이 아비지옥이다. 아비지옥은 전체적으로 오역죄 중에서도 불법과 승려, 승가의 화합을 파괴한 악업을 강조하고 있다. 궁극의 지옥이라 할 수 있는 아비지옥의 교의에서 불법과 불가, 비구·비구니에 대한 훼손의 과보를 그만큼 강조한 것은 초기부터 승가 공동체를 지켜오는 과정이 지난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읽기만 해도 전율이 이는 지옥교설이지만, 그 하나하나의 고통상들은 결국은 승가를 지켜달라는 ‘호소’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소 말이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414호 / 2017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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