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1.17 금 20:25
> 연재 | 신현득의 내가 사랑한 동시
20. 이종택의 ‘울까 말까’칼에 손 베이고 울까 말까 고민하는
아기의 심리를 담은 귀여운 유아시
신현득  |  shinhd7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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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7  15: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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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시’라는 말이 있다. 아가의 모습, 아기의 행동, 아기의 언어생활, 아기의 생각, 아가의 심리가 많은 시의 테마가 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아기들이 많은 시를 지니고 있으니, 아기 자체가 시라는 것이다. 특히 동시에서는 아기를 관찰해서 얻은 시를 유아시로 분류하고 있다. 명작 유아시 한 편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어머니에 의지해 어리광으로
자라는 아기의 일화 담은 시
시인은 동시 근원은 동심이고
동심 고향은 어머니 사랑 강조

울까 말까 / 이종택
사과 껍질
벗기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피는
조금 나지만
겁은
더 난다.

울까
말까
피가 고인다.

울까
말까
울까
새빨간 핏방울

그런데 그런데…

울려도
집에는
아무도 없다.
‘어문각, ‘신한국문학전집’47(1975)’
 
아기가 사과껍질을 벗기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피가 쬐끔 난다. 그러자 덜컥 겁이 났다. 엄마가 곁에 있었다면 “앙!”하고 소리 내어 울었을 거다. 엄마가 달려 와서 끔찍이 놀라며 약을 발라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울려고 해도 집안에 사람이 없다. 보아주는 이가 없으니 어째야 할까?

이 유아시는 여기까지만 시를 끌고 와서, 끝내고 있다. 나머지를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독자가 상상해보면 아기는 울지 않았을 것 같다. 집안에 사람이 없으니 울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제 혼자 피를 닦고 약을 찾아서 발랐을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 뒤 엄마가 돌아왔을 때 “엄마 손 베었쪄!”하며 손가락을 보였을 것이다.

“아니?” 하며 엄마가 놀라자, 그때서야 눈물과 울음이 터졌을 것 같다. 이 시는 어머니에 의지해 어리광으로 자라는 아기의 생활 한 토막을 시에 담고 있다. 표현의 중심이 ‘울려도(울려고 해도)/ 집에는/ 아무도 없다’ 한 구절에 모여 있다. 아기의 심리를 용하게 잡은 귀엽고 재미나는 유아시다.

‘울까 말까’의 작자 이종택(李鍾澤, 1927~1987) 시인은 사과의 고장인 경산 출신이다. 광복 후 ‘우리말 도로 찾기 운동’에 맞추어서 첫 동시집 ‘별똥별’(1947)을 출간하였고, 이어서 ‘사과와 어머니’(1949)가 나왔다. 그의 활동무대는 이원수 주간의 어린이잡지 ‘소년세계’와 강소천 주간의 ‘새벗’ 등이었다.

그 뒤 1950년대 동시의 길잡이가 되었으며, 간결한 문장 재미있고 기발한 내용으로 동시작품을 다루었던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과의 고장 출신답게 그의 시어에는 사과가 많이 쓰이었고, 시의 중심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다. ‘시의 진수는 동시이며, 동시의 근원은 동심이다. 동심의 고향은 어머니의 사랑이다’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의 동시에는 사과를 팔러 다니는 가난한 어머니들이 등장하는데, 본 예문의 작품에서도 아기와 사과가 같이 등장하고 있다. 이 시의 장면에서도 어머니가 ‘아기를 혼자 두고 사과를 팔러 나갔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분위기를 읽게 한다.

이후 이종택은 동시집 ‘새싹의 노래’(1956), ‘바다와 어머니’(1959) ‘누가그랬을까’(1987) 등 동시집을 남겼으며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고 영화제작사 대한프러덕션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그의 경력은 동시 시인, 초등교사, 잡지사와 신문사 기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사 사장 등 아주 다양했다.

신현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14호 / 2017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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