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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과세 찬성한다니까 선방 해제비까지 세금 내라니

  • 교계
  • 입력 2017.11.16 20:28
  • 수정 2017.11.21 09:35
  • 댓글 11

정부, 불교 특수성은 모르쇠…스님들 탈세범법자 내몰릴 판

▲ 정부가 제시한 과세기준안에 따르면 ‘법문비’ ‘기도비’는 물론 선원 수좌스님들에게 지원되는 최소생계비인 ‘해제비’까지도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동안거 해제 뒤 산문을 나서는 수좌스님들.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과세기준안이 불교적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으면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과세기준안에 따르면 ‘법문비’ ‘기도비’는 물론 선원 수좌스님들에게 지원되는 최소생계비인 ‘해제비’까지도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취했던 조계종도 “과세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법문·학비 등에도 과세 논란
불교계 의견 수렴에는 인색
적극 소통 개신교와는 딴판
“구도를 돈으로 환산해서야”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소득세법 및 시행령에 따른 ‘불교 세부 과세기준안’에 따르면 스님에게 적용되는 종교인 소득으로 ‘보시’ ‘수행지원비’ 등을 포함했다. 동안거와 하안거 결제 이후 수행비 형식으로 수좌스님들에게 제공되는 해제비는 물론 법문비와 기도비 등이 포함된 셈이다. 이는 정부가 2년 전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할 당시에도 논란이 된 부분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스님들에게 적용되는 과세항목을 세부적으로 보면 스님들이 종단이나 사찰 등으로부터 받는 도서구입비나 연구비에도 세금이 부과된다. 심지어 기본 소득이 없는 스님들이 종단이나 사찰로부터 지원 받는 국민연금, 의료비 등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조계종은 정부의 과세기준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조계종 관계자는 “과세 형평을 고려해 종교인 과세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스님들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별다른 소득이 없는 스님들에게 최소생계비 차원에서 지원되는 해제비까지 소득의 개념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찰 주지 등 특별한 소임을 맡아 정기적으로 받는 보시금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소임을 맡지 않았거나 수행에 전념하는 수좌스님 등에게 주거, 의료, 교육 등의 목적으로 종단이나 사찰이 지원하는 보조비용까지 ‘종교인 소득’으로 보는 것은 과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스님들이 승가대학이나 기타 교육기관과 선원 등에서 수행하고 기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종교적 행위이고, 이를 통해 받는 돈은 최소한의 생계비에 불과함에도 이를 소득으로 보는 것 자체가 불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정부의 불교에 대한 몰이해는 소통 부족에 있다는 시각이 많다. 2013년부터 종교인과세를 추진한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개신교 등과 달리 불교계 의견 수렴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이 최근 내놓은 ‘조세 관련 안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소득세법 개정 이후 2년의 과세 유예기간을 부여 받았음에도, 기재부는 과세 시행을 불과 6개월 앞둔 2017년 6월에서야 처음 교계 의견수렴을 시작하는 등 소통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다.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위원회는 2014년 2월 ‘종교인 간담회’를 개최한 후 2017년 6월까지 조계종과는 단 한 차례도 공식 실무협의를 진행하지 않았고, 지난 8월30일 김동연 부총리가 조계종을 방문한 이후 2~3번 실무협의를 진행한 게 전부다. 반면 개신교 측과는 11월13, 14일 이틀 사이 3차례 연이어 회의를 진행했고, 14일에도 종교인 과세 토론회를 열었다. 뒤늦게나마 적극적인 설득에 나선 개신교계와 달리 불교계 의견수렴에는 인색했다는 방증이다.

스님들에 대한 과세기준이 불명확하고 구체적인 납세방법도 홍보부족으로 인지되지 않으면서 이대로 종교인과세가 시행될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과세 신고가 여의치 않은 스님들의 경우 자칫 탈세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종교인의 소득 신고는 스님이 속한 사찰이나 개인이 직접 하는 방식이다. 스님이 보시금을 받을 경우 해당사찰에서 원천징수를 하거나, 돈을 받은 스님이 직접 해당 기관에 소득신고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교구본사를 제외한 대부분 사찰이 종무행정을 1~2명의 종무원이 전담하는 상황에서 스님들에 대한 소득신고까지 맡기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세무전문가들 설명이다.

이상근 조계종 자문회계사는 “인력과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선 사찰의 행정력 등으로 자칫 신고가 누락될 경우 대다수 스님들이 탈세자로 내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현재 정부 측의 스님들에 대한 명확한 과세기준과 납세방법의 간소화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조계종이 요구한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 중에 있다”며 “이르면 내주 중으로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16호 / 2017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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