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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투성이’ 조계종 선거, 꼭 필요한가

기자명 김상영

[논설위원 칼럼] 김상영 교수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되면
부정적으로 치달을 것 자명
종단 민주주의 내세우지만
승가가 추구할 가치는 아냐

 
오는 11월27일,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는 새로운 의장 선출을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교계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의장 후보로 세 분이 거론되고 있으며, 결국 새로운 의장은 원로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될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총림의 방장을 추대하는 과정에서 목격하였듯이 이제 조계종은 ‘어른을 모신다’는 승가전통을 상실해 버리는 과정에 처해 있음이 분명하다. 총림의 방장, 종단의 원로의원, 원로회의 의장, 이 모든 분들은 이제 모셔지고 추대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선출’되는 자리에 오를 뿐이다. 서글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조계종의 ‘현실’이다.

분명 철없는 이야기,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비판을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재가불자의 한 사람으로 꼭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대한불교조계종의 각종 선거와 관련한 이야기다.

먼저 이번에 치른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과정을 떠올려보자. 이번 선거의 과정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과제는 총무원장 선거제도의 개혁이었다. 지금의 간선제 형식이 안고 있는 부정적 요소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이제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직선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자 요구였다. 새롭게 당선된 총무원장 스님조차 선거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이야기할 만큼 현행 선거제도는 분명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과연 그럴까?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면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반복되었던 종단의 갈등과 혼란은 멈추어질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계종 승가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선거로 전환되었을 경우, 그 양상은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조계종 승가구성원이 처한 여러 가지 ‘현실’ 때문이다. 직선제를 주장하는 분들이 공통으로 내걸었던 명분 가운데 하나는 종단 민주주의의 실현이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승가집단이 그동안 지향해 왔고, 또 지향해가야 할 궁극의 가치가 아니다. 이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고안하고 실행에 옮겼던 분들이 즐겨했던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차선’이라는 표현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차선이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달라는 주장, 이것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승가집단은 이유 불문하고 최선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집단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제도를 도입, 정착시킨 분들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변명이 있다. 간선제라도 도입할 수 있었던 결과는 역사의 발전 단계로 보아야 하며, 작금의 현실은 그 발전을 이룩해내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하나의 진통일 뿐이라는 변명이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었던 지향점은 다분히 ‘세속적’ 의미의 세계였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명리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세속인들은 자신들의 명리 획득을 위해 상호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는 그 과정에서 탄생된 제도였다. 살상까지 불사하는 물리적 충돌을 최대한 안전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한 제도, 이것이 선거였다.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해 성장되고 꽃피어져 왔다. 민주주의와 선거는 인류사회에서 결코 버릴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선거는 결국 세속인들이 세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이념이자 제도에 불과한 것이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승가구성원들은 세속인이 아니다. 다수결 원칙, 민주주의, 선거, 이러한 것들은 단지 세속인들이 내세우는 수사에 불과하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차선책이든 이 모든 것들은 세속인들의 갈등과 현실을 치료해가는 치료법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조계종 승가집단에서 ‘선거’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선거법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아니라, 이 시대 승가가 승가 고유의 전통을 하루빨리 회복해주시기를 간절히 요청하는 것이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1416호 / 2017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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