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스님은 불교개혁과 새 시대를 향한 열망과 사상을 담은 ‘조선불교유신론’에서 모든 분야에서 근대화를 향한 변화의 기운이 솟아나는데 오직 불교만이 외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 책임이 ‘나’라는 개인에게 있음을 강조하면서 출가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리고 불교는 단순히 미신이나 철학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위대한 사상이며, 동서양과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이끌어 갈 종교적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여기서 시대에 뒤처진 구습이나 인습을 타파하려면 파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타락한 출가자들의 자질을 개선하려면 근대적 승려교육이 절실하다며 기초학문인 보통학, 자연계와 인문계를 포괄한 사범학, 한문과 지식의 발전과 교류를 위한 유학 등의 교육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조선불교유신론’은 일제강점기 초반 우리 불교가 처했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개혁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전통 불교의 미신적·기복적·은둔적 모습을 과감히 떨치고 불교 본래의 철학적·종교적·대중적 정신을 회복해 근대화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불교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곧 ‘유신’이다.
1913년 출간한 ‘조선불교유신론’은 전체 17장을 내용 구분 없이 나열하는 서술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를 청소년철학창고 시리즈 서른여섯 번째 책, ‘조선불교유신론, 민족 지성 한용운이 제시한 한국불교의 길’로 펴내면서 주제별로 묶어 서론, 불교의 근본과 혁신, 승가의 혁신, 수행과 포교의 혁신, 사찰과 의례의 혁신, 결론 등 6장으로 재구성해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유신론’은 일부에서 그 주장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만해 스님이 지닌 역사의식과 세계관 및 시대상이 온전히 담겼다. 또 종교적 열정을 바탕으로 불교 전반에 걸친 예리한 관찰과 비판, 시대에 뒤떨어진 불교를 개혁할 새로운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우리 사상계에 큰 영향을 남긴 명저로 꼽히고 있다. 오늘날 종교계와 사회상까지 돌아보도록 이끄는 만해 스님의 혜안과 과감한 대안을 통해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까지도 온고지신을 모색하는 계기를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1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16호 / 2017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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