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사·팔리어로 읽는 ‘법구경’
고려가사·팔리어로 읽는 ‘법구경’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7.11.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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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마빠다’ / 현진 스님 옮김 / 조계종출판사

▲ ‘담마빠다’
“잠 못 드는 이에게 밤은 길고/ 피로한 이에게 길은 멀어라/ 어리석은 이에게 삶은 기나니/ 바른 법을 알고 있지 못하다면.(불매야장 피권도장 우생사장 막지정법, 不寐夜長 疲倦道長 愚生死長 莫知正法)”

진리의 말씀 뜻하는 담마빠다
한역되면서 법구경으로 불려
팔리어·한문·고려가사에다
배경담 더해 법구경 완벽 이해


‘법구경’의 ‘우암품’에 나오는 이 게송은 널리 애송돼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이 내용은 중국에서 한자화 한 ‘법구경’을 번역한 것이다.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잠이루지 못하는자 그 한밤은 길고길며/ 길위에서 지친자의 그한길은 멀고머네/ 참된법을 알지못해 어리석음 품은이는/ 앞서거니 놓여있는 윤회의길 아득하리”라는 고려가사 형식으로 풀이했고, 팔리어 경전을 번역하면 “잠 못 이루는 자의 밤은 길고/ 지친 이의 1요자나는 멀며/ 참된 법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의 윤회는 아득하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문 번역본과 원음에 가까운 팔리어 번역본에 차이가 적지 않다.

‘진리(담마)의 말씀(빠다)’으로 불리는 이 경전이 ‘담마빠다’보다 ‘법구경’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유는 대부분 번역서가 한문 번역본을 저본으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문으로 먼저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전과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역본 ‘법구경’은 39장 752수의 게송으로 되어 있으나, 팔리어 ‘담마빠다’는 26장 423수의 게송으로 되어 있어 원전과 더욱 차이가 생겼다.

이 책 ‘담마빠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법구경’의 팔리어 판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남방불교 국가 중 하나인 스리랑카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팔리어 판본을 저본으로 한 이 책 ‘담마빠다’는 인도에서 산스크리트와 팔리어를 공부하고 봉선사 범어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현진 스님이 게송 하나하나를 꼼꼼히 번역해 그 속에 담긴 당시 인도의 문화와 생활상을 오롯이 드러냈다. 또한 팔리어뿐만 아니라 중국의 한문과 우리나라의 고려가사로 전해지는 경전 내용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 중국, 인도의 문화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역자는 게송 이외에 게송이 설해지게 된 배경담을 간략하게 정리해 함께 보여주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게송이 설해진 배경과 부처님 가르침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례로 “잠 못 드는 이에게 밤은 길고…” 게송은 남의 아내를 탐하던 파세나디 왕에게 부처님이 설한 내용이다. 잠깐의 꿈에서 지옥에서 고통받는 네 사람을 본 후 불안에 사로잡힌 왕이 부처님을 찾았을 때, 부처님은 “무기력으로 지친 범부의 발걸음은 1요자나가 만 리 길보다 멀었을 것이요, 욕망에 휩싸인 이의 하룻밤은 3천 날의 밤보다 길었을 것이며, 저 어리석은 중생들의 윤회는 아직 끝날 줄을 모르고 아득할 뿐”이라고 설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법구경’의 “잠 못 드는 이에게 밤은 길고…” 게송은 바로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담마빠다’에서 ‘법구경’ 게송의 팔리어 원전 내용을 보는 것은 물론, 게송이 설해진 배경까지 이해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새롭게 배울 수 있다. 5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16호 / 2017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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