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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잭과 콩나무 ③

기자명 김권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마음에 저장된다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 잭은 아주 커다란 집을 발견했다. 그 집 앞에는 키가 큰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잭은 아주머니에게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막무가내로 졸라댔다.

표현 안 된 욕망 무의식에 감춰
정신·신경증 등으로도 나타나 

“안 돼. 여기는 무서운 거인의 집이란다. 다른 곳을 찾아보렴.” “아주머니, 절대 나쁜 짓 안 할 테니 한번만 재워주세요.”

잭이 자꾸만 졸라대자 거인의 아내는 할 수 없이 잭을 집안으로 들였다. 이때 땅이 쿵쿵 울리더니 거인이 돌아왔다.

“어라, 어디서 사람 냄새가 나는 걸.” “무슨 말씀을요. 여기에 어디 사람이 산다구요.“ “그렇지. 한동안 사람을 안 잡아먹었더니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랬나 보오. 흐흐.”

내면이 생긴 아이의 환상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아이에게 지각되는 엄마와 아빠는 둘 다 거인의 모습이며, 나를 잡아먹으려는 남자거인은 엄마를 두고 나와 경쟁하는 아빠를 뜻한다. 엄마를 소유하고픈 욕망은 나의 소중한 남근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거세불안으로 다가오고, 이러한 불안은 아이가 사회화를 통해 욕망과 금기의 갈등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아이의 욕망이 대상에게 투사되었다는 뜻이며, 더는 의식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될 수 없는 욕망이 금기를 피해 무의식으로 감춰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험들은 모두 마음에서 표상화되고, 표상된 마음은 종자로 남아 언어와 자의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때 마음에 심어진 ‘종자식(種子識)’을 표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생애 초기 심리적 현실과 객관 현실의 구분이 없는 1)실재와 같은 표상을 시작으로, 언어를 배우기 이전 경험들인 2)이름 없는 표상과, 자의식이 생기기 이전 경험들인 3)주인 없는 표상을 거쳐, 언어와 자의식을 갖추고 또 사회화를 통해 도덕과 금기를 학습하며 4)금지된 표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의식에서 쉽게 불러낼 수 없는 이러한 종류의 표상들은 암묵적 기억인 무의식이 되어 그것이 자극될 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충동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내 정신의 일부가 된 이러한 ‘무의식’들은 이름 없는 표상과 주인 없는 표상의 1)분열된 무의식과, 금지된 표상의 2)억압된 무의식으로 나눠볼 수 있다. 삼자관계에서 성차를 인지한 아이에게 엄마를 소유하고픈 금지된 욕망은 억압된 무의식이 되고, 또 이것이 자극되어 의식의 표면에 떠오를 때마다 아이의 욕망은 불안환상인 거세불안으로 되돌아온다. 이때 ‘거세불안을 일으키는 아빠’가 아이의 환상 속에서 1)금지하고 처벌하는 대상이라면 내면의 두려움은 외부로 투사되어 ‘공포 신경증’의 요소가 되고, 2)자신을 유혹하고 매료시키는 대상이라면 자신의 남근이 사라져 여자처럼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불러와 무의식적 불안이 신체에 집중되는 ‘전환 히스테리’나 수치와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권위에의 종속을 거부하는 ‘반항 히스테리’의 요소가 된다. 또 3)엄마를 두고 경쟁하는 대상이라면 이때의 무의식적 불안은 자신이 도덕적으로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죄책감이 되어, 이러한 죄책감을 씻어내고자 강박사고와 강박행동 등을 불러오는 ‘강박 신경증’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정신증’은 심리적 현실과 객관 현실의 구분이 사라져 말이 사물이 되고 표상이 실재가 되는 증상이다. ‘신경증’은 마치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처럼 무의식적 욕망과 금기의 대결로 인해 내면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이러한 갈등을 피하고자 무의식적으로 그 타협물인 증상을 만들어 보다 더 작은 고통으로 도피하는 일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마음속에 씨앗처럼 저장되어(藏識) 그 잠재력을 잃지 않으며(無沒識) 끊임없이 새로운 결과물들을 만들어낸다(異熟識). 이것이 심층마음이자 무의식인 아뢰야식의 속성이다. 하지만 말이 수레를 끌고 마부가 말을 몰고 가듯이, 우리는 의식의 빛을 통해 이 거대한 무의식에서 고통을 해결할 의미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416호 / 2017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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