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김일중
35. 김일중
  • 구담 스님
  • 승인 2017.11.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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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의 행간 사이

▲ ‘미륵반가사유상’, 자개.

김일중의 그림은 진실과 거짓의 행간 사이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절실한 것일수록 어쩌면 불가피하게 화려한 법. 지금 사는 세속의 세상(거짓)에서 정토의 세계(진실)로의 진입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왠지 만족할 수 없는 불완전함이란, 강렬하고 허망하다. 그럴수록 거짓과의 어울림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불가역(不可逆), 역부족이다.

빛을 투과하고 반사시키는
자개 특성 적극적으로 활용
파편 인연들 모아서 대상화


원래는 입체 조각을 전공했었다. 사실적인 조각 공부를 위해 영화 제작의 소품인 실리콘 사체 모형 일도 해보았지만, 조형 작업을 계속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작업할 공간도 없었다. 그럴 때 ‘자개’라는 전통재료가 날카로운 첫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날 이후, 작가의 정체성이 돼버렸다. 자개라는 재료가 주는 물리적 이중성(빛을 투과시키는 동시에 반사 시키는)을 확장시키기 위해 극미(極微)의 파편들을 붙여나가고 조합함으로써, 오직 그 만의 빛으로 된 작업(作業) 공간을 점유하게 된 애증의 시작이었다.

먼저 대상을 선택하고, 정해지면 1차로 채색을 하고 몇 단계로 나누어진 명암 위에 돋을새김으로 어울릴만한 자개를 붙여나간다. 작품에 따라 자개 특유의 빛 발아와 견고함을 위해 화공약품 코팅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작품 제작 과정 속에서, 자개와 맞닿아 있는 다양한 해석을 위한 변증법적 사유를 표현하고자 한다. 잠시 작가노트를 보자.

“미디어에 노출되는 끝없는 정보들은 확대되고 재생산되며 그 자체로 일련의 진실 혹은 믿음을 강제한다. 그리고 그것을 여과 없이 믿어 버리기엔 너무 포괄적이고 함축적이다. 전체는 거짓이다. 진실은 파편화 된 형태로만 존재한다는 아도르노의 말을 나는 좋아한다.”

자신의 길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것은 가까이서 보면 이합집산하며 무한히 흩어진 자개 파편들이고 추상에 가깝지만, 멀리 떨어져 보면 일련의 형상이 되어 또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구상작업이 되는 이중성의 맥락과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불교와 가깝게 지낸 까닭으로 작업을 이루는 근간이 불교적 사상에 있음을 고백한다. 작업 재료로 쓰는 자개의 매력 또한 이분법적 사유가 아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기를 원하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적합하며, 작품의 질을 담보하는 현대철학과 불교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여지가 충분하다.

자개라는 재료를 이용해 독특한 결이 더 짙게 느껴질 수 있도록, 욕망으로 덧칠해진 은밀한 은폐를 넘어 쪼개진 파편들의 낱낱이 인연 화합으로 가시화될 수 있도록 번뇌의 덮개 만큼이나 덧칠해야만 한다. 결국 거짓의 방편은 무상이요, 영원하지 않다는 ‘진실을 통해서 거짓을 다스려라’는 ‘법구경’의 말처럼 아무리 화려하고 교묘한 거짓이 활개친다 하더라도, 그저 묵묵히 가야할 데 가는 이유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 작가는 자개라는 물성에 더 집중하고자, 풍경 작업에 몰두하고자 한다. 그가 자꾸 되내인다는 경전의 한 구절이 착하고 아련하게 다가온다.

“아직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광은 한 번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이라는 ‘잡보장경’의 말처럼, 그 모든 지난함을 무릅쓰고 나아가는 것이 수행이라고 김일중 작가에게 부촉드리고자 한다.

구담 스님 불일미술관 학예실장 puoom@naver.com



[1416호 / 2017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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