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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죽음은 생사윤회의 한 과정
고승들도 존엄한 죽음 선택
부정적인 죽음관 바뀌어야
이재형 국장  |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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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7  13: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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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유교, 도교와 함께 동아시아문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지만 죽음에 대한 관점 차이는 확연하다. 공자는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고 말했지만 불교에서는 ‘죽음을 모르는데 어찌 삶을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윤회의 속박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문제 삼는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죽음’은 금기가 아니라 출발점이며 종착지다.

불교의 해탈은 죽음은 물론 삶의 굴레에서도 벗어남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 모두 윤회라는 동일한 과정에서 나타나고 반복되는 서로 다른 양상일 따름이다. 그래서 불교는 생과 사를 함께 언급하며, ‘생사일대사인연(生死一大事因緣)’의 해결을 궁극적인 수행 목적으로 삼았다. 죽음을 기피하는 유교,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도교, 천국에서의 영생을 추구하는 기독교와 명확히 다른 불교의 특징인 셈이다.

티베트에서는 현생의 삶을 죽음의 순간을 맞는 준비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죽음은 삶의 전체적인 모습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고승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각종 ‘고승전’과 문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나타나는 고승들의 마지막 모습은 여느 종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법문을 마치고 그 자리에서 입적하는가 하면, 제자들과 담소를 나눈 뒤 마치 잠자리에 들듯 세상과의 연을 마친다. 또 꼿꼿이 앉거나 혹은 선 상태로, 심지어 거꾸로 선 채로 생사를 벗어나기도 한다.

그러면 불교에서는 왜 이런 다양한 죽음의 방식이 나타나는 걸까. 어디서든 스스로 주인이 되어 적극적으로 살아가라는 임제선사의 ‘수처작주(隨處作主)’에 답이 있을 듯하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우리를 고통스레 옭아매는 탐냄, 성냄, 어리석음에 물들지 않는 것이며, 동시에 생과 사 모두에서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한다. 깨달은 자는 삶의 주인인 동시에 죽음의 주인이다. 삶에도 끌려 다니지 않지만 죽음에도 끌려 다니지 않는다. 육신이 극히 노쇠하거나 법을 다 펼쳤다고 판단되면 삶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이 찾아오기를 마냥 기다리지도 않는다.

지난 11월21일 환자의 뜻에 따라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1달여 만에 존엄사를 선택한 첫 환자가 나왔다. 한해 사망자의 약 20%가 항암치료를 받거나 식물인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다가 세상을 떠난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연명치료를 반대했지만 2016년 전체 사망자의 74.9%가 병원에서 임종했다. 대부분 자신의 죽음이 존엄사가 되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 이재형 국장
상속 목적이나 치료비 등 이유로 존엄사가 악용될 소지가 있지만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내년 2월 시행되는 존엄사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제도 보완과 더불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정서가 정착돼야 한다.

불교는 죽음을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사윤회의 한 과정으로 본다. 죽음을 잊지 않는 자라야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부처님께서는 일생을 통해 보여주었다. 새로운 죽음관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불교의 생사관이 지닌 가치를 드러내는 것은 우리 불교계의 몫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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