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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후일추(腦後一鎚)

재벌 갑질과 실습생의 죽음

한 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겨울은 추위와 배고픔으로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이맘때가 되면 춥고 배고픈 이웃들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온정이 몰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곳곳에 숨어있던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다보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것”이라는 생각에 시나브로 젖어들게 된다.

그러나 비록 착각일지라도, 이런 살만한 세상에 대한 감상을 느낄 여유마저 최근 사라져 버렸다. 재벌 3세의 꼴사나운 갑질과 18세 실습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냉혹한 삶의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한화그룹 회장 3남 김동선씨가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폭행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꿀 먹은 벙어리다. “아버지는 뭐 하시냐?” “나를 주주님으로 불러라.” 28살에 불과한 김씨가 했다는 훈계는 안하무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술병으로 사람을 내려치는 등 세 차례나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김씨는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산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갔던 18세의 특성화고 학생이 압착기에 눌려 사망했다. 취업을 미끼로 한 현장실습에서 강도 높은 노동 끝에 일어난 안타까운 희생이었다. 실습현장에서 불의를 사고를 당한 학생은 과거에도 끊이지 않았다. 작년에는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살 실습생이 도어에 끼어 사망했다. 끼니 챙길 시간 없이 노동에 시달렸던 그의 가방에선 미처 먹지 못한 컵라면이 나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재벌 아들과 실습생의 차이는 부모의 경제력이다. 당장 취업이 급한 평범한 집 자식들은, 결국 망나니 같은 재벌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회사에 들어가 살인적인 노동을 통해 또 다시 그들의 부를 늘리게 될 것이다.

옛말에 뇌후일추(腦後一鎚)라는 말이 있다. “뒤통수를 쇠몽둥이로 내려친다. 급소에 일격을 가한다”는 의미다. 수저계급론이 회자될 정도로 불합리한 사회에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우리사회를 헬조선이라 부르며 분노하고 있다. 만약 그 분노가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다들 가슴에 쇠몽둥이 하나씩 품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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