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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행일기] 이영진

기자명 법보신문

 ▲ 48, 각성
 
“수리수리 마하수리….”

유년시절 늘 듣던 ‘천수경’
직지사 등 대찰 순례하며
가람배치 의문에 경전공부
문사수 원칙으로 정진할 것

유년시절 집에서는 무슨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 시절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어머니가 매일 집에서 틀어놓은 주문은 ‘천수경’이었다. 어머니는 어린 자식 손을 잡고 직지사를 자주 오르내렸다. 불연이 이미 시작됐던 것이다.

충북과 경북 경계 인근에서 태어나 차로 10분 거리인 곳에 황악산 직지사가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30여년 전 직지사는 모과나무 과수원과 맑은 계곡, 노란 은행나무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사찰에 들어서는 이들을 반겼던 사찰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으로 잠시 고향을 등졌지만 노친을 뵈러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동국제일가람’이란 여초선생 글씨가 내걸린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 부처님을 참배한다. 고향인 셈이다.

탐진치 삼독에 찌든 생활에 치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잡념망상이 잠시라도 사라졌다. 문득 대웅전 부처님 상호가 사찰마다 다르다는 호기심이 생겼고, 체계적인 문화재와 불교문화를 공부하고 싶었다. ‘명찰순례’라는 책을 숙독하면서 국내 여러 사찰과 인연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찰 방문 전 꼭 ‘명찰순례’를 읽었고 현장에서 그 내용을 되새김질 했다. 그럴 때마다 환희와 보람은 몇 배로 컸다. 지심으로 삼배하고 대웅전에 좌정하면 찾아오는 평정심은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선방일기’ 무대였던 오대산 상원사와 중암, 신비로운 분위기의 청량산 청량사, 호쾌한 풍광의 영주 부석사와 수덕사 위 정혜사, 사찰 가는 길이 더없이 아름다운 상왕산 개심사, 나옹화상의 자취가 남아 있는 마곡사와 안성 청룡사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부처님 품을 찾아다녔다. 언제나 새로웠고 언제나 따듯했으며 언제나 평온했다.

문득, 일관된 가람 배치가 궁금했다. 각 사찰 특수성과 건립 장소는 논외로 하더라도 가람배치의 일관된 기준이 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적한 대웅전에 들어 좌정할 때면 망상이 사라져 잔잔한 호수처럼 평정심이 유지되다가 일주문만 나서면 왜 번뇌가 불같이 일어나는지도 궁금했다.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발심했다.

망망대해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길을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혼란스러워 여러 서적을 탐독했고 이기영 선생님의 ‘불교개론’을 기본뼈대 삼아 여러 경전을 읽었다. 체계적이지 못했다. 중구난방 경전공부는 또 다른 갈증을 불러왔다. 불교역사와 교리에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절실함에 인터넷 검색 중 부처님 가피를 입었다. ‘조계종 포교원 디지털대학’에서 온라인 강의가 있다는 정보와 만났다. 곧바로 기본교리과정과 전문과정을 차례로 밟았다. 지운, 원순, 무비 스님 등 강사스님들의 귀중한 경전강독을 듣고 또 들으면서 사유하고 있다.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 지운 스님이 강조한 문사수, 즉 ‘몸소 듣고 사유하면서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믿고 따른다. 그래서 청화 스님이 주창한 염불선에 따라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필사하고 수지독송한다. ‘반야심경’ ‘해심밀경’을 비롯한 유식과 중관, ‘원각경’과 ‘화엄경’ 여래장 사상의 ‘대승기신론소’를 조금씩 공부 중이다. 여러 조사들 말씀도 긴요하다. 특별히 마음이 가는 혜능 스님의 ‘육조단경’, 서산대사의 ‘선가귀감’ 등은 반드시 필사하고 늘 곁에 두고 읽고 또 읽을 요량이다. 모두 신심을 일으키고 불퇴전의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금강경’을 독송한다. 경전공부를 하면 꼭 자필로 필사한다. 부처님 말씀을 기초로 틈틈이 몸가짐과 마음챙기기는 반드시 실천한다. 불자가 아닌 주변 지인들에게는 역사와 문화재 공부를 위해 가까운 사찰 방문을 독려한다. 불자의 경우 상황별 마음챙기기와 단계별 경전공부를 권한다. 언젠가 들어서야할 포교사를 향한 첫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대중에게 따뜻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했던 훌륭한 스님들처럼 ‘수처작주 입처개진’ 자세를 확고부동하게 만들고 싶다. 부모에게 몸 받기 전 본래면목을 찾는 구도의 여정은 지수화풍 사대로 이뤄진 몸뚱이가 다할 때까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나무상주시방불, 나무상주시방법, 나무상주시방승.

공동기획:조계종 포교원 디지털대학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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