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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단 서귀포교정교화팀장 김성도-상

기자명 김성도

팔관재계 호계 의지 되새기며 부처님 닮아간다

 
제주 4·3이 일어나는 해, 독자였던 아버지는 난리를 피하지 못했다. 인천형무소에서 한국전쟁 발발 후 행방불명됐다. 당시 아버지 나이 19살, 꽃다운 나이에 위태로운 시국이라는 시절인연은 너무 가혹했다.

‘성도’란 이름 의미 찾고자 매진
매일 자신 되돌아보며 참회진언
불자들 제주불교 피해 기억해야

2018년이면 제주 4·3이 70주년이다. 물론 내 나이도 70살이 된다. 반공을 무기 삼았던 지난 정권은 4·3을 ‘빨갱이 집단’으로 낙인찍어 연좌제의 사슬로 동여맸다. 입 밖으로 말 한 마디 못하게 족쇄도 채웠다. 후손들은 신원조회란 이름으로 정당한 직장조차 갖지 못했고, 50년 세월을 어둠 속에 갇혀 지냈다.

제주 4·3은 동체대비 진리에 역행하며 국가권력을 등에 업은 마군들의 폭거였다. 당시 인구는 30만명이었다. 10명 중 1명인 3만명이 희생됐다. 현대사 최대 비극이기에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없기를 염원하며 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회장직을 수락하고 3년 연임의 직무를 5년째 수행 중이다.

불교 입장에서 돌이켜보면 제주 4·3은 제주불교에 있어서 법난 수준이다. 조선왕조의 숭유억불에 이어 제주불교는 4·3으로 47개 사찰이 토벌대에 의해 전소됐다. 그리고 스님 16명이 사찰을 사수하다 순교했다. 특히 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는 4·3의 중심에 있었다. 토벌대와 무장대의 교전으로 대웅전을 비롯한 건물 7동이 전소되고 2대 주지 이화 스님이 고문 후유증으로 열반했다. 4·3 당시 제주불교는 이처럼 법난으로 인한 무불시대였다. 그 주역이 권력자 이승만이 파견한 기독교 계열 서북청년회가 토벌대에 합류하면서 사찰을 초토화 시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성은 김이요, 이름은 성도(成道)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6년 고행 끝에 모든 번뇌가 완전히 소멸하고 환희로 가득한 우주법계 진리를 증득했다. 난 60년이 걸렸다. 인간세계에 상주하는 괴로움을 없애는 사성제라는 바른 길이 중도임을 알아차리는 깨달음의 순간이 ‘성도’임을 알기까지 60년을 보내야 했다.

포교사는 팔관재계로 인해 달라야 한다. 보통 오계를 받지만 포교사는 모두 팔관재계를 수지한다. 팔관재계란 재가자가 하룻밤과 낮 동안 받아 지니는 계율이다. 생명을 죽이지 말고, 음행과 거짓말 그리고 도둑질 하지 말며, 술을 마시지 않고 치장과 가무를 즐기지 않아야 한다. 또 높고 큰 평상에 앉지 말고 때가 아니면 먹지 말아야 한다. 신라 진흥왕 12년(551년)부터 내려온 우리의 전통문화로 알려져 있다.

포교사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호계의 의무와 책무를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날마다 세 번씩 자신을 돌아보라고 했다. 포교사가 되고 나서야 하루 세 번 자신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침에 눈 뜨면 먼저 이름에 누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말 한 마디로 상대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언행에 신경을 쓰는 태도가 몸에 배어간다. 팔관 계율을 생각하며 하심으로 스스로를 낮추고 지혜의 바른 길을 찾아 이타의 마음으로 자비를 이루고 붓다를 닮아가려는 노력을 일상으로 만들고자 애쓴다.

정오를 3분 남긴 11시57분 휴대폰에서는 항시 알람이 울린다. 마음속 부처를 닮기 위한 3분 명상 시간이다. 광명진언이 머릿속을 맴돌며 정오를 맞이한다. 하늘에 걸린 조각구름이 전생의 자아를 잠시 느끼는 순간이다.

하루의 일상이 끝나고 저녁시간 잠자리에 들기 전 조용히 눈을 감고 하루를 점검해 본다.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모두 탐욕에서 오는 것임을 명심하고 있다. 내가 본 이익이 상대의 손해에서 오지 않았나 되새겨 본다.

참회진언이 뇌리를 스치며 부처님의 고행을 생각한다. 잠시 빌려 쓰고 있는 무아인 나의 육신을 더듬어 보고 잠을 청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김성도 제주지역단 서귀포교정교화팀장 ksd6331@hanmail.net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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