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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병고를 친구로 삼다 ⑤

“수행자에게 3할의 병고는 구도의 씨앗입니다”

▲ 강소성 의흥에 있는 대각사 대웅전 전경. 대각사는 지역 복지를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대만 불광산 제공

"‘가난은 두렵지 않지만 빚은 무섭다’라는 말은 빈승의 어린 시절 추억입니다. ‘귀신은 두렵지 않지만 사람은 무섭다’는 말은 사회에서 겪은 교훈입니다.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통증은 무섭다’는 말은 빈승의 현재 생활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

빈승은 무슨 민간요법이나 방법, 무슨 특효약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좀이나 치질, 현기증, 감기, 가려움을 멈추게 하는 등 일부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공개할 수 없는 것은 개인마다 개인의 체질적인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 적용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감기만 하더라도 수많은 바이러스로 인해서 생기는데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겠습니까? 한번은 빈승이 초청을 받아 대만 북부지역 지룽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는데 감기로 기침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신도가 특효약이 있다면서 주사 한 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강연이 목전에 닥치기도 했고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원치 않아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받아들였습니다. 주사를 맞고 난 후 생각지도 못하게 저는 팔을 들 수 없어서 옷을 벗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참고 지내는 수밖에 없었는데 거의 일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좋아졌습니다. 이 신도가 사람들로부터 책망을 받게 될까봐 저는 줄곧 말을 하지 못했는데 지금까지도 이 신도가 누구인지 저는 알려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어떤 의사가 감기는 나으려고 약을 먹을 필요 없이 푹 쉬고 물을 많이 먹으면 쾌유될 수 있다고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보통 약국에서 감기약을 파는데 심리적인 위안을 줄 뿐으로, 실제 큰 치료효과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무슨 민간비법이나 요법과 보약을 가져다주면 저는 그저 호의에 감사를 표할 뿐입니다. 몸에 어떤 질병이 찾아오면 먼저 원인을 검사해서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정확한 지식과 바른 견해로서 정확한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부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몸에 병이 나면 남부에 있는 병원을 가지 않고 꼭 북부로 가서 진찰을 받으려고 하고 북부에 있는 의사는 거부하면서 남부로 와서 의사한테 보이려고 하는 것을 간혹 보게 됩니다. 혹은 일반 병원은 싫다면서 한의사만 보겠다고 하거나 한의사는 싫다면서 용하다는 사람을 찾기도 합니다. 사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의사를 찾는 것도 신중한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병과 친구로 살아온 저의 평생 경험을 말하다보니 초창기 불광산 대학생 여름캠프의 학생들에게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그 학생들 중 일부는 나중에 세계 여러 대도시에서 의사가 되었는데 심인의(沈仁義), 이금흥(李錦興), 정조양(鄭朝洋) 등은 미국에서, 임녕봉(林寧峰)은 일본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곳에서 홍법하고 사찰을 지었는데 치통이나 눈과 피부 등에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항상 그들의 세심한 치료를 받으니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빈승의 ‘병을 친구로 삼는다’라는 생각은 아주 쓸모가 있다고 느낍니다. 큰 병은 저를 찾아오지 않았고 작은 병은 단지 약간의 관심을 가져주면 큰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았으니 모두들 서로 존중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니 노년이 되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수 많은 의사들 가운데는 동양의학 한의사도 서양의학 의사도 있으며 천주교를 믿거나 기독교를 믿는 사람도 있었는데 대부분 저를 진료해준 사람들은 모두 저의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 3~5년 이래로 빈승은 가오슝 장경의원 ‘진조융(陳肇隆)’ 원장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데 진원장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간이식 명의로서 ‘간이식의 아버지’라는 명예를 갖고 있습니다. 예전에 불광산 대학생여름캠프에 참가한 학생이었습니다. 진원장은 저를 위해 전문의 십여 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구성해 주었습니다. 제가 고령인 것을 배려하여 제가 의사에 맞춰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저에게 맞추도록 해주었고 의료기계를 옮겨와 제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제가 의료기계를 찾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해서 제가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 주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의료기기를 불광산까지 트럭으로 싣고 와서 저를 위해 검사를 해주었습니다. 진원장의 자비와 정성은 저로 하여금 마음에 부담을 느끼게 하여 어떤 경우에는 병에 대한 부담보다도 더욱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에 있는 신도 조원수(趙元修) 거사 같은 경우 온 가족 모두 다 아주 열성적이고 성의를 가진 사람들로 저를 위해 특별히 미네소타 주에 있는 마요의료센터에서 검진을 받도록 주선해 주었습니다. 호의를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라서 승낙을 하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 병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센터로 수 많은 국가의 지도자와 여러나라의 왕족들이 이곳에서 진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 병원에서는 정말 상세하게 검사를 진행하였는데 전체 열흘간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의 조화로움과 겸손함과 친절함에 매우 감동을 받게 되어 저는 ‘마요의료센터에서의 건강검사 이야기’라는 글을 써서 이곳에서 보고들은 것을 글로 써 ‘강의(講義 : 대만에서 1987년 창간한 잡지로 진취적이고 낙관적인 생활태도를 선도하며 사람들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기 월간지. 역자 주)’라는 잡지에 실렸습니다.

불자 가족 모두가 저를 위해 바쁘게 다니느라 잠도 못자고 쉬지도 못하였는데 의료비로 수십만 달러를 썼다는 말을 듣고 그들의 금전과 인정을 낭비하느니 빈승이 병으로 아픈 것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습니다. 신도는 나중에 또 몇 번이나 저에게 다시 검사를 받자고 하였지만 빈승의 이 늙은 몸뚱이가 그들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게 할 정도의 가치가 있지 않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호의를 완곡하게 사양하면서 더는 가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2년 전 독감에 걸려 장경의원의 의사 몇 명이 불광사 개산료에서 저를 진찰하였는데 저에게 병원으로 가서 MRI와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요했습니다. 그 이전에 이미 여러 번 경험을 하였기에 그 과정이 단지 한 시간이나 30분 정도 고생하면 끝나는 것으로, 별다르게 좋다거나 나쁘다는 생각 없이 빈승은 그 결과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매번 검사를 마치면 의사는 항상 설명을 해 주었지만 저는 알아듣지 못하였고 들으려는 마음도 없었기에 대부분 제자 자혜 스님이 대신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수십 년이 지났으니 아마도 제자는 얻어들은 지식으로 온갖 의학상식을 알고 있는 전문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긴장한 의사들이 빈승에게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어느 의료실에서 의료진 수십 명이 저를 에워싼 상태에서 이 사람은 저에게 이렇게 해보라고 하고 또 저 사람은 저에게 저렇게 해보라고 했습니다. 손을 들어올리기도 하였다가 다리를 들어보라고 하였고 몸을 뒤집어 보았다가 다시 되돌아 눕게 하기도 하였는데 어쨌든 나는 볼 수 없으니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신체의 모든 부위에 대해 자세한 검사를 하려는 모두의 호의를 알고는 있지만 저는 갑자기 과거 도살장 소돼지를 도축하는 것도 이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이 모두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저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고 태어나는데 모두가 평등한 것입니다. 마지막에 가서 무슨 부귀 명예와 권세가 대단할 것이며 또한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죽더라도 갈 곳이 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은 죽음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이민을 가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왕생’이라고 함은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민을 가는 것입니다. 마치 차량의 부품 하나가 망가지면 다른 부품으로 교환을 하는 것처럼 이 몸뚱이가 망가지면 다른 몸으로 바꾸는 것이라서 이는 좋은 일이므로 그리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인생대사라고 여기고 있지만 사실 생명의 과정에서 사람이 태어난다고 기뻐할 필요가 있을까요? 태어났어도 오래지 않아서 죽음이 따르지 않습니까? 사람이 죽더라도 슬퍼할 필요가 있을까요? 죽더라도 다시 태어나게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태어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나게 되니 생명은 죽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윤회이기에 담담하게 보면 그만입니다. 기후에 봄·여름·가을·겨울이 있고 물질에 성주괴공(成住壞空)이 있고 인생에 노병사생(老病死生)이 있는데 달리 분별심을 갖고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을 비우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생로병사’를 저는 ‘노병사생’이라고 바꿔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생로병사’라고 말하면 죽은 후에는 마치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노병사생’으로 바꾸면 태어난 다음에 죽고 죽은 다음에는 다시 태어나므로 태어남에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습니다.

어느 한 노부인의 임종 이야기를 듣고 저는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임종을 맞은 노부인의 국외에 사는 자손들이 모두 돌아와 병상 주위에 모였습니다. 노부인은 자녀들을 보며 “술 한 잔 마시고 싶구나”라고 말했습니다. 자손들은 노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려고 술을 한 잔 따라서 마시도록 해 주었습니다.

술을 마신 후 노인은 다시 “담배를 한 대 피고 싶어”라고 하였는데 서양종교를 믿는 아들이 “엄마! 병이 심각한데 담배는 좋지 않아요”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자녀들이 “그렇게 말하지 마. 엄마가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시면 피우게 해드려야지”라면서 담뱃불을 붙여 엄마에게 건넸습니다. 노부인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나서는 “인생은 정말 아름다워”라는 말을 한뒤 웃으면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노인은 질병을 데리고 세상을 떠난 것일까요? 아니면 질병이 노인을 모시고 함께 떠난 것일까요? 굳이 파고들어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빈승이 평생 병을 친구로 삼고 지냈지만 마음에 걸림이 없었고 병이 났어도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心無罣礙,無罣礙故,無有恐怖)’라 함은 바로 ‘원리전도몽상(遠離顛倒夢想)할 수 있기 때문’으로, ‘반야심경’은 정말 가장 훌륭한 인생관을 담고 있는 경전입니다. 그래서 빈승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추위는 두렵지 않지만 바람은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대륙에서 겨울을 지냈을 때의 느낌을 말한 것입니다. ‘가난은 두렵지 않지만 빚은 무섭다’라는 말은 빈승의 어린 시절 추억입니다. ‘귀신은 두렵지 않지만 사람은 무섭다’는 말은 사회에서 겪은 교훈입니다.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통증은 무섭다’는 말은 빈승의 현재 생활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수행자이시고 또 ‘대사’로 불리시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질병을 갖고 계시죠?”라고 빈승에게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 부처님께서는 수행자에게 병이 3할 정도 있어야 구도의 마음을 내게 된다고 진즉에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질병 역시 우리들 수행에서의 증상연이므로 배척하려고 하지 말고 병을 친구로 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금강경’에 있는 문구로 말을 한다면 ‘불설유병 즉비유병 시명유병(佛說有病 卽非有病 是名有病)’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가르침은 ‘금강경’의 오묘한 이치로 상세히 참구해야 의심을 끊어내고 신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번역=이인옥 전문위원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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