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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사상연구원 30년

사찰이 설립한 첫 연구기관
한국불교학 발전에 큰 기여
30년 뒤에도 세상 비춰주길

지난 11월25일 순천 송광사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보조사상연구원이 이를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연 것이다. 박보람‧강호선‧김방룡 박사가 교학, 역사, 사상 분야에서 보조사상연구원의 30년을 성찰했고, 조윤호‧이병희‧이병욱 박사가 토론을 맡아 논의를 심화시켰다.

보조사상연구원은 한국 불교학에 크게 기여한 교계 학술단체다. 모든 사찰 연구소들의 롤모델로서 큰스님 선양의 바람직한 이정표를 제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2월22일 송광사에서 첫발을 내디딘 보조사상연구원은 시작 당시부터 교계 안팎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송광사 주지였던 현호 스님과 법정 스님이 의기투합해 창립된 보조사상연구원은 서울 한복판인 종로 법련사에 연구원을 두었고, 현호 스님이 이사장을, 법정 스님이 원장을 맡았다. 또 이종익‧김지견‧강건기‧심재룡‧길희성‧최병헌‧한기두‧박성배‧로버트 버스웰‧ 권기종‧법산 스님 등 국내외 중진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점도 세간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보조사상은 편협한 종교계의 울타리를 넘어 인류 정신문화의 보편사상으로 국내외에서 널리 그리고 깊게 수용되고 있음을 우리는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법정 스님이 ‘보조사상’ 창간호에서 밝힌 것처럼 ‘보조사단’ 멤버들은 흩어져 있던 보조 스님의 저술을 모아 1989년 ‘보조전서’를 펴냈다. 이듬해에는 ‘불교사상에서 깨달음과 닦음’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그 유명한 돈점논쟁을 재점화시켰으며, 불일교양강좌를 개설해 ‘수심결’ ‘진심직설’ ‘계초심학인문’ 등을 강의함으로써 보조사상과 선의 대중화를 꾀했다.

돈점논쟁으로 촉발된 열띤 토론문화는 얼마 후 월례발표회로 이어졌다. 1996년 불교학계에선 처음으로 월례발표회를 실시한 보조사상연구원은 한 사람의 발표자와 두 사람의 토론자를 둠으로써 형식적인 발표회가 아니라 논쟁을 통한 진지한 학문적 탐구로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또 보조 스님에만 갇히지 않고 선학과 교학, 역사, 응용불교학까지 폭넓게 연구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때 활동했던 학자들이 현재 보조사상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호성 동국대 교수를 비롯해 인경 스님, 김방룡, 김종명, 김경집, 이덕진, 이병욱, 최연식, 조명제, 이창구, 박영제, 이병욱, 류제동 박사 등이다.

사찰이 설립한 첫 연구원인 보조사상연구원의 ‘성공’은 다른 많은 사찰들에도 자극을 주었다. 많은 사찰들이 속속 연구원을 만들고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곳도 없지는 않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단명에 그치고 말았다. 지속적인 재정 지원이 어려운 데다가 송광사와 법련사와 같은 원력도 부족했던 탓이다.

▲ 이재형 국장
반면 보조사상연구원은 30년을 꿋꿋이 생존해왔을 뿐 아니라 한국연구재단이 인정하는 학술등재지 ‘보조사상’을 48집까지 펴내는 등 불교학계의 학문연구를 선도하는 유수의 학술단체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 보조사상연구원은 매년 6차례의 월례발표회와 2회의 워크숍 외에 ‘보조전서’의 우리말 번역과 학문후속세대 양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보조사상연구원은 불교계의 역량이며 자긍심이다. 창립 30년을 맞은 보조사상연구원이 다시 30년의 세월이 흘러서도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는 보조지눌 스님의 혜안으로 세상을 비춰주고 있기를 기원한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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