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2.11 월 11:03
> 연재 | 김권태의 마음을 읽다
22. 잭과 콩나무 ④환상 속 보물들을 현실에서 사용하는 방법
김권태  |  munsach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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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5  11: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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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것 좀 보세요. 황금알을 낳는 암탉이에요!”

발달단계서의 결핍·과잉 충족
정신·신경증 등 병으로 나타나
타인과 상징 세계 공유하려면
도덕·금기·언어·문화 받아들여야

잭은 콩나무를 타고 내려와 거인의 집에서 훔쳐온 암탉을 꺼냈다.

잭이 “암탉아, 알을 낳아라.”라고 말할 때마다 암탉은 빛나는 황금알을 쑥쑥 잘도 낳았다.

젖소와 맞바꾼 노인의 마술콩과 마술콩이 자라 하늘까지 뻗은 콩나무, 그리고 구름 위에 펼쳐진 거대한 거인의 집과 그들이 집에 감추어둔 보물들. 대체 이것들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잭은 마술콩이라는 표상과 상징을 통해 드디어 그 콩나무가 안내하는 구름 위의 공간, 즉 현실에 없는 자기만의 내적 세계에서 환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환상 안에서 엄마표상과 아빠표상을 만나고, 그들이 갖고 있던 진기한 보물들을 안전하게 현실로 가져와 자립과 생계의 수단으로 삼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이 세계는 먼저 육신의 오감을 통해 경험된다. 이것은 의식 이전의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 등으로 감각적 인식인 전5식(前五識)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을 개념화하고 언어화하며, 이것이 무엇이다라고 분별하고 판별하는 것은 제6식(了別境識)이다. 또 그러한 대상인 ‘법(法)’들을 생각으로 헤아리고, 거기에 ‘나’라는 고유한 이름표를 붙여주는 것은 제7식(思量識)이다. 제7식은 ego와 같은 것으로 일관성과 연속성을 바탕으로 내면의 경험표상들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합해낸다. 그리고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들은 ‘종자’라는 잠재력으로 남아, 그것이 현생의 경험종자(신훈종자)이든 전생의 선험종자(본유종자)이든 모두 다르게 익어 과보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제8식(異熟識)이다. 제8식은 의식이 꺼내 쓸 수 있는 ‘외현기억’과 경험했으나 기억할 수 없는 무의식적 ‘암묵기억’ 등 모든 경험들을 포괄하는 마음이며, 그 종자들은 잭의 내면에 감추어진 경험표상들로 환상 속의 진기한 보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환상 속의 이 진기한 보물들을 어떻게 현실로 가져와 쓸 수 있을까? 그것은 도덕과 금기,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여 나 혼자만의 내면세계가 아니라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상징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다. 이때 실재와 같은 표상(전5식)과 언어 이전의 표상(제6식 이전), ego이전(제7식 이전)의 표상들은 경험했으나 의식할 수 없는 ‘분열된 무의식’으로서 그 힘이 아직 유효한 ‘과거의 감각, 느낌, 감정, 욕망, 환상’ 등을 말한다. 발달단계에서의 지나친 결핍과 과잉충족은 정신의 병리성을 만들어낸다. 마음을 좌표로 하여 y축과 x축으로 펼쳐본다면, 병리성의 심층을 나타내는 y축은 아래로부터 1)공생기의 ‘정신증’, 2)분리-개별화시기의 ‘경계선’, 3)오이디푸스기의 ‘신경증’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리고 발달단계에 따른 독특한 병리적 특성인 x축은 반사회성과 자기애성, 분열성, 편집성, 우울성, 강박성, 히스테리성, 공포성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특히 x축의 병리성은 ‘공생기의 전능감’과 관련하여 폭력적인 방법으로 타인을 자신의 전능감을 실현하는 도구로 삼는 반사회성과, 타인을 자기의 공허감을 달래며 자기애를 채우는 도구로 삼는 자기애성으로 나눌 수 있다. 또 ‘분리-개별화시기의 박해, 유기불안’과 관련하여 엄마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의 상충된 정서를 동시에 수용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양분하여 회피하는 분열성, 엄마의 좋음을 파괴하고자 하는 자신의 공격성을 투사하여 역으로 외부로부터 박해를 받는 불안에 시달리는 편집성, 그리고 엄마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실은 하나의 엄마에게서 나온다는 전체지각을 통해 그간의 공격성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우울성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들은 단순한 병리성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별처럼 펼쳐지는 고유한 인간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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