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2.11 월 11:07
> 연재 | 최원형의 불교와 생태적인 삶
77. 이 물건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물건에 대한 성찰 있으면 소비도 절로 윤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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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5  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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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가까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에 지난겨울부터 문제가 생겼다. 완전히 충전을 해도 스마트폰을 충전기에서 분리하는 순간 배터리 잔량이 뚝뚝 떨어져 채 한 시간도 못 되어 방전이 되었다. 내가 쓰고 있는 제품이 추위에 유난히 취약하다는 주위의 의견을 수렴해서 따뜻해지는 계절까지 기다려봤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보조 배터리를 따로 구입할 수 있어서 좀 번거롭긴 해도 스마트폰을 쓰는데 큰 불편은 없다. 문제는 어쩌다 외출하면서 보조 배터리를 미처 챙기지 못했을 때다. 급히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생겼는데 스마트폰이 방전되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더러 생겼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발생하자 주변에서는 오래 썼으니 이제 그만 새 제품으로 바꾸라고 성화였다. 그렇지만 물건을 새것으로 바꾸는 일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단 새 제품을 산다는 것은 또 하나의 쓰레기를 만드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고쳐 쓸 방법에 대해 궁리하다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지나던 길에 수리점이 있어 배터리를 교체했다. 수리하시는 분께서 5년 동안 깨끗하게 잘 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반가움이 앞선다는 얘길 하며 정성스레 배터리를 바꿔줬다.

새 제품 구매는 쓰레기와 직결
제조에 들어가는 부품은 자원
수리보다 구입을 권하는 시대
소비자 권리만큼 의무도 있어야

새 배터리로 교체하고 났더니 특별히 스마트폰을 많이 쓰지 않을 경우 한 번 충전으로 하루를 지낼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왜 배터리 충전에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를 바꿀 생각을 못했는지, 수리보다 새 제품을 사라는 조언은 왜 많은지 의문이 생겼다. 오래지 않은 과거에는 집에서 쓰던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누구든 고칠 생각을 먼저 했다. 스스로 수리하거나 동네 전파사에 들고 가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 흘러 가전회사에서 소비자 집으로 방문해서 고장 난 가전제품을 고쳐주는 애프터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새로운 제품을 사는 일이 당연시됐다. 어차피 고쳐도 또 고장이 날 수 있을 거라든가, 부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구할 수 없다는 이유 따위로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최근에는 새 가전제품을 배달하는 곳에서 폐가전을 수거해간다. 그러니 더 이상 폐가전을 버리는 번거로움마저 사라져 버렸다. 제품을 만든 기업이 의무적으로 폐가전을 회수해가서 제품을 재활용하는 제도가 생긴 때문이다. 카드 한 장이면 쾌적한 소비가 가능한 시절이다. 그런데 아무리 재활용을 한다 해도 폐가전을 파쇄하고 다시 원료를 추출, 가공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는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고장 난 제품을 새것으로 바꾸는 것보다 고장 난 부품을 바꾸어 쓰는 일이 훨씬 합리적이지 않을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들은 모두가 지구에서 추출한 자원으로 만들어진다. 그런 자원들 가운데는 피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자원도 있고 분쟁광물들도 있다. 자원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희생이 따른다는 의미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제품들이 고작 몇 년 쓰이다가 다시 쓰레기가 된다는 것은 부조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2월 3일은 소비자의 날이다. 이날은 사회, 경제 제도 안에서 소비자가 누려야할 여덟 가지의 권리를 보호 받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비자란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재화란 것이 결국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입는 옷, 먹는 음식이며 내가 사는 집이 누구의 노고에 의해 생산된 재료와 어떤 이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졌는지 아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제품을 생산한 기업 혹은 브랜드는 알 수 있어도 그 안에서 생산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도 이름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재화를 소비하는 권리는 재화를 소유한 사람에게만 있는 걸까? 소비하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불이익만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하는 걸까? 권리와 동시에 소비자의 의무도 주어져야하지 않을까? 그 재화의 출발이 지구 생태계라는 걸 떠올린다면 문제는 굉장히 복잡해진다. 스마트폰의 경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교체주기가 가장 짧은 나라다. 보통 약정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스마트폰에서 슬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광고를 통해 소개받은 제품으로 눈길을 돌린다. 소비란 것이 소비에서 끝난다면 또 다른 문제겠지만 소비에는 쓰레기가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그러기에 소비 뒤에 남겨질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소비자의 의무가 돼야 한다. 이 물건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과연 소비는 윤리적이고 지혜로울 수 있을까?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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