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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최초의 군법사 해외 파견

기자명 이병두

월남 국민 대다수 불자 감안한 판단

▲ 1968년 최초 임관 군법사. 왼쪽부터 권기종, 권오현, 김봉식, 장만수, 이지행.

1968년 11월30일 한국불교 최초로 군법사(軍僧) 5명이 임관된 날을 ‘군승의 날’로 기념하는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에서는 50주년이 되는 2018년에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1968년 군법사 5명 첫 임관
이승만 정권, 한국전쟁 당시
개신교 이어 가톨릭도 군종
17년간 기독교 군종만 유지

아시아 불교국가 역사에서는 일제가 청일전쟁·노일전쟁·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을 때 승려들이 장교로 파견되어 “장렬한 전사가 해탈의 길”이라고 역설하며 부처님 법을 어기고 전쟁을 독려하기 이전에는 군종장교 제도가 없었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1000년 이상 유럽을 지배해온 가톨릭은 해적과 다름없었던 제국주의 군대가 해외 침략에 나설 때마다 군종 신부가 함께 가서 선교 활동에 나섰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중남미 지역과 필리핀·동티모르 등에 침입해서 토착 세력을 무너뜨릴 때에 항상 가톨릭 신부가 십자가를 앞세웠던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1592년 임진년 일본의 조선 침략 당시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1584년에 아우구스티노라는 세례명을 받은 천주교도 영주(기리시탄 다이묘, Christian 大名)였는데 가톨릭 신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그의 군대가 십자가를 앞세운 장면은 영화 ‘명랑’에서도 잘 묘사 되었다. 그때 이들과 함께 스페인 출신 예수회 신부 세스페데스가 우리 땅에 와서 남부 지역에 오래 머물렀던 흔적인 웅천왜성이 경남 창원에 있는데 몇 해 전 가톨릭 마산교구와 창원시가 기념 공원을 건립하고 그 신부의 스페인 고향마을 사람들을 초대하는 행사까지 펼쳐서 “민족과 국가보다는 가톨릭 신앙이 우선”이라는 한국 가톨릭의 성격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어쨌든 이 세스페데스 신부는 우리 땅을 밟은 최초의 서양인 군종 장교일 것이다.

1945년 해방과 건군에 이어 6·25한국전쟁은 우리 군에도 군종장교 제도를 도입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던 1951년 이승만의 명령으로 개신교 군종장교(군목)를 두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가톨릭 사제도 임관하여 그 뒤 17년 동안 기독교 군종장교 제도만 유지하였는데 그 배경에는 배타적 기독교인이었던 이승만, 미군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던 서북 출신 기독교인들 그리고, 미군의 이해관계가 함께 있었다. 당시 기독교인 비율은 인구의 5%에 불과하였다.

외적 조건도 어려웠지만 해방 이후 갈등과 분쟁을 이어오던 불교계는 군승 파견 문제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1965년 이후 ‘대한불교’(현 불교신문)가 여러차례 사설로 군승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조계종 총무원이 국방부 및 국회와 협의하여 어렵게 군승제도가 실현된 것이다. 이때에도 ‘불교와 기독교의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종교적인 차원이 아니라 수개 사단 병력을 참전시킨 월남 국민의 대다수가 불교도인 점을 감안한 정치·외교적 판단이 더 중요했다. 이 점은 월남에 파견되었던 군법사들이 파월 국군들의 정신적 안정 등 군종장교 역할뿐만 아니라 월남 불교계와 원활한 관계를 이끌어가는 ‘종교 외교관 역할을 했다’는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어쨌든 어렵게 탄생한 군법사 제도에 따라 동국대 불교대학 졸업생들이 교육 훈련과정을 마치고 1968년 11월30일 장교로 임관되었다. 이 사진은 그때 임관된 다섯 명의 모습인데 고된 훈련에서 쌓인 피로감보다는 “우리가 제1기 군승이야!”라는 자부심이 얼굴에서 느껴진다. 창설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군법사단(군종교구)의 지난 역사에는 우여곡절이 많았고 앞으로도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겠지만 ‘불모지’와 같았던 조건에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며 기반을 다지느라 고생한 이 다섯 명의 노고를 떠올린다면 앞으로 아무리 힘든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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