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3. 보고싶은 스님에게

기자명 성원 스님

받는분 ‘참좋은 지도법사 성원 스님’

 
제주시가 급속히 확장되면서 새로운 도시가 생겨 난지도 30년이 지났는데 마땅한 불교교육기관이 없고 사찰의 수도 타종교에 비해 적다. 우리 불교는 과거가 너무 화려해 미래의 빛을 보는데 둔감한 것 같다. 제주의 종교 분포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이지만 이렇듯 새 삶의 터전에서 함께하지 못한다면 자칫 그 빛을 잃어 버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든다.

약천사합창단 단원과 어머니
신제주불교대학 법당 개원날
직접 찾아와 감사패 전해 줘
깊은 감사 의미에 눈물 떨궈

지난 토요일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법당을 개원했다. 신제주에 불교대학을 열어 불자들에게 신도시답게 새로운 불교교육의 빛을 발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불교대학과 더불어 ‘이곳 도심의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 나갈까’하는 고민을 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데 개원식 날 갑자기 약천사리틀붓다어린이합창단 자모회에서 감사패를 준다는 것이다. 그냥 의례적인 행사라 생각하고 패를 받는데 그 내용이 참 길었다. 내용의 길이가 아니라 읽어가는 자모도, 듣고 있는 참가자도, 스님들마저 가사에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감사패 내용은 이랬다.

“‘참 좋은 당신’ 지도법사 성원 스님!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좋다는 말로는 부족해 사전을 펼쳐 보았지만 세상 어떤 말로도 감히 당신의 사랑을 대신할 수 없어 수많은 단어의 흔적만을 남긴 채 결국 좋다는 말을 다시 써버렸습니다.

이 세상 어떤 이별도 아프지 않은 이별이 없겠지만 유난히 가슴이 아린 헤어짐입니다. 만남이란 단어 끝에 이별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원망스럽습니다. 새삼 아이들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더 예쁜 아이들입니다. 사랑받는 아이들이 되길 바라 왔는데 그 소망이 참 빨리 찾아온 듯합니다. 아이들 곁에 다정하고 자상한 언어를 놓아 주시는 스님에게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아마 오늘의 우리 아이들이 더 예뻐 보이는 이유는 스님의 사랑을 오롯이 받았기 때문이겠지요.

부모가 된 이래로 하염없는 사랑을 무한히 주는 일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매 순간 느껴온 저희는 스님의 사랑이 아직도 과분하기만 합니다. 햇살 좋은 모든 날 우리 아이들의 의자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이 없는 아이들의 내일은 완전히 새 삶인듯 싶겠지만 어제 순간들이 묻혀 있습니다. 혹여 아이들의 기억에 어렴풋해지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서 은은한 온기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스님과의 인연이 잠시 만난 인연이지만 다시 만날 인연이라고 믿습니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어느덧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코끝이 시려오는 바람 탓인지 떨어지는 낙엽 따라 눈물이 떨어지는 시간입니다. 훗날 눈물의 상처가 아물 때쯤이면 오늘이 더 애틋해 지겠죠! 더 아름다워 지겠지요?

오늘 밤에는 아이들과 밤하늘을 올려다보아야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별 하나를 가리켜 오늘의 기억을 하늘에 새겨 두어야 하겠습니다. 약천사 리틀붓다어린이합창단 자모회 일동.”

마음으로 전해주는 패를 가슴으로 받으며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어린이가 좋아서 내가 즐겁고 행복했는데 자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스님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시선에 늘 기분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하니 참으로 복된 일인 것 같았다. 감사패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연을 마친 아이들이 달려오더니 “스님! 보고 싶었어요”하며 매달린다.

다시 한 번 울컥 눈물을 쏟을 뻔했다. 계절이 바뀌고 지역이 바뀌어도 우리 리틀붓다를 정말 잊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그들의 마음도 늘 처음 그대로면 좋겠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