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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수행의 힘이 빛날 때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12.05 15:17
  • 수정 2017.12.05 15:18
  • 댓글 0

지금 겪는 일은 성장 위한 인연
수행은 고난 이겨낼 수 있게 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삶의 과정이자 수행으로 보는 사람과, 결과로 보는 사람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십여 년 만에 어느 보살님이 찾아왔습니다. 군대까지 잘 다녀온 아들이 갑자기 쓰러져 큰 수술을 받고 생사를 헤매는 힘든 일을 겪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딸은 동생 간병으로 계획했던 일을 중단했지요. 보살님은 ‘대단히 좋은 걸 바라지도 않았고 가족들 건강하고 평범하게, 탈 없이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남을 아프게 하거나 크게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라고 힘없이 말합니다. 보살님은 자신의 업장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되풀이하며 한탄했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마음과 원망하는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저는 보살님에게 업장이나 지난 과거에 대한 생각은 일체 하지 말고, 아들과 가족들의 의지처가 될 수 있도록 든든하면서도 긍정적인 희망으로 즐겁게 지내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두운 생각 대신 관음기도 하기를 거듭 말씀드렸지요.

전생이든 과거든 이미 지나간 것은 바꿀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과거에 집착하는 현재의 마음입니다. 그러니 과거를 고민하는 것보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용기와 희망, 따뜻함과 기쁨의 에너지가 넘쳐야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보살님이 떠난 뒤에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번뇌를 일으키는 대신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평소 기도와 수행의 힘을 갖춰놓지 않으면, 단 10분의 기도나 수행도 대부분 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평소 꾸준히 수행하는 사람은 고난의 순간을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이겨내며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냅니다.

40대 후반인 한 보살님은 청년시절부터 불교 공부하고 수행한 분입니다. 갑자기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뇌의 일부분이 생명을 잃었고, 몸은 아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공포에 빠졌지만, 본인은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숙제이자 수행의 하나로 생각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더 많이 기도하면서, 재활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걷기 시작하고, 곧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도 기적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물론 그 기적이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눈물 쏟으면서 두려움을 견뎌내야 했지요. 오직 자신만이 견뎌야 할 일임을 알기에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이겨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수행자는 필연적인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가족들은 서로를 아끼며 화합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더 잘 챙겼습니다. 자신들을 더 소중하게 만들었습니다.

▲ 금해 스님

 

 

저도 똑같습니다. 스님으로 살면서 매일 기도하고 수행하며 선업을 쌓는 것을 업(業)으로 해도 병마가 옵니다. 인연에 따라 마장이 닥치고 그때마다 절망적인 번뇌가 일어납니다. 또한 신도님들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수시로 듣고 함께 겪으니,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많은 고난을 겪는 사람 중 하나가 스님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이 나를 성장케 해 주는 귀한 순간이니, 기쁘게 받아들이고 마침내는 뛰어넘으리라고 다짐합니다. 수행의 힘이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성장의 디딤돌로 만들어 주고, 우리를 더 빛나게 하리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우리가 하고 있는 수행과 기도의 힘은 모든 순간 지혜로, 내적인 힘으로 빛납니다. 이것이 기도와 수행이 -최악의 상황일지라도- 우리 삶에서 절대적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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