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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정각사, 고3 수험생에 힐링날개 달아주다

  • 교계
  • 입력 2017.12.07 22:05
  • 수정 2017.12.08 19:28
  • 댓글 1

수험생 대상 힐링캠프 진행… 12월4일 강화 보문사 순례

108배·명상 등 사찰문화 체험
참가자에 장학금 각 50만원
"불교미래 동량으로 성장하길"

▲ 보문사 나한전의 존자들 앞에서 학생들은 인생목표를 또박또박 적고 부처님전에 올렸다.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가했습니다. 수능 시험 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남은 할 일은 기도뿐 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사찰을 방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경내를 걸으며 마주한 풍경들에 그동안 쌓였던 학업 스트레스가 풀렸고 처음 해본 108배는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학업에 지친 고3 수험생들을 위해 군포 정각사(주지 정엄 스님)는 12월4일 강화 보문사에서 ‘수험생 힐링캠프-날개를 펼쳐라, 나는 우주의 주인이다’를 진행했다. 캠프에는 군포지역 학생 등 고3 수험생 24명이 참석했다.

때 이른 한파가 몰아치며 눈이 올 듯 희붐하게 밝은 아침에 출발지인 군포시청 앞으로 참가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였다.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을 법도 했지만 수능시험이 끝났다는 홀가분함 때문인지 참가자들의 표정엔 엷은 미소가 묻어났다.

처음 보는 친구들 사이의 어색함은 인솔자 정각사 포교국장 홍경 스님과 프로그램 진행자 등명 스님의 웃음 가득한 맞이 덕에 자연스레 지워졌다. 주지 정엄 스님은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먹지 않았을 학생들을 위해 우유, 빵, 바나나가 담긴 간식 세트를 나눠주며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보문사에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좋은 기운을 받아 원하는 대학에 가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 합장한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부처님 앞에 몸을 숙이며 각자가 적은 목표들을 한 배 한 배 마음에 새겨갔다.

버스를 타고 강화도까지 가는 길 등명 스님은 대학 입학 후의 경험들을 이야기하며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스님은 “제주도에서 공부해 나름 한국 사회에서 명문대에 속하는 연세대학교에 들어갔지만 행복하지 않았다”며 “학업 스트레스로 어머니를 원망하고 대학에 가서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며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졸업을 하고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출가를 했다. 그리고 선방에서 참선을 하면서 나 자신을 알게됐다”며 “여러분은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일순간 버스 안이 조용해졌다. 당장 대학에 입학하는 것에만 집중돼 있던 생각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스님은 학생들을 명상으로 이끌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 보세요. 마음이 잔잔해지면 지금까지 나는 어떤 행복의 씨앗을 심고 살아왔는지, 떠오르는 생각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어느덧 보문사에 다다랐다. 순례의 첫 관문은 108배였다. 보문사 나한전의 존자들 앞에서 학생들은 인생목표를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다. ‘원하는 대학 합격’ ‘운전면허 취득’ ‘부모님께 용돈 드리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세계여행하기’ 등등. 곱게 적은 소원지를 부처님전에 올리고 목탁소리에 맞춰 108배를 시작했다.

▲ 마애불 앞에선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인생목표를 읽으며 다시 한번 목표를 마음에 새겼다.

어색함에 웃음 띈 얼굴들이 50배를 넘어가자 사뭇 진지해졌다. 합장한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부처님 앞에 몸을 숙이며 각자가 적은 목표들을 한 배 한 배 마음에 새겨갔다. 홍경 스님과 등명 스님도 아이들의 행복을 발원하며 함께 기도했다.

점심 공양 후 경내를 둘러보는 학생들의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드리웠다.
이모의 추천으로 캠프에 참가한 용인고 전치우 학생은 “부모님이 불자시라 어려서부터 불교에 친숙했다. 오늘은 수험생활을 마치고 찾아와서 그런지 사찰의 경치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더없이 가벼워 졌다”며 “108배를 하며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용돈을 드리겠다고 적은 목표를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 지인의 소개로 참가한 반포고 우태영 학생은 당일 시험을 치르고 서울에서 강화도로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 멀지만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이유는 “간절함이었다”며 “앞으로 힘든 순간이 오면 기도를 통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정각사 포교국장 홍경 스님의 안내로 참가자들은 보문사 경내를 탐방했다.

참가자들은 눈썹바위 아래 암벽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좌상을 만나러 계단을 따라 10여분을 올라갔다. 마애불은 자애로운 미소로 학생들을 맞이했다. 보살상 맞은편으로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서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마애불 앞에선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인생목표를 읽으며 다시 한번 목표를 마음에 새겼다.

홍경 스님의 안내로 보문사 경내를 모두 돌아본 후 수련실에 모여 앉았다. 등명 스님은 참가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했다. 호명된 참가자들은 앞에 놓인 방석에 앉았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귀한 분. 당신도 나와 똑같이 실패를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진정 인생의 주인공으로 행복하고 멋진 삶 살길 발원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존경합니다.”

학생들은 앞에 앉은 친구들의 행복을 발원하며 3배를 했고 함께 소감을 나눴다.
“친구들에게 절을 받으니 마음이 경건해 지고 나 자신이 귀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오늘의 경험처럼 대학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바닷가 걷기를 마지막으로 캠프를 마치고 출발지 군포로 돌아오자 정각사 주지 정엄 스님은 학생들에게 줄 마음의 양식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나눠주며 “오늘 맺어진 인연을 시작으로 살면서 어려운 일이 닥쳐와도 부처님께 의지하며 이겨내길 바란다”며 “대학교에 가서도 불교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신행생활을 이어가라”고 당부했다.

▲ 학생들은 앞에 앉은 친구들의 행복을 발원하며 3배를 했고 함께 소감을 나눴다.

정각사는 이번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대학입학 후 재학증명서를 제출하면 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정엄 스님은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장학금을 받으며 힘들게 공부했던 경험이 있어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마음이 쓰인다”며 “한국사회와 불교계의 동량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각사는 2001년 군포시 산본역 중앙광장에 문을 열고 꾸준한 자비나눔과 전법활동으로 지역사회 대표 포교도량으로 자리잡았다. 12월17일 오전 10시 수계법회를 진행하며 참석한 대학·대학원생 20명을 선발해 1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한다. 장학금은 12월22일 정각사 16주년 개산식에서 수여된다. 031)398-8001

강화=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 학업에 지친 고3 수험생들을 위해 군포 정각사는 12월4일 강화 보문사에서 ‘수험생 힐링캠프-날개를 펼쳐라, 나는 우주의 주인이다’를 진행했다.

[1419호 / 2017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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