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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도…존엄사도…’ 사회논란에 입 다문 불교

  • 교계
  • 입력 2017.12.08 12:08
  • 수정 2018.01.09 15:03
  • 댓글 14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 23만…불교는 논의조차 안 돼

▲ 구제역과 조류독감(AI)으로 인한 살처분, 존엄사, 아동학대, 성소수자 인권 등 생명 의제와 관련되 사회적 문제가 불거졌지만 불교적 입장과 대안 제시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교생명윤리위원회는 10년 전 기구다. 지속적인 연구와 실천방안을 내놓을 상설 기구 하나 없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종교평화위원회, 환경위원회 등 각 분야 전문 위원회에서 사회 현안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불살생을 첫 번째 계율로 삼고 있는 불교가 아동학대, 존엄사, 낙태 등 사회적 논란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생명 관련 의제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개신교·가톨릭 적극 입장 표명
조계종, 생명 의제 기구 전무
10년 전 생명윤리위 한시 운영
설정 스님 사회의제 기구 약속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관련 청원 동의자가 23만명을 넘어서면서 인공임신중절 수술(낙태) 폐지 여부에 사회적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8년간 중단됐던 ‘인공임신중절 수술 실태조사’를 내년에 재개하겠다”고 답변하면서 종교계도 교리에 근거한 입장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생명파괴 행위” “태아는 엄마와 독립된 개별 인격” 등 공식 입장을 연이어 발표하고 낙태죄 폐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원치 않는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미혼모들을 보살필 사회적 제도와 환경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톨릭은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 운동’을 시작하는 등 어느 종교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불교계는 낙태죄 관련 내부 의견을 좀처럼 정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은 “기본적으로 낙태에 반대하지만 다수의 임신중절이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해 한계를 최소화해야한다”는 모호한 입장만 내놓고 있다.

불교계의 침묵 배경에는 생명 의제를 논의하고 연구할 기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조계종은 10년 전 불교생명윤리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운영한 게 전부다. 2006년 3월 창립한 불교생명윤리연구위원회는 ‘현대사회와 불교생명윤리’와 2007년 4월 ‘불교생명윤리 이론과 실천’ 발간을 끝으로 해체됐다.

불교생명윤리위원회가 발간한 책은 안락사, 생명조작, 장기이식, 낙태, 사형 등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기술과 사회적 제도 관련 불교적 윤리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10년 전 자료인 데다가 실천방안 대중화는 물론 급변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원회 해체 이후 꾸준히 구제역과 조류독감(AI)으로 인한 살처분, 존엄사, 아동학대, 성소수자 인권 등 사회적 문제가 불거졌지만 불교적 입장과 대안 제시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종교평화위원회, 환경위원회 등 각 분야 전문 위원회에서 사회 현안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생명과 직결된 사회 문제 해결이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적 입장을 정리하고 연구할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불교윤리학을 전공한 허남결 동국대 교수는 “최근 정부나 이웃종교에서 낙태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가톨릭은 자신들의 명제를 지키는데 적극적”이라며 “현대사회는 세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난제를 해결하려는 불교를 기대한다. 이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 교수는 “첫 번째 계가 불살생인 불교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이론과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할 상설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불교의 사회적 책임과 각종 의제를 ‘(가칭)미래불교원’에서 풀어가겠다며 산하에 불교생명윤리위원회, 다문화위원회, 인권위원회 등 편성을 약속했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19호 / 2017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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