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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과 무문관

동안거 맞아 무문관서 정진
무문관은 치열한 수행 공간
보다 깊은 원력·안목 갖추길

지난 12월2일 전국 2000여명의 스님들이 일제히 동안거 결제에 들어갔다. 안거는 여름과 겨울철에 3개월 동안 용맹정진하는 것으로 부처님 때부터 이어져온 수행전통이다. 이번 동안거 결제에 든 100여곳 선원 중 세간의 관심이 유독 많이 쏠린 곳은 인제 백담사 무금선원이다. 설악산 도인이라는 조실 무산 스님의 활구법문이 있어서겠지만 지난 10월말 조계종 총무원장 임기를 마친 자승 스님이 퇴임 후 첫 행보로 무금선원 무문관에 들었기 때문이다.

자승 스님의 지난 8년은 찬사와 비난이 교차한 세월이었다. 2009년 10월,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에 취임해 8년간 조계종 행정을 총괄했던 스님은 직할교구 주지인사 평가제를 처음 도입해 포교와 복지, 종무행정의 투명성을 유도했고, 승려복지법 제정과 승려복지 전담기구를 출범시켜 8000여 스님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종단 안팎 현안에 대해 종단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자는 취지의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와 세월호 유가족 및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도울 수 있는 사회노동위원회를 만들어 적극 지원했다. 노동자를 위한 무차대회, 송광사 오불도 등 해외 및 도난문화재 대거 환수, 아프리카 탄자니아 보리가람 농업기술대학 설립 등도 자승 스님의 굵직한 성과들로 꼽힌다.

반면 비판의 목소리도 그치지 않았다. 2012년 5월, 총림의 방장 스님 49재를 앞두고 몇몇 스님들이 음주도박사건을 벌였고 결국 이는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과 비난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교구본사 주지스님의 은처승 의혹과 금권선거, 호법부의 사미승 폭행 사건 등을 미온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불교계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파란만장한 8년간의 총무원장 소임에서 벗어난 자승 스님이 찾은 곳은 3평 남짓한 무문관이었다. 전국 사찰 주지 임명권과 사찰 재산 감독 및 처분권 등 막강한 권한을 지녔었기에 의외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문관에 드는 날 스님은 이것저것 묻는 기자에게 “내가 이곳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담장이 높아 도망 나올 수 없을 것 같고…” 등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무문관은 결연한 수행의 공간이다. 웬만한 결심과 의지력 없이는 일주일도 견뎌내기 어렵다. 정휴 스님은 ‘백담사 무문관 일기’에서 “감옥의 독방과 다름없었다. 거기다가 출입하는 문을 잠가 놓았기 때문에 나갈 곳이 없었다. 다만 낮이면 햇빛이 염치도 없이 찾아들었다가 슬며시 사라지고 만다”고 표현했다. 밖에서 굳게 잠긴 출입문, 하루 한 끼 식사, 누구를 볼 수도 얘기할 수도 없는 고독과의 맞대면, 숨이 턱턱 막혀오는 갑갑함, 무문관에 드는 순간 이 모든 난관을 화두 하나에 의지해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 이재형 국장
자승 스님은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1979년 겨울 군복무를 마치고 설악산 봉정암을 찾았던 일을 얘기했었다. 혹독한 추위와 폭설로 인적이 끊긴 봉정암에서 ‘군대물’을 빼고 ‘중물’을 들이려고 매일 4번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며 홀로 5개월을 지냈다는 것이다. 8년간의 총무원장 임기를 마친 자승 스님에게 이번 무문관 생활은 회고와 성찰의 시간이 될 듯싶다. 문 없는 문을 꿰뚫고 완전한 자유를 찾기 위해 스스로를 가두는 치열한 수행 공간에서 자승 스님도 보다 깊은 안목과 원력을 갖춰 세상의 평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19호 / 2017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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