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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심 악용한 ‘라원련’을 조심하세요

  • 기자칼럼
  • 입력 2017.12.18 13:00
  • 수정 2017.12.18 13:30
  • 댓글 1

SNS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각종 SNS가 발달하다보니 기자들도 취재뿐 아니라 신행활동과 취미생활 등을 위해 다양한 SNS 모임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SNS 활동 인구확산을 이용해 불자들의 자비심 악용하는 거짓사연으로 돈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가 SNS 모임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활동하는 불교계 밴드에는 지난 10월부터 ‘부처님안에서’라는 닉네임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리더님 정말 죄송합니다”로 시작되는 글에는 “너무 힘들고 절망감에 유서까지 작성하고 죽으려고 맘을 먹었으나 한분만이라도 도와주신다면 희망을 잃지 않고 살겠다”며 자신의 절박한 처지를 호소하는 장문의 글이 이어졌다. 내용을 살펴보니 ‘20살 청년으로 청각장애를 갖고 있으며 88세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병으로 거동조차 힘들어지고 자신은 대장암2기 판정을 받아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에 항암치료를 받다가 돈이 없어서 치료를 중단했다’는 아주 딱한 사정이었다. ‘모아둔 생활비도 치료비로 다 쓰고 몸이 아파 일용직 아르바이트도 못하고 있는 사정’이라며 ‘자신은 괜찮지만 할머니 약값을 위해 단돈 얼마라도 지원해 주면 잊지 않고 형편이 나아지는 대로 갚겠다’는 글과 함께 ‘믿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부산 중구 영주동에 있는 OO맨션의 동, 호수를 적어 놓고는 ‘도와주신다면 모든 신상을 알려 주겠다’라고 덧붙였다. 그 뒤에는 ‘라원련’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우체국 통장의 계좌번호도 적혀있었다.

사연을 읽어보고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그냥 도움을 주려다가 ‘법보신문 등을 통해 사연을 알리고 모금이라도 하면 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어 밴드채팅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다. 법보신문 기자임을 밝히고 전화번호를 남기며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문자를 보냈으나 이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 후에도 10여개의 불교계 밴드에 가끔씩 같은 글이 올라오고 삭제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청각 장애인이라 전화를 못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면 문자라도 해주지’ 싶어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1월28일 같은 이름에 내용이 조금 바뀐 글이 다른 밴드에 올라왔다. 이 사연의 작성자는 자신을 23세 청년이라고 소개하며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지진이 발생한 포항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진피해로 인해 구청이 제공해준 대피처에서 지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사연뒤에 적혀있는 우체국 통장은 앞선 사연에 등장했던 ‘라원련’의 것이었고 통장번호 역시 같은 번호였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밴드에서 ‘라원련’을 검색하는 순간 믿지 못할 일이 눈앞에 나타났다. 가톨릭계 밴드에는 ‘라베드로’, ‘라원련베드로’, 기독교계 밴드에는 ‘주님을찬양’, ‘주님내안에’ 등의 닉네임으로 똑같은 글이 무차별적으로 올라와 있었다. 원불교성향 밴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는 일반 친목이나 동호회, 봉사단체 밴드에도 같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많은 밴드들이 이글의 작성자를 강퇴 시키거나 삭제하고 있어 검색됐던 글을 며칠 후 다시 검색해보면 없어진 곳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에서 ‘라원련’으로 검색을 하니 엄청난 양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각 글의 댓글에는 지원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알려줘야 한다는 글부터 송금 하겠다는 글까지 다양한 댓글들이 진위여부 논란과 함께 달려있었다.

이 사태를 확인한 기자는 씁쓸한 기분이 되어 가입되어 있는 밴드에 ‘부처님안에’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린 사람이 사기를 치고 있다는 글을 캡쳐 사진과 함께 올렸다. 우체국 ‘라원련’ 통장에 입금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도 함께했다. 오늘도 밴드에서 ‘라원련’을 검색하니 어제 날짜로 같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 신용훈 기자

부처님께서는 보시의 공덕을 설하시며 ‘삼륜청정(三輪淸淨)’을 강조하셨다. 주는 사람도 깨끗해야 하고 주는 물건도 깨끗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받는 사람도 깨끗해야 된다고 가르침이다. 불자들의 자비심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기행위는 반드시 뿌리를 찾아 근절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것이며 보시의 청정함 또한 훼손될 것이다. 파사현정에 입각한 불자들의 단호한 태도와 지혜로운 안목이 필요한 때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boori13@beopbo.com

 


[1420호 / 2017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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