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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북한 문화재의 유통과 모조품

기자명 이숙희

국내 유입 북 출토 금동반가사유상 진위 논란

▲ 북한에서 유입된 문화재 중에는 진품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북 출토 금동반가사유상(사진 왼쪽, 시대미상, 높이 16.2cm)은 국보 118호 금동반가사유상(사진 오른쪽, 고구려, 높이 17.5cm)과 유사하다.

북한 문화재는 압록강과 두만강 두 경로 외에도 북한을 왕래하는 화교나 북한에 친인척을 두고 있는 연변 조선족의 보따리장수 또는 북한 무역상을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 고미술상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북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까지 유출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다. 근래에는 북한에서 밀반출된 고가의 문화재를 중국 고미술상이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후 우리나라 또는 일본의 고미술상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거래과정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해진 것이다.

전형적인 반가사유상 모습으로
국보 118호 고구려 반가상 유사
진위 놓고 전문가 의견도 갈려

북한문화재 대부분 음성 거래
북한문화재 취급 고미술상들은
단동·연길·심양서 100명 넘게
활동했으나 20명 정도로 줄어

문화재 고갈되면 한국서 만든
모조품이 진품과 섞여 거래돼

북한에서 밀반출된 문화재는 고려 토기를 비롯하여 청자매병, 청자광구병 등과 같은 시대가 올라가는 청자류가 가장 많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비교적 상태가 좋지 않고 다소 가격이 낮은 15세기의 분청사기나 조선 후기의 백자호, 백자대접, 백자접시, 그리고 일제강점기 해주가마에서 제작된 청화백자호와 회령가마에서 제작된 철채청자호 등 백자류가 대량으로 들어왔다. 특히 해주가마 청화백자는 대개 목이 약간 높고 길쭉한 항아리 형태에 코발트색으로 물고기나 모란문, 초화문 등을 큼직하고 거칠게 그린 것이 특징이다. 간혹 철사나 산화동을 함께 사용하여 푸른색에 붉은색과 갈색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황해도 해주백자와 함경도 회령도자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에서 1930년대에 많이 제작된 것으로 민간자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불상과 금관, 동경 및 숟가락 등과 같은 금속제품도 적은 양이지만 일부 밀반출되어 유통되고 있다.

1996년 6월 북한에서 출토된 삼국시대의 금동반가사유상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적이 있다<사진1>. 중국 북경에서 북한의 한 고위관리로부터 100만 달러에 구입했다는 이 불상은 왼쪽 다리를 오른쪽 무릎 위에 올리고 오른손으로 턱을 살짝 받치고 있는 전형적인 반가사유상이다. 높이 16.2cm로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는데 발굴 당시 석탑 안에서 사리함과 함께 발견되었다고 한다. 머리에 쓰고 있는 보관이나 유난히 가는 허리와 날씬한 몸매, 연화대좌 등에서 평양 평천리에서 발견된 국보 118호의 고구려 반가사유상<사진2>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불상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달라 앞으로의 문제로 남아 있다. 

북한 국보급 문화재가 어떻게 밀반출될 수 있었을까? 중국으로 밀반출되는 북한 문화재는 상당수 북한 공안당국의 직접, 간접적인 묵인 또는 지원 아래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는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에 따른 일부 관료들의 부패 탓이 크나 북한의 최고위층이 직접 개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무원 기관별로 운영되는 각 외화벌이 사업소에서는 직접 고분을 발굴하거나 각 가정에 있는 골동품을 매입하여 해외로 반출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할당된 외화를 벌기 위해 서로 심하게 견제하는 등 내부적으로 많은 알력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압록강을 통해 중국 단동으로 유입되는 북한 문화재는 단동역 앞에 위치한 대규모의 고미술상가인 고완성(古玩城)에서 주로 매매가 이루어진다. 단동 고완성에는 200여개소의 고미술점이 들어와 있는데 북한 문화재 외에 우리나라 문화재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가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에 반해 두만강을 통해 중국 연길로 유입되는 북한 문화재는 연길의 서시장과 몇몇 고미술상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일부는 북경 조양구 동삼환남로 화위교 서측에 있는 고완성과  유리창 거리, 그리고 심양 고완성으로 들어가 매매가 이루어진다.

중국 내 고완성에 진열되어 있는 북한 문화재 중에서 상태가 좋은 것은 보기 드물다. 도자기의 경우 대부분 다량으로 제작된 것이어서 질이 떨어지는 잡기류가 많은 편이다. 고가의 진귀한 문화재 매매는 대부분 음성적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북한 문화재 중 진귀한 것은 한국 고미술상들 사이에서 경쟁이 심해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격 이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중 일부는 일본의 고미술상이 매입하기도 하는데 근래에는 중국 경호원을 대동하고 직접 고완성에 나타나 고가로 구입한 후 일본을 비롯한 제3국으로 유출되는 경향이 있다.

1970~80년대에는 북한 문화재를 취급하는 단동, 연길, 심양 지역의 고미술상이 100여명을 훨씬 넘을 정도로 경기가 활발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는 경기 침체와 함께 북한 문화재의 고갈 현상 등으로 인하여 그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어 20여명 정도만 활동하고 있다. 그중 5∼7명만 고정적으로 상주하고 북한을 직접 왕래하면서 비교적 값이 나가는 문화재를 취급하고 있다. 반면에 조선족은 약 30∼40여명이 단동, 심양, 연길 등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본이 없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문화재도 가치가 적은 것들만 주로 취급하면서 매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중국 내 고미술상에서는 북한과 한국 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조품이 진품과 섞여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북한 문화재의 밀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가격이 오르자 일확천금을 노리면서 모조품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국 고미술상이 국내에서 정교하게 제작된 모조품을 중국에 가져가서 조선족 고미술상을 통하여 북한 문화재라고 속인 후 북경, 단동, 연길 등에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중국을 왕래하는 한국인 사업가들에게 되팔아 다시 국내로 유입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불상에서부터 도자기, 회화, 금속공예 등에 이르기까지 가짜가 없는 것이 없다.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 지린(吉林省) 지역에서 고미술상과 조선족들이 함께 조직적으로 만든 가짜 불상들이 국내로 대량 들어오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 가짜 불상들은 국내 각종 전시회에 출품되고 별 탈 없이 전시가 끝나면 진품으로 둔갑하여 판매되는 것이다. 진품을 구입한 자에게 가짜 불상을 끼워서 파는 것도 흔한 수법 중 하나다. 한때 ‘북한 것은 진짜’라는 소문이 돌자 국내에서 제작된 가짜 불상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유입되었다가 다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기도 했다.  

한편, 북한에서 도굴 또는 절취된 문화재가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유통되는 북한 문화재가 우리나라로 반입되는 것을 양성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은 북한 내 문화재 도굴과 도난을 야기 시키고 북한 측에서 1970년대 제정된 유네스코협약을 들어 외교적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북한 문화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정상적인 유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 문화재의 진위여부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그만큼 북한 문화재는 위작과 모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체제 특성상 고미술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중국은 북한 문화재의 판매와 유통이 이루어지는 유일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역할은 북한의 변화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20호 / 2017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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