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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원, 정체성은 변질되고 재산관리에 치중”

  • 교학
  • 입력 2017.12.22 19:22
  • 수정 2017.12.23 09:26
  • 댓글 8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 지적
선학원 설립 목적은 ‘수좌보호’
이사회, 정관개정 등으로 이탈
“선학원, 설립 이념 돌아봐야”

▲ 선학원이 현대기에 이르러 수좌보호, 선풍진작이라는 본래의 설립 목적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1941년 2월, 선학원에서 개최된 고승유교법회의 참석자. 한국의 정통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최된 이 법회에는 만공, 석전, 동산 스님 등 기라성 같은 청정비구들이 참여했다. 출처='한국불교 100년'

최근 조계종과 선학원이 ‘법인법’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선학원이 현대기에 이르러 창립 취지가 변질됐으며, 최근에는 수좌보호‧선수행 진작이 아닌 재산관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근현대불교사 연구자인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최근 ‘현대기 선학원의 역사와 성격’(역사와교육 제25집)에서 1960~80년대 선학원의 역사 고찰을 통해 선학원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질돼갔는지를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선학원은 조계종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국권상실과 전통불교의 압박이라는 민족적‧시대적인 맥락 속에서 탄생했다. 1954~1962년 불교정화운동 기간에 선학원은 전국 수좌들의 거점 역할을 하고 불교정화운동의 재원도 담당하는 등 비구승‧수행승 중심의 조계종단 재정립의 이념과 물적 토대를 제공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조계종은 이전 불교의 역사, 문화, 재산, 법적 정통성을 승계‧관리할 수 있었으며, 이 때문에 선학원도 자연스레 조계종의 범주 안에서 활동했고, 조계송 소속 스님들도 선학원에 재산을 선뜻 기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선학원이 설립 취지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 운영주체가 바뀌면서부터다. 이사회의 권한에 버금가는 중진수좌들의 협의체인 평의원회가 퇴진하면서 이사회의 독주체제가 확립됐고, 이사회가 정관개정을 통해 조계종에서 벗어나려는 일들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러나 조계종은 잇따른 내부 갈등과 10‧27법난 등으로 효과적인 방안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조계종의 많은 스님들은 종단의 혼란 속에서 선학원이 조계종의 산하 법인이라는 인식과 창건주로서 연고권을 보장받기 쉬울 것이라는 기대에서 선학원에 등록하는 일이 급증했다. 처음 20여개에 불과했던 선학원 분원이 1980년대에 300~400여개로 늘어난 것도 이러한 영향이 크다.

김 교수는 선학원이 양적으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체성은 퇴색돼 갔다고 평가했다. “현재 선학원은 아무런 종교적 이념도 불교적 종파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재단법인체로서의 재단을 운영하기 위한 사업기관에 불과하다”는 1987년 선학원 소속 스님의 비판을 소개한 김 교수는 오늘날 선학원이 지닌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선학원은 불교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34년 선리연구원(선학원)이 출범 때 사찰, 선원, 수좌들의 후원이 대단히 컸고, 이후로도 불교계에 의해 지속적으로 외호돼왔다. 선학원이 ‘조선불교 선종’이라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닌 종단을 만든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수좌 및 선원의 수행과 활동을 외호하는 법인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1960~70년대 선학원이 정관 개정으로 변질돼갔고, 오늘날에는 각처의 선원이나 수좌와 일체 연계를 갖지 않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선학원이 왕성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해 스님 추모 및 연구사업도 언급했다. 민족불교, 정화불교를 표방하고 있는 선학원의 현재 만해 추모 사업은 만해의 역사성, 위상, 선학원과의 연고 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경도’라고 지적했다. 만해는 민족불교에 부합하는 인물이지만 정화불교에 대한 역사성과는 조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학원은 만해 이외에 선학원과 연고가 있는 스님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수좌 보호, 선풍진작이라는 선학원 본래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선리연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선학원이 창립 취지에서 벗어나 재산관리에만 관심을 두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정체성이 퇴색됐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선학원의 이념은 민족불교, 정화불교, 선불교가 중심이었다. 이 이념은 조계종에서도 찾을 수 있다”며 “이런 이념, 역사, 정체성을 수긍한다면 추후에는 조계종과 선학원이 연결, 접점 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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