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법조·종교·시민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 위원들 위촉
본지 문제 제기 후에 가시화
조계종은 지난 12월13일 종무회의에서 생명윤리위원회 설립을 결정했다. 사회부의 추진 방안을 보고 받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종단이 고통 받는 생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른 시일 내에 설립하라”며 위원회 구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부 등에 따르면 불교생명윤리위원회는 10년 전에 활동했던 불교생명윤리연구위원회를 토대로 위원 선정에 착수했다. 낙태는 물론 자살,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 가축 살처분, 아동학대, 존엄사 등 다뤄야 할 생명 의제가 다양하다. 때문에 의학계, 법조계,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활동 중인 신심 있는 전문가들로 13명 이상의 위원을 위촉한다는 계획이다. 부실장 논의와 총무원장 승인을 거친 뒤 설정 스님이 직접 위원을 위촉할 예정이다.
종령기구로서 생명윤리위원회는 사회노동위원회와 불교환경위원회, 종교평화위원회를 운영 중인 사회부 산하에 편재되며 실무 간사가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부장 진각 스님은 “과거 생명윤리 위원회는 종령기구가 아니어서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며 “과학이 발달할수록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해지고 있어 종교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조계종은 법보신문 등 언론의 지적 이후 생명평화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상설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연내에는 설립이 힘들겠지만 인적 구성만 남았다. 위원들이 위촉되면 향후 위원회 활동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문가들은 조계종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생명 관련 사회의제에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자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10년 전 위원회 해체 후에도 구제역과 조류독감(AI)으로 인한 살처분, 존엄사, 아동학대, 성소수자 인권 등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화두였지만 천도재 등 일시적인 참여에만 그쳤기 때문이다. 사회공동선을 논의하고 실천까지 담보할 상설기구가 있어야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조계종이 대사회적인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교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불교생명윤리위원회 설립 소식을 반긴 백년대계본부장 도법 스님은 위원회 활동에 있어 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법 스님은 “위원회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효율성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며 “안정성, 지속성, 자율성이 보장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령기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령은 중앙종회에서 제개정되는 종법과 달리 집행부 종무회의로 제개정된다. 집행부 의지에 따라 종령기구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불교사회연구소장 일감 스님은 “공청회와 홍보, 교육 등으로 사회문제가 우리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중앙종회의 동의를 얻고 종법기구로서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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