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선원장 지광 스님은 이처럼 업인에 따라 과보가 주어지듯 인연과 업보에 따라 운명이 전개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운의 참뜻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허공의 의미부터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며 수행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광 스님은 ‘허공은 가득하다 : 행복을 향한 정진의 한 걸음 가피 이야기’에서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말과 행동, 그리고 의식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역설한다. 또 그렇게 마음과 의지, 행동을 일으키는 근원에 있는 것이 바로 ‘가피’임을 강조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실천할 때 가피도 동반될 수 있음을 일러준다.
스님은 먼저 우리 삶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묻는다.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방향이 어디일까 고민만 하고 있지 않은지, 또한 지금 가고 있는 곳이 맞는 방향일까 의심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이 모두가 한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 고민하며 답을 찾으려 애쓰는 물음이다.
스님은 누구나 갖고 사는 이 물음에 “마음을 열고 사방을 둘러보면, 모든 방향은 허공을 가리키고 있고, 그 방향은 이미 활짝 열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며 중요한 것은 어느 방향이든지 그 방향을 정하는 한 순간의 마음, 그리고 정한 방향을 향해 삶의 궤도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의지, 또한 한 걸음 더 걸어가려고 하는 정진의 자세, 즉 실천적 행동이라고 답한다. 바로 그 마음과 의지, 행동을 일으키는 근원에 있는 것이 가피라는 설명이다. 가피가 그저 엎드려 복을 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천하고 바꿔갈 때 따라온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책은 스님의 이같은 가르침을 담은 46편의 글로 구성됐다.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3년간 법보신문에 연재한 가피이야기 150여 편 중, 46편을 골라 흐름에 맞게 다시 수정 보완했다.
“모든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영원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마음속에서 수만 번 생각을 해야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우리가 잘 사는 법은 결국 버리고 비우는 것입니다.” “죽음을 마음에 두고 삶에 질문을 던지십시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는 남을 위해 선한 일을 하십시오.” “상대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는 우리 존재의 당위적 이유입니다.” “업이 있을 뿐 운명은 없습니다.” “실천하지 않는 법, 행동화와 거리가 먼 가르침은 죽은 말입니다.” “성공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데 있습니다.”
마음의 중심에 굳게 서 있어야 할 본모습을 잃어버리고, 수행이나 기도는 내동댕이친 채 헛된 가치를 좇거나 돈과 권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세상과 사람들을 보면서, “잃어버린 가피가 멀리 있지 않으며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스님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펼쳐보다 보면 어느새 허공이 부처요, 우리 모두의 마음이요, 내 마음이요, 가피 그 자체임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지금이 바로 가피의 시간이고, 여기가 바로 가피의 중심이며, 나와 내 곁에 있는 그가 바로 가피임을 느끼고, 삶 속에서 가피를 체험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1만35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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