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몸은 마음을 담을 수 없다 [끝]
46. 몸은 마음을 담을 수 없다 [끝]
  • 강병균 교수
  • 승인 2017.12.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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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신체적 특징과 전혀 무관하다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32상으로 성인 판단 시도
손 보고 문장력 판단하는 격
병에 얼굴 뒤틀린 호킹 박사
인류 최고 과학자 평가받아


사람들은 특이한 신체적 특징으로 사람을 평가하려 한다. 유가(儒家)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했다. 일단 풍채를 보고 말 글 판단력을 본다. 옛사람들은 아직 유전자의 존재를 몰라서 육체적 특징이 정신적 능력과 무관함을 몰랐다.

파란 눈은 신비해 보이지만 그게 다이다. 더 잘 보는 것도 아니고 더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갈색의 몽고인 눈이 훨씬 낫다. 시력이 무려 4.0이나 된다.

눈에 눈동자가 둘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기형이 아니라 특별한 운명이나 재능이 있는 이로 여겨졌다. 다른 건 다 같고 단순히 색깔만 다른 까만 염소, 까만 콩, 까만 깨에 영험한 약효가 있다고 간주했다. 알비노(albino) 현상에 지나지 않는 백록 백마 백호를 신성시했다.

이런 소박한 고대인들의 사유가 반영된 것이 32상이다. 32상을 다 갖춘 사람이 있다면 기괴한 형상이다. 고대 인도인들은 각자(覺者)는 32상을 갖추었다고 믿었다. 그래서 서로 자기 교주가 32상을 갖추었다고 주장했다. 자이나교는 교주 마하비라도 32상을 갖추었다고 주장하는데, 그가 평생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벌거벗고 살았기에, 그의 나체 석상(石像)은 그의 신체적 특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손가락과 발가락에는 물갈퀴가 달려있으며, 팔은 길어 무릎 밑으로 내려간다.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천 개의 살이 달린 바퀴문양이 있다. 혀는 길어서 이마에 닿는다. 목소리는 범천의 목소리와 같다. 미간에 흰 털이 하나 나 있다. 앞머리에는 육계가 하나 솟아있다. 하나의 모공에는 하나의 털이 나 있고, 털은 오른쪽으로 소용돌이치는 곱슬머리이다. 이빨은 40개나 되고 송곳니는 네 개 다 유달리 희다. 몸에서는 황금빛이 난다. 어깨는 둥글어 각이 지지 않았다. 성기는 몸속에 숨어있다.

신체적 특징으로 성인을 인식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일이다. 소유한 당구채나 바둑판으로 당구선수나 바둑기사의 실력을 가늠하려는 것처럼 미련한 짓이다.

심오한 지혜는 신체적 특징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뇌의 형태로도 해골모양으로도 나타나지 않는다. (잘 보관되어 있는 아인슈타인의 뇌에는 특이한 점이 전무하다.) 한때 과학 대접을 받았던 골상학은 사이비 학문으로 전락했다. 얼굴 모양 역시 허망하다. 예외로 가득한 관상학은 미신이다. 손금을 보는 수상학은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인 심심풀이 오락 수준이다.

심오한 지혜는 곤경을 통해 드러나고, 상황에 대한 대처를 통해 드러나고, 문답과 토론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심오한 지혜를 드러내는 것은 행(行)이다. 육체적 건강은 몸을 통해 드러나지만, 정신적 건강은 마음 씀씀이를 통해 드러난다.

근육수축 질병인 루게릭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온몸이 등나무 줄기처럼 뒤틀린 모습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그가 인류역사상 최고의 우주학자라는 사실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따로 논다. 성격은 때로 얼굴에 나타나는 수가 있지만, 지능과 지성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도덕경은 ‘대지약우(大智若愚)’라고 한다. 항간의 ‘현자약우(賢者若愚)’이다. 관세음보살이, 동남 동녀 천인 용 야차 아수라 건달바 마후라가 등 32가지로, 가지가지 몸을 나투어 중생을 구제한다'는 말은 마음속에 품은 (중생구제라는 이타적인) 드높은 뜻은 외모와 관계없다는 상징이다.

실제로 자선사업가들에게서 공통적인 신체적 특징은 찾을 수 없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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