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행일기] 홍승우 [끝]
[나의 신행일기] 홍승우 [끝]
  • 법보신문
  • 승인 2017.12.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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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청목
이번 생, 잘 살고 싶다.

불교는 내게 있어 나침반이다. 부처님의 수승한 가르침이 나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 최적화 되도록 노력하며 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이번 생에서 마친다면 어떨까. 윤회가 끊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윤회가 끊어지지 못 한다고 해도 마음 아프진 않을 것 같다. 이번 생에 부처님과 인연이 다음 생에서 더욱 더 견고해진다면 그것도 참 좋겠다.

10년 넘게 다닌 직장 퇴사
절 종무원 재직 중 암 판정
항암치료 견디며 신심 돈독
부처님 법, 인생 나침반 돼

불교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그해 겨울, 마지막 날 눈길을 올라 찾았던 곳이 바로 절이었다. 당시 불자가 아니었지만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찾아가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면 그런 것 같다. 이전에도 두어 번 혼자서 잠시 찾았던 기억이 있는 그 절이었다. 그리고 그 뿐이었다.

그렇게 또 잊어버리고 1년을 흘려보내던 어느 날, 엄마를 따라 다시 발길 한 곳이 그 절이었다. 불교 입문반을 수강하게 되고, 청년회를 나가 법문을 듣고, 도반을 만나 함께 예불에 동참했다. 3개월 뒤, 난 그 절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게 됐다.

이게 인연이라는 걸까. 인연을 맺고 부처님을 만나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병을 얻었다. 좋은 게 결코 좋은 게 아니었다. 배안에 물이 찼다. 병원도 힘들게 찾아갔다. 의사는 별안간 암 선고를 내렸다.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견뎌야 했다. 어렵게 부여잡고 있던 직장에서 근무를 하며 선임자로부터 받은 서글픔과 서러운 감정들이 물밀 듯 밀려왔다. 또 바닥을 헤매던 자존감…. 어디에 마음을 의지할 곳 없었고, 모든 게 참 많이 억울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도저히 버틸 수 없게 고통스럽던 항암치료 시간도, 모두 빠져버린 머리카락도 죽음의 문턱에서 초조하던 감정도 3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지나갔다. 큰 수술로 평생 가져갈 후유증은 얻었지만.
이렇게 진을 한 번 빼고 나니 비로소 부처님 말씀이 온전히 들어왔다. 억울했던 감정들은 참회로 풀렸다. 업장이라는 말을 이해 못했던 내게 드디어 마음빗장이 열렸던 것이다.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을 테고 내가 원인이었고 내가 결과였다.

과거 생에 지은 내 잘못을 참회하고, 현생에 내가 알고 지었던 모르고 지었던 모든 잘못을 참회했다. 그러다보니 내면에서 어떤 질서가 생겨났다. 그 질서는 다름 아닌 부처님 가르침을 향해서 따라가는 길이다. 그 길 위에 서서 묵묵히 발걸음을 내디딜 뿐이다.

그저 말로만 듣고, 말로만 하는 시간들이 반복이었다면 달랐으리라. 신심이 이만큼 와 있지는 못했을 것이라 믿는다. 길지 않은 시간을 병마로 고통 받고 죽음의 문턱에 서보니 확연히 달랐다. 사성제, 팔정도 등 불변의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 가르침은 그래서 내게 나침반과 같다.

누구나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는다.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 누구나 죽는다는 삶의 여정을 피해갈 수 없다. 현재 언제 어떻게 암이 재발될지 모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처음 암이 발병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죽음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배웠고 알았기에 계속해서 부처님 법을 향해 다가가고 싶다.

이렇게 자비로운 부처님 가르침을 만난 인연 자체가 가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점점 자라고 있는 내 안의 불성의 씨앗을 느끼면서 행복하다. ‘불설아미타경’을 읽다보면 크게 공감하는 구절이 있다. “시대가 흐리고, 견해가 흐리고, 번뇌가 흐리고, 수명이 흐린 이 사바세계의 오탁악세!” 우리는 모두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중생들이다.

변화가 빠른 시대를 살고 있고, 성찰의 시간들도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듯 하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아주 희박한 확률을 가지고 인간의 몸을 받고 지구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인간의 몸 받고 태어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데, 그 어려운 것을 해낸 우리가 이 오탁악세를 만나 흐린 견해로 인해 바른 진리를 등지고 살고 있다.

본래 내가 부처인데 그런 줄 모르고 살고 있는 중생으로서, 부처님 법을 나침반 삼아 무명을 걷어 올리고 한결같이 정진하는 부처님 제자가 되어야겠다. 불자가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부처님을 느끼고 만났으면 좋겠다.

공동기획:조계종 포교원 디지털대학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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