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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며! [끝]

기자명 재마 스님

불필요한 집착과 고통유발 감정 소멸하는 법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이네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러 오신 그분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분을 기리는 모든 분들께도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갓난아기의 탄생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온 존재는 세상의 어떤 선물보다 귀하고 값진 것이죠. 쌔근쌔근 숨소리, 미소, 활짝 웃는 표정, 손가락과 발가락의 꼬물거림까지 어느 것 하나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지요. 그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온 그 존재를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그 생명을 환대하는 순수한 마음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그 존재를 환대하는 순간 미소와 흥분과 설렘이 우리를 환하게 하고 생명의 본래 자리인 사랑을 되살아나게 합니다.

경험하는 나와 관찰하는 나를
동일시 않고 분리할 힘 있을 때
지구별 존재여행도 고통 벗어나
기쁨·환희 동반하는 평온 경험

우리들은 모두 그렇게 가까운 이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이 세상에 태어났고, 우리가 태어났을 때 주변에 그렇게 환한 빛을 뿌리며 왔었지요. 기억이 나시는지요? 인지적 기억이 어렵다면 우리들의 세포를 통해 기억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양어깨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아본다거나, 우리의 가슴과 심장에 손바닥을 갖다 대어 본다면 그 느낌이 기억날 수도 있을 거예요. 아니면 가만히 우리들의 탄생했던 순간을 상상해본다면 그 사랑과 환희의 느낌을 어느 정도 다시 경험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일이지요. 올 한해 우리 삶의 밭에서는 어떤 생명들이 탄생했는지요? 그래서 어떤 기쁨들을 누리고 계시는지요? 저는 여러분들 덕분에 존재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추려보는 시간을 가졌고, 어눌하지만 자애와 연민, 기쁨과 평온이라는 긍정적인 감정들을 탄생시키고 양육하려 애쓴 한해였습니다. 그리고 성냄과 악의, 질투와 지루함, 집착과 적개심 등 내부의 적들과 어떻게 동침하며 살지를 고민하고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고통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하는 기재를 알아차리는 것은 멈추고(stop), 머물고(stay), 관찰하면(see) 통찰이 가능하다는 것(sophia)을 확인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특히 아주 작은 느낌이라도 일어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면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 관찰할 수 있었고, 그러면 쉽게 감정으로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대상과 접촉했을 때 원하면 끌어당기고,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원하지 않을 때, 저의 신체적인 감각과 정서적인 느낌과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바로 집착과 불만이 생김을 경험했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놔두고 키우게 되면 탐욕과 성냄을 쉽게 일으키는 습관을 만든다는 것을 보다 명료하게 알아차리면서 스스로 실험하고 훈련을 한 해였습니다. 모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깨어있다 하더라도, 이미 습관이 되고 무의식에 깊이 저장되어 있는 우리의 기억들이 어떤 상황과 접촉할 때 강한 감정에 압도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감정들은 손님이라는 것입니다. 13세기에 활동했던 이슬람의 수피시인 루미도 그 예전에 인간이라는 여인숙에 찾아온 모든 손님들을 잘 대접하라는 시를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 우리 부처님도 감정과 생각, 느낌들은 모두 조건과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고 내려놓는다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올 한 해 우리에게 찾아왔던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 중에 아직까지 흘려보내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일까요? 2017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내어 불필요한 집착과 고통을 유발하는 감정들을 모두 떠나보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경험하는 이와 관찰하는 이를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하는 힘이 있다면 이 지구별 존재여행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기쁨과 환희를 동반한 사랑과 평온을 더 많이 살고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2018년에는 여러분이 원하는 생명을 탄생시켜 매일이 축복과 환희로운 존재여행이 되시기 바랍니다. 한 해 동안 여러분과 동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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