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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김종수 작가 [끝]

기자명 김영욱

올곧고 영롱한 깨달음을 구하다

▲ ‘나전국화넝쿨무늬불자’, 길이 42.7cm·지름 1.6cm, 2017년.

불자(拂子)가 놓여있다. 모습은 올곧고 빛깔은 영롱하다. 검게 칠한 표면에 상감한 은(銀)과 나전(螺鈿)이 하나의 문양을 이룬다. 얇은 자개와 대모가 만들어낸 국화당초문(菊花唐草紋)이다. 국화와 넝쿨무늬는 섬세한 은선 안에서 빛을 발한다. 자개의 총천연색은 색의 향연을 불러일으키고, 대모에 배채된 붉은빛이 향연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은은하게 드러난 빛의 여운은 이내 불자를 감싼다.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에서 선보인 김종수의 불자다. 불자란 무엇인가? 별명이 불주(拂麈), 불진(拂塵)이다. 주미(麈尾)라고도 부른다. 좁게 말하면 총채요, 넓게 말하면 수행자의 도구다. 위·진시대 청담(淸談)을 즐기던 사람들이 많이 지니고 다녔고, 한편으로는 불가에 몸담은 선객들이 애용했다. 그중 불가에서는 수행자가 마음에 담긴 망진(妄塵)을 떨치거나, 스승이 제자에게 선법의 가르침을 전하는 상징적인 불구로 이용되었다.

그는 조각가요, 공예가다. 손재주가 뛰어나다. 철과 나무를 다루는 꼼꼼한 손끝으로 빚어온 작품에는 축적된 시간의 손맛이 담겨있다. 손맛은 옻칠을 통해 한층 더 돋보인다. 그 속에 작가의 절제된 화려함이 있다. ‘나전국화넝쿨무늬불자’에는 그 묘미가 녹아있다.

본디 고려의 불자를 재현한 것이다. 고려의 나전기법으로 만들어졌다. 나전은 얇은 조개를 비롯해 대모, 상아 등을 기물의 표면에 상감하는 칠공예 장식기법이다. 섬세한 연속무늬안에 얇은 자개와 배채한 귀갑(龜甲)을 넣어 색감에 변화를 주고, 금과 은의 입사를 넣어 정교한 아름다움을 형성한다. 정밀한 줄음질이 표면에 두드러지고, 제각기 쪼개진 자개 조각들이 하나의 통합된 의장을 이룬다. 이것이 작가의 불자가 지닌 아름다움의 요체다.

궁금했다. 알고 싶었다. 하여 물어보았다.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가? 들은 것을 정리하면 이와 같다. 먼저 목선반으로 백골(白骨)을 만든다. 백골은 옻칠하지 않은 나무를 말한다. 표면에 생칠하고, 생칠에 찹쌀풀을 섞은 호칠로 베를 바른다. 1차 가공된 대모를 얇게 만들고 뒷면에 주칠(朱漆)로 배채한다. 불자의 도안에 맞게 은을 입사(入絲)하고 자개와 대모를 잘라 아교를 이용해 접착시킨다. 이어 아교풀을 제거하고 장식된 문양을 생칠로 견고하게 고정한 뒤 일정한 두께로 갈아낸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생칠해 두께를 올리고 문양의 칠을 벗겨낸 후 광을 낸다.

모든 과정이 실제 유물을 살펴보고 분석한 자료에 따라 재현한 전통적인 나전기법으로 이루어졌다. 일찍이 작가는 옻칠의 명장으로부터 옻칠공예를 사사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법으로 소화하려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월지(月池)에서 출토된 칠기의 제작기법 중 하나인 ‘테돌림’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간의 과정은 곧 하나의 성과로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묘공삼매(妙空三昧)라 했다. 육조 혜능이 불자를 세우고 한 선승에게 말하기를, “보았는가?”라고 하니, 선승이 “보았다”고 답했다. 불자를 등 뒤로 던져 “보았는가?”라고 물으니, 선승이 “보았다”고 말했다. 이에 혜능이 “몸 앞에서 보았는가, 몸 뒤에서 보았는가?”라고 되물었다. 선승이 불자를 봄에 있어 앞뒤를 말할 수 없다고 하니, 혜능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이것이 묘공삼매”라고 했다.

불자가 놓여있다. 영롱한 빛깔은 천연을 담아내었으니 색을 초월한 것이고, 형태가 올곧으니 하나의 중심에서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색상을 초월한 빛깔은 진공(眞空)이요, 흔들리지 않는 곧음은 일심분란(一心不亂)이다. 참으로 작가의 묘공삼매가 아닌가.

김영욱 한국전통문화대 강사 zodiacknight@hanmail.net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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