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세 가지 정토설
18. 세 가지 정토설
  • 김호성 교수
  • 승인 2017.12.27 13:3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정한 마음이 곧 청정한 국토이니…”

지난 번 편지에서 ‘정토’라는 말에 두 차원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자로 ‘淨土’에서 ‘토’는 변함없이 명사이지만 ‘정’은 형용사도 될 수 있고 동사도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정토신앙에서 말하는 ‘정토’는 ‘정’을 형용사로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영어로는 ‘pure land’가 됩니다. ‘청정한 국토’가 정토라는 것이지요.

정토를 청정한 국토로 받드니
이것이 바로 타방정토라 하며

아미타부처님 입장에서 보면
청정한국토를 건설하기 위해
정토를 만드니 차방정토라네 

세 번째 정토는 ‘유심정토’로
유마경에 ‘마음청정 국토청정’


이러한 일반적인 이해와 달리 실제 ‘유마경’에서는 ‘정’의 의미를 동사로 쓴다고 하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토를 청정히 하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영어로는 ‘purification of land’로 옮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토’를 청정한 국토라고 하게 되면 그때 우리는 타력신앙의 대상인 극락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토’를 국토를 청정히 하는 것으로 보게 되면 그때 그것은 자력신앙의 대상이 됩니다. 이 두 가지 정토는 모두 다 ‘무량수경’에 등장합니다.

법장보살이 아미타불이 되기 위하여 내세운 48가지 서원을 이루기 위하여 5겁에 걸쳐서 보살행을 하고 국토를 청정하게 하였다 하였습니다. 이때 법장보살은 바로 두 번째 의미로 ‘정토행’을 한 것입니다. 바로 보살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법장보살은 타력의 길을 간 것이 아니라 자력의 길을 간 것입니다.

마침 이 장면을 지적한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쇼마(庄松)라는 묘호인(妙好人, 염불행자)의 ‘언행록’에 나오는 글입니다.

“남들은 모두 타력 타력이라며 기뻐하지만 나는 아미타부처님의 자력이 고맙다네.”(‘나무아미타불’ 303쪽)
다른 사람들이 다 말하는 ‘타력 타력’은 바로 ‘정토’를 ‘청정한 국토’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토를 우리는 타방정토(他方淨土)라고 말합니다. 지금의 시간(공간이 아닌 다른 시간) 공간에 그러한 청정한 국토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정토설이 그것입니다.

모두들 그런 타방정토에 의지하면서 그 정토를 건설하신 아미타불의 본원력 즉 타력을 믿기만 한다면 그곳에 왕생할 수 있다고 말할 때 이 명언을 남긴 쇼마라는 사람은 좀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아미타불의 자력을 생각하면서 그것이 고맙다고 말입니다. 아미타불의 입장에서 그 청정한 국토를 건설하기 위하여 이미 존재하는 국토를 청정하게 장엄해 왔습니다. 그때 아미타불 스스로 만든 정토를 차방정토(此方淨土)라고 합니다.

이 땅을 극락국토와 같이 아름답고 청정한 국토로 변화시키려는 모든 보살행은 이 차방정토설에 기반한 노력들입니다. 법장보살의 자력의 보살행이 없었다고 한다면, 타력문의 건설이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중생들의 왕생 역시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그 점을 쇼마라는 재가의 염불행자가 지적한 것입니다.

‘무량수경’에는 이렇게 두 가지 정토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밖에 세 번째 정토 역시 존재합니다. 바로 우리의 청정한 마음이 곧 청정한 국토가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입니다. 이를 유심정토(唯心淨土)라고 합니다.

유심정토는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는 ‘유마경’에서부터 존재하고 있으며 대승불교의 경전에서 폭넓게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입장을 갖는 불교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특히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선종의 선사들 중에는 유심정토를 말씀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아미타불이 건설한 국토와 아미타불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일 것입니다. 극락을 건설하려는 사람의 마음이 어찌 청정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정토문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심정토설을 말할 때는 자칫 잘못하면 어떤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유심정토를 말할 때는 주의할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것은 “청정한 마음이 곧 극락이라”는 말까지는 옳습니다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타방에 있다고 말하는 극락 같은 것은 없다”라고 말하는 데까지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점까지 말하는 것이 유심정토의 참뜻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면 그 유심정토설을 정토문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 점은 분명합니다.

정토문의 입장에서는 타방정토를 말하는 데서부터 정토신앙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심정토를 말하는 분들도 타방정토를 동시에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 입장을 선정쌍수(禪淨雙修)라고 합니다.

실제로 조선초 함허(涵虛)스님의 어록(‘함허득통선사어록’)에 보면, 사자(死者)를 위한 영가법문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선 선(禪)법문을 하십니다. 그 맥락에서는 타방정토가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타방정토를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선법문을 의지하여 해탈할 수 없다면, 아미타불에 의지하는 길이 있다”라는 것이지요. 

유심정토만이 아니라 타방정토를 함께 설하는 선정쌍수는 말할 것도 없지만, 유심정토설 자체도 정토신앙의 영향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타방정토설에 대한 선종 입장의 방어책으로 유심정토를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정토설 중에서 유심정토와 타방정토는 어떻게 보면, 가장 대립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두 정토설이 선정쌍수의 입장 안에서 함께 공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차방정토설과 타방정토설 역시 대립적입니다. 시간-공간적으로 내세-타방과 현세-차방의 대립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조화 가능합니다. 먼저 자력도의 입장에서는, 현세에서의 차방정토를 염원하면서 동시에 내세에서는 타방정토를 염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현행원품’이 그렇습니다. 비록 관음정토를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의상(義相) 스님의 ‘백화도량발원문’ 역시 그러한 입장에 서있습니다.

타력도의 입장에서도 타방정토설과 차방정토설은 조화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금생에 일념으로 왕생을 결정하고 난 뒤, 즉 현생(평생이라고도 합니다만)에서 아미타불의 본원을 믿고 염불함으로 말미암아서 극락에 태어날 업(正定業)을 성취한 뒤, 극락을 갈 사람이라는 자각 속에서 보살행을 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묘호인이라 하였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명언을 남긴 쇼마라는 재가거사 역시 그런 묘호인 중의 하나였습니다.

물론 정토종이 하나의 독립된 종파로서 독립할 때는 타방정토설 하나만을 말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염불 하나만을 하는 전수염불(專修念佛) 역시 가능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야 정토종 독립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정토설을 갖고 계십니까? 하나만 선택하는 전수의 입장이라면, 그 하나는 무엇인지요? 아니면, 서로 다른 정토설을 조화하여 겸수(兼修)하는 입장을 취할 것인지요?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lokavid48@daum.net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18-01-07 05:21:55
어째서 48원이 이뤄졌냐면 일체유심조라 가능 한 것임 세간을 초월하는 원 초세본원 48대원 나무 아미타불 !

시간은내편 2017-12-27 18:40:54
법장비구는 5겁 동안 수행을 한게 아니라, 5겁 동안 48대원을 세운 것 입니다. 석가모니불은 전생에 3대아승지겁을 걸친 보살행을 통해 성불하셨습니다. 그런데 겨우 5겁이라뇨? 5겁이 짧다고 하는게 아니라, 5겁은 어떠한 불국토를 건립할 것 인가 라고 사유한 기간 입니다. 법장비구의 수행 기간은 5겁을 초과하는 불가사의 조재영겁의 수행을 걸쳐 아미타불이 되신겁니다. 사실 이렇게 표현하기도 힘듭니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시간동안 보살행을 하셔서 아미타불과 극락세계가 만들어 진 것 입니다.

삼계도사 2017-12-27 18:08:39
깨달음을 얻어면 아미타불의 극락세계가 진짜로 존재한다는것을 알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