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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이들 있으니 멈출 수 없죠”

  • 상생
  • 입력 2018.01.03 17:14
  • 수정 2018.01.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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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오지 의료봉사 12년 권현옥

▲ 간단한 검사로 발견할 수 있는 질환도 오지의 여성들에겐 치명적인 병이 된다. 권현옥 원장이 해외오지 의료봉사를 갈 때마다 초음파 검사기 같이 무거운 장비들을 빠뜨리지 않고 챙기는 이유다.

의료봉사모임 ‘108자비손’을 이끌며 인도, 네팔 등 해외의 오지에서 의료봉사를 전개해 온 권현옥 진주 권현옥산부인과의원장. 그가 쉼 없이 의료봉사를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료봉사회 ‘108자비손’대표
12년 간 51번 해외 의료봉사
“나와 상관없는 먼세상 아니라
하루만 고생하면 만나는 이웃”

“보건소도 없는 오지마을 주민들에게는 의사에게 받는 청진 한 번, 무릎에 붙이는 파스 한 장도 신통한 치유 효능을 발휘합니다. 한국에선 의사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지구 반대쪽에 태어나서 처음 의사를 만난다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의사이기에 봉사를 할 수 있었고 봉사를 하기에 의사로서 행복합니다.”

권 원장은 해외 의료봉사 12년차, 횟수로는 51회를 시행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도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봉사를 시작한 권 원장의 첫 해외 의료봉사는  2006년 찾은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이후 2008년 ‘달마 대사의 고향’으로 불리는 남인도 깐치프람 의료봉사를 인연으로 홀로 약 가방을 싸 들고 불교성지를 찾게 됐다. 특히 부처님 고향 네팔 룸비니, ‘금강경’이 설해진 북인도 기원정사에서는 한국사찰을 진료소 삼아 의료봉사를 전개했다. 이후 두 곳에는 108자비손 보건소가 마련됐고 권 원장이 해마다 찾아가는 봉사 장소가 됐다. 그의 손길은 불교 성지 곳곳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보드가야 고행림 인근 천민마을봉사로 50번째 해외 의료봉사를 마쳤다. 크리스마스에는 진주보건대 간호학과의 제안으로 라오스 오지마을에서 주민 3000명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펼쳤다.

권 원장의 원칙은 찾아오는 모든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다. 특히 전공분야인 여성들에게는 더욱 많은 관심을 갖는다. 아무리 먼 오지라도 초음파진료 장비를 필수로 챙겨가는 이유다. 

“난소물혹으로 수술도 못해보고 죽음을 맞이하는 여성, 유산된 채 피를 흘리며 자연치유를 기다리는 여성들을 수없이 봤습니다. 영양부족과 감염 때문에 병들어가는 것조차 그저 나이 먹는 것이라 여기며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을 보면서 왜 의료봉사를 가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었습니다. 지구 반대편 척박한 의료오지는 우리와 상관없는 세상이 아닙니다. 하루만 고생하면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의 세상입니다.”

▲ 평생 처음 의사를 만난다는 이들의 순수한 눈빛을 권 원장은 잊을 수가 없어 또 다시 진료장비를 챙긴다.

봉사현장에서 만난 긴급 환자를 돕기 위해 시작된 108자비손 의료봉사회에는  조금씩 후원자와 봉사자가 늘어가고 있다. 또 힘에 부칠 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다시 봉사현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봉사 초기만 해도 6개월에 한 차례 약을 쌌던 그는 이제 한 달이 멀다하고 다음 봉사를 위해 이민 가방만한 크기의 약가방을 준비한다. 물론 새해에도 쉴 틈 없는 의료봉사가 예정돼 있다.

권 원장이 의료봉사를 지속할 수 있게 된 또 한 가지 비결은 ‘기도’다.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진료로 보내는 평소뿐 아니라 전국의 복지시설로 봉사를 가는 주말이나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해외의료봉사 중에도 새벽예불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20년 째 한 결 같이 이어 온 그의 불심이 알게 모르게 전해지면서 경남 진주에 위치한 그의 작은 산부인과의원을 일부러 찾아오는 비구니스님들도 적지않다.

“30년 의사하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적금 5개를 지난 12년 동안 모두 썼습니다. 하지만 치료해주지 못한 환자들을 향한 미안함이 가슴에 박혀요. 울면서 돌아오는 날이 더 많습니다.”

그러니 멈출 수가 없다. 아니, “이번 봉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면서도 다음 의료봉사를 준비한다.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갈 것”이라는 발원과 산티데바의 ‘입보리행론’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세상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오고, 세상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여전히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이익에 헌신한다. 그대 스스로 그 차이를 보라.’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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