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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모두를 행복하게 하죠”

  • 상생
  • 입력 2018.01.03 17:28
  • 수정 2018.01.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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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기부단체 등 10여곳 후원 이영란

 
친정 어머니는 항상 기부를 강조했다. 자식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월급의 일부를 기부하길 원했다. 정광심 이영란(73)씨도 중학교 영어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기부의 첫 발을 디뎠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기보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른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게 교직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자신의 학창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어려웠던 집안 형편에도 학업을 마치고 교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성적장학금을 받으며 다녔기 때문이었다.

교직 생활 시작하며 기부 출발
성철 스님 책 읽고 믿음 확신
죽음 마주하며 보시행 깊어져
“손주 마음에 자비씨앗 심어”

자신이 받았던 혜택을 갚는다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상을 내지 않았다. 보시를 하면서 자연스레 얻게 되는 기쁨이 더 컸던 까닭이다. 어느 해 대학교 장학금을 전달하러 모교에 갔던 날이었다. 장학금 담당자가 전해줄 게 있다며 그동안 장학금을 받은 학생으로부터 온 편지를 건네 줬다. 장학금 덕분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학업을 마칠 수 있었고 자신도 사회인이 되면 꼭 회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길지 않은 글이었지만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씨였기에 마음이 뿌듯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불교집안으로 시집을 가 초파일 신도였던 이영란 씨는 경주 함월사 주지 우룡 스님과의 만남으로 불교와의 인연이 깊어졌다. 육바라밀 중 보시바라밀을 강조하셨던 스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며 기회가 닿는대로 보시를 실천했다. 사회복지 법인 승가원, 꿈을 이루는 사람들, 맑고 향기롭게, 법보신문 이주민 돕기, 불광 법보시, 법공양 법보시 등 그렇게 해온 보시 활동이 벌서 20년이 다 되어 간다.

왕성한 보시의 원력은 사실 아픔에서 비롯됐다. 교직활동을 하던 중 몸이 급속도로 악화된 이영란 씨는 죽음과 마주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었던 날 자신이 쥐고 있던 세계에 대한 집착의 무상함을 보았다. 이씨의 보시행은 죽음과 마주함으로써 점점 무르익어 갔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가톨릭 복지 활동을 먼저 접했던 이씨에게 불교 복지는 너무나 취약해 보였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무속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불교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복지사업과 사회참여가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이씨가 불교단체나 스님들을 위주로 보시하는 까닭이다.

이런 그에게도 불자를 그만둘까 하는 고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불교가 무엇인지 알고나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성철 스님의 100일 법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불교가 가장 수승한 종교”라는 말씀에 다시 확신이 들었다. 내가 믿었던 종교가 틀린 것이 아니구나. 갈등을 접고 보시행을 다시 시작했다. 절마다 형편에 맞게 나눔활동을 한다면 불교 저변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부할 때 원칙은 ‘불교’, ‘투명한 운영’, ‘공부하는 학생들과 몸이 아픈 사람들을 위한 나눔’이다. 치료를 하면 나을 텐데도 돈이 없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웃들에게는 자신이 아팠던 경험이, 내전이 일어나 난민이 된 주민들에게는 한국전쟁을 겪은 아픔이 겹쳐보였다. 1960년대 독일과 하와이에 가서 외화벌이를 했던 기억은 이주민 돕기에 선뜻 마음을 낼 수 있게 해줬다.

보시를 하면 따뜻한 기쁨이 차오른다는 이씨는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보시를 강조했다. 

“처음 시작을 하면 그 기쁨이 다음 보시를 이끌게 됩니다. 보시를 할 마음을 내면 보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답니다. 자라나는 손주들에게도 가장 물려주고 싶은 자산은 바로 보시입니다. 손주들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주고 용돈을 보내 보시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있습니다.”

손주들이 복을 짓고 주는 복이 많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찍부터 자비의 씨앗을 심는다는 이씨. 인터뷰를 한사코 마다하다 결국 응했던 건  단 한 가지 이유에서 였다. 부처님 자비의 유산인 보시가 여러 사람들에게 물려지길 바라는 마음. 자신의 이야기가 보시를 시작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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