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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생명윤리위 활동은 불교계가 직면한 시대 과제”

  • 새해특집
  • 입력 2018.01.03 18:06
  • 수정 2018.01.03 18:17
  • 댓글 3

신년 좌담-불교, 생명윤리 문제에 답해야

 
조계종이 최근 불교생명윤리위원회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법보신문은 12월19일 서울 조계종 전법회관 7층 백년대계본부 사무실에서 생명윤리위원회의 필요성과 활동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은 이재형 법보신문 편집국장의 사회로 조계종 백년대계본부장 도법 스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일감 스님,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이 참석했다. 편집자

 

■ 좌담에 참석하신 분들

  • 도법 스님-조계종 백년대계본부장, 조계종 화쟁위원장, 실상사 회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생명평화탁발순례단장.
  • 일감 스님-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중앙종회의원,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전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전 총무원 기획실장.
  • 허남결-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전 영국 더럼대학 철학과 객원교수, 전 동국대 교수협의회장, ‘불교와 생명윤리학’ 등 저술.
  • 최원형-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전 EBS?KBS 방송작가, ‘환경과 생태이야기’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등 저술.


 

이재형 : 최근 낙태, 존엄사, 성소수자 인권, 살처분 등 생명윤리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먼저 생명윤리의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할 것 같다.

허남결 : 정의가 대단히 복잡하고 조심스럽다.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논의한다면 끝이 없다. 다만 실천윤리를 주도하는 피터 싱어라는 실용윤리 철학자 설명을 빌려 말씀드리자면, 일반적으로는 1살 정도 이상의 동물을 포함한 포유류 생명체 일반의 복지나 권리 혹은 윤리적 대우에 대한 총체적인 관심을 생명윤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회적 관계성을 중시하는 윤리적인 관심은 대화가 되고 판단할 수 있는 유정물에 있다는 것이다.

이재형 : 과거에 비해 생명윤리 문제가 세분화되고 대중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입장 표명도 많아졌다. 왜 그런 건가.

최원형 : 생명과학이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욕망도 더불어 증가됐다.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였던 세기의 바둑대결도 새로운 생명윤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포스트휴먼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도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생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답을 요구하고 있다.

일감 스님 : 생명윤리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생명이 윤리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시대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줄기세포 논란 이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동물들의 대량 살처분, 그리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도 우리 사회가 생명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허남결 :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21세기 새로운 인간상으로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를 제안했다. 생명공학의 발달, 무차별적 세계화, 국가 간 빈부 격차, 환경오염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구를 공유하고 살아가는 다른 모든 생물들과 공감하고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먹고 사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고민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사람들의 의식이 전환되면서 일감 스님의 말씀처럼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원형 :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아이돌 그룹 멤버의 자살도 그 같은 세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다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우리 생명의 바탕이 되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생태계가 오염되면서 반생명적인 현상들도 확산되고 있다. 생명윤리 문제는 질주하는 세상에 대한 브레이크이자 반성일 수 있다.

이재형 : 생명윤리는 시대와 지역, 자신의 종교관과 신념 체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렇다면 불교 생명윤리의 특징은 무엇이고, 이 시대에 불교의 생명윤리가 요구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일감 스님 :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모든 살아있는 것은 괴로움을 싫어한다. 내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싫어하듯 남도 괴롭히지 말라. 내가 죽고 싶지 않듯 남을 죽이지 말라. 내가 행복하고 싶듯 남을 행복하게 하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여기에 생명의 특징, 생명윤리의 총체적인 관점이 담겼다. ‘자비경’을 보면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생각이 있든 없든, 무엇이든 다 자비롭기를 바란다. 그런 차원이 불교적 관점이다. 낙태죄, 실험실에서 생명 다루는 것 등을 새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준비가 불교는 돼 있다. 4차 산업시대에 혹시라도 생명이 가볍게 여겨질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만물이 평화롭고 자유롭길 바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더 상기하고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 불교생명윤리의 중요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허남결 : 불교가 생명을 대하는 철학적 깊이나 사유는 어떤 종교나 철학보다 뛰어나다. 불교가 생명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고유 화법과 별개로 과연 불교 혹은 불자들이 그런 생명관에 입각해서 살고 있느냐를 묻고 싶다. 윤리는 사고보다는 행동을 전제한 관계 맺기다. 이 시대에 불교생명윤리를 말하려면 불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주변에 공감을 얻고 확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일감 스님 : 불교계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낙태죄 등의 문제에 불교의 입장이 없지는 않다. 옷깃만 스쳐도 3000번 인연이 있다는 말이 있듯 불교처럼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도 드물다. 다만 표면화 되지 않았을 뿐이다.

최원형 : 불교는 불살생계가 오계 중 첫 번째다. ‘생명을 해치지 않겠다’는 불살생을 말하지만 실천으로 연결이 안 되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연기법이다. 상호의존적인 관계성이다. 그렇기에 불교는 이 시대에 실천적 틀만 갖춘다면 시대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도법 스님 : 연기론 핵심은 두 가지다. 분리 독립된 존재는 없다. 고정 불변된 존재도 없다. 끊임없이 변하면서 관계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최고 정점이 화엄이다. 화엄에서는 부처 아닌 게 없다. ‘두두물물 무비불(頭頭物物無非佛)’이라고 한다. 일심동체론으로 표현된다고 본다. 유정무정의 벽이 없다. 경전에는 부처님 방석(무정)에서 보살이 나와서 부처님을 찬탄한다고 한다. 세계 자체가 생명과 존재인 것이다. 모두가 존귀한 생명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관계를 만드는 일이 과제로 남을 뿐이다. 불교가 명료한 해답을 내놔야 하는데 지금 그걸 못하고 있다.

최원형 : 생명 아닌 것이 없지만 살아가기 위해선 먹어야 한다. 낙태도 고통의 차원으로 보면 선순위와 후순위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낙태는 무조건 안 된다는 당위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다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재형 : 최근 ‘낙태죄 폐지’ 청원이 25만명이 넘어서면서 이를 계기로 생명윤리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에서도 종교계 입장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가톨릭, 개신교와 달리 불교계는 입장이 모호할 뿐 아니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최원형 : 불교생명윤리연구위원회가 10여년 전 ‘불교생명윤리 이론과 실천’이라는 불교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연구 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생명조작, 임신중절, 뇌사, 안락사, 사형제도 등을 다뤘고 의미도 크다. 그러나 불교생명윤리위원회가 한시적인 활동에 그치고 실천이나 생명의제에 대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우리 내부에서 부처님 가르침이 아무리 좋다고 얘기해본들 사회적으로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일감 스님 : 10년 전 생명윤리연구위원회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렇지만 사회참여는 지난 집행부에서도 꾸준히 해왔다. 사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매주 화요일 서울 조계사를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더 확장시켜 남북경협이나 군사적 대립 등도 언급하며 생명평화를 주창하고 있다. 생명윤리와 결코 별개가 아니다.

허남결 : 맞는 말씀이다. 그렇더라도 불교적 생명윤리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이웃종교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으니 인간이 인간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 단순한 논리로 낙태, 존엄사 등 생명 관련 모든 이슈를 선점했다. 불교는 무궁무진하고 심오한 생명사상이 있음에도 실천면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불교생명 윤리의 기본입장은 불살생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동시에 불살생계 를 어긴 경우 불교의 자비심을 발휘할 수 있는 여러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원치 않는 상황이었지만 불자로서 불살생계를 지키기 위해 낳았다면 그 아이와 산모를 사회가, 불자가, 불교교단이, 불교단체들이 보살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생명 의제에 불교 답변 있어야 불자들 관점도 정립”

 

  • “불교생명윤리위 성공하려면 종단에서 안정성, 지속성, 자율성 보장을”
    - 도법 스님


  • “사회문제가 곧 나의 문제라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홍보·교육활동도 필요”
    - 일감 스님


  • “불교적 생명윤리 입장을 명확히 제시하고 불자들 실천 항목도 제시해야”
    - 허남결 교수


  • “불교생명윤리위에 예산·담당자 있어야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어”
    - 최원형 소장

 

▲ 법보신문은 12월19일 서울 조계종 전법회관 7층 백년대계본부 사무실에서 생명윤리위원회의 필요성과 활동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사진=조장희 기자

불살생계와 자비를 잘 조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에 도움이 돼야 한다.

이재형 : 불교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생명의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이러한 입장 표명이 중요한 것은 우리 불자들이 존엄사, 낙태, 살처분, 사형제도 등에 대해 ‘이렇게 바라보는 게 불자로서 바른 태도구나’ 하는 정견과 이를 통해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준다는 데 있을 것 같다. 또 중요한 사안마다 불교계가 입장을 내놓으면서 책임 있는 종교로서 공신력과 위상도 높아질 수 있고, 그것이 곧 불교계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불교의 입장을 정리하느냐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복잡다단한 현실을 외면하고 오로지 부처님 말씀만 주장한다면 일반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실과 부처님 가르침을 조화시켜야 할까.

일감 스님 : 사회 이슈가 생겼을 때 불교 특히 조계종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잘 안다. 불교의 입장이 없지는 않지만 사회의 흐름을 읽고 그에 걸맞은 효과적인 답을 못한 부분이 분명 있다. 지금부터라도 종단 주도로 생명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한 뒤 불교계와 사회가 책임질 부분을 얘기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불교계가 마주한 시대적인 과제다.

허남결 : 불자나 불교단체들이 자비의 마음을 내고 실천하도록 하는 정책이나 캠페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낙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성폭행, 근친, 유전적 질환 등도 있을 수 있다. 이때 자비심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장애인이 태어나더라도 불교계가 보호하고 도울 수 있는 실천적이고 제도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원형 : 불교 생명관이 좋아 불자가 됐지만 일상생활과 연결이 잘 안 돼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불교계의 고민이 적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사실 스님들 법문이 너무 어렵고, 불교 관련 책을 보면 아직도 한자투성이가 많다. 교리 자체는 굉장히 현대적이지만 현대적인 언어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탁월한 불교 교리가 불자들의 생활에 적용되지 않고, 사회참여도 크게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도법 스님 : 불교의 생명관은 대단히 원론적이고 포괄적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체성과 효과성 측면에서는 떨어진다. 최근 낙태죄가 사회적 과제가 됐다. 고통의 문제로 봐야 한다. 낙태를 해도 고통, 안 해도 고통이다. 현실이 그렇다. 태아도 엄마도 고통이다. 관계된 이들도 고통이다. 불교는 고통에 응답해야 하는 종교다. 응답이 안 되면 고준한 이야기들은 공허하다. 이 고통과 불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응답하지 않는다면 불교는 존재 이유가 없다.

이재형 : 어떻게 응답해야 하나.

도법 스님 : 불교의 생명관을 짚어야 한다. 직면한 고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그동안 해왔던 연구와 노력을 덮어버리지 말고 잘 드러내고 살려내야 한다. 고통의 문제에 집중하고 엄마, 태아, 사회적 고통이 발생하지 않도록 완화시키려는 응답이 있어야 한다.

이재형 :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후보시절 ‘종단의 사회적 역할 확대는 시대적 요구’라면서 각종 사회 의제 대응을 위한 종단의 대사회정책 전담 기구 설립을 약속했다. 법보신문에서도 불교생명윤리위원회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조계종에서도 최근 종령 기구로 불교생명윤리위원회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향후 불교생명윤리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원형 : 임시기구가 아닌 상설기구가 돼야 한다. 예산이 배정돼야 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불교생명윤리위원회가 우리 불교계와 사회가 요구하는 일들을 해나갈 수 있다.

도법 스님 : 정치, 행정적으로 구속되거나 지배받지 않아야 된다. 무엇보다 안정성, 지속성,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 정치 이해관계나 효율성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이게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일감 스님 : 종단 현실로 볼 때 당장 안정성과 독립성이 가능할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우리 불교계의 인식 확산이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자리들이 많아져야 한다.

허남결 :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존엄사 관한 논의가 중요하게 될 것이다. 오래 살다보니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고 가족관계가 파괴되고 돈이 없어 요양원을 못가는 사람들이 생긴다. 인공지능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실무간사를 두고 위원들과 소통하고 불교 관련 학회와도 연대해 낙태, 존엄사, 동물권 등 학술세미나 주제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형 : 불교생명윤리위원회가 불교계 단체들과 연대해 펼칠 수 있는 실천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원형 : 불교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이를 개발하고 불자들의 인식 확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교생명윤리위원회가 출범하면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도 필요하다. 불자들의 의식을 파악해야 효과적으로 다가설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이해를 토대로 낙태 문제뿐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 유전자변형(GMO) 식품, 공장식 축산 문제 등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야 한다.

허남결 : 생각을 행동으로 연결시켜야 이 문제가 진전된다. 어떻게 하면 관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일감 스님 : 위원회가 안정되려면 종법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다고 종회에서 먼저 종법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위원회에서 먼저 우리 불교계와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널리 홍보해야 한다. 공청회도 열고 교구본사주지회의나 승려연수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종회의원스님들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사회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다. 사회문제는 곧 우리 불교 문제이며, 자신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도록 홍보와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이게 선행돼야 종법기구로서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이재형 : 불교생명윤리위원회가 불교계에, 사회에 어떻게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는지 바람이나 기대가 있다면 무엇인가.

허남결 : 가톨릭에는 생명윤리위원회가 오래 전부터 상설화됐다. 주교가 위원장이다. 생명 관련 모든 의제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목소리를 내왔다. 이웃종교가 불교보다 생명 문제를 다루는 데 적극적이었다. 종단 지도자와 스님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생명 의제에 불교계가 사명감을 갖고 뛰어들어야 한다.

일감 스님 : 모든 생명은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한다.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낙태, 존엄사, 동물권 등을 다뤄야 한다. 사회적 입장도 있지만 개인적 입장도 있다. 선 긋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회문제가 일어날 때 남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내 문제로 봐야 한다. 충분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통은 일단 생기고 나면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통을 연구하고 고통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곧 마음을 잘 관찰하는 것이고, 삼독심을 내려놓는 것이고, 지혜와 자비를 계발하는 것이다. 불교사상이 퍼질수록 개인과 사회의 고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도법 스님 : 길을 몰라 헤매는 이들 앞에 불을 밝혀주는 게 종교, 곧 불교의 역할이다.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고 속도가 빨라진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응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위원회를 잘 만들어내고 활동하게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종단에서는 안정성, 지속성,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예산의 부족함을 지적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틀을 먼저 제시해놓고 만들어가야 한다. 불교생명윤리위원회도 어떤 태도를 견지하고 활동방향을 잡느냐가 중요하다. 불교는 대안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 조건으로 봤을 때, 전체 사찰들을 생태공동체 도량으로 가꾸는 일, 사찰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 등이 불교의 조건으로 보나 사회적 필요성으로 보나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형 : 귀한 시간, 귀한 말씀 깊이 감사드린다. 오늘 논의된 내용들이 향후 불교생명윤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활동하는데 있어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보신문에서도 불교생명윤리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알림으로써 불교가 우리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기여할수록 노력해 나가겠다.

정리=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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