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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최남선의 ‘바둑이’

기자명 신현득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둑이를
7·5조 정형률 띤 동시로 노래

금년은 60간지로 개띠 해, 무술년이다. 이 해에 태어나는 아기에게 개띠 아기라는 명칭 하나가 더 붙는다. 개띠 아기는 멍멍이 좋은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활동적이고, 명랑하고, 슬기 있는 어린이로 자라게 된다고 한다.

바둑이를 활자화한  첫 동시
육당이 발행한 잡지에 게재
광복 후 음악 교과서에 실렸던
‘빨래 씻기 노래’ 맞춰서 불려

멍멍이 개는 사람에게 친근한 동물이다. 원시시대부터 사람의 가족으로 사냥을 도와주고, 집을 지켜 왔다. 근래에 와서는 애완동물로 아기의 집안 동무가 되고 있다. 멍멍이의 해 첫 차례로 멍멍이 동시 한 편을 소개한다. 
  
바둑이 / 최남선

우리 집 바둑이는 어여쁘지요.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때 되면
문밖에 대령했다 앞장 나서서
겅둥둥 동구까지 뛰어나와요.

우리 집 바둑이는 어여쁘지요.
왼채에서 올려하면 소리만 나도
어느덧 앞에 와서 꼬리를 치며
기쁨으로 남 먼저 맞아줍니다.

야드를한 털이며 날씬한 허리
모양도 곱거니와 말도 잘 들어
공일마다 데리고 들에 나가서
왼 하루 시달려도 싫다 안 해요.

보는 이는 누구나 어여쁘대요
동무들도 부러워 않는 이 없어 
바둑이는 또 없는 정든 벗이니
언제든지 위하고 사랑합니다. 

※ 곡조는 보통학교 ‘보통교육창가집’ 제13 ‘표의(漂衣)’. ‘최남선 발행 ‘붉은져고리’ 제1년 제2호(1913. 1.)’

7·5조의 정형률을 띠고 있는 이 동요시는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이 발행한 네 가지 어린이 잡지 ‘소년(少年)’(1908~1911) ‘붉은져고리’(1913) ‘아이들보이’(1913~1914) ‘새별’(1913~1915) 중, 두 번째 발행한 ‘붉은져고리’ 제2호에 게재한 작품이다. 기명이 없으나 당시로서는 육당 외에는 쓸 사람이 없었으므로 발행인의 작품으로 인정이 된다.

육당은 만18세이던 1908년 11월1일에 ‘우리 대한(大韓)으로 하여금 소년(少年)의 나라로 하라!’라는 표어를 내걸고 ‘소년’지를 발행한다. 대한제국에서 소년에 대한 정책을 앞세우라는 외침이었다. 육당이 아직 청소년의 나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현대문학’은 아동문학에서, ‘한국현대시’는 동시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무기명이지만 육당작으로 인정되는 현대시의 첫 작품, ‘해(海)에게서 소년에게’의 주제는 바다가 소년에게 주는 소년 찬양의 동시였다. 그러나 국한문 혼용을 한 이 잡지는 5호를 넘기고부터 차츰 아동학습에서 멀어지더니 마침내 아동지의 성격을 잃게 된다.

합방 후 1911년에 ‘소년’지가 강제 폐간되자, 1913년 육당은 세 가지 아동잡지 ‘붉은져고리’ ‘아이들보이’ ‘새별’을 창간하게 되는데 저학년용, 중학년용, 고학년용의 차이를 두고 한글전용에 경어체 문장을 썼다.

저학년 잡지 ‘붉은져고리’에 발표된 동요시 ‘바둑이’의 캐릭터 바둑이는 흰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바둑강아지이다. 어린이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바둑이’를  활자로 나타낸 것은 육당이 처음이었다. 예나 이제나 바둑이는 예쁘고 귀엽다. 학교에 갈 때면 문밖까지 대령했다가 동구까지 따라온다. 소리만 나도 주인을 알아보고, 앞에 와서 꼬리를 친다. 털이 보드랍다. 말을 잘 듣는다.

동무들 모두가 바둑이를 가진 나를 부러워하니. 바둑이는 꼬마의 정든 벗이다. 이 동요시는 ‘표의(漂衣)’ 곡에 맞추어 부르라 했다.

‘표의’는 광복 후에도 음악책에 나왔던 ‘산골짜기 흐르는 맑은 물가에…’의 ‘빨래 씻기 노래’다. 바둑이가 새해 인사를 한다.

“독자 여러분, 바둑이의 해에 부처님 가피와 복을 많이 받으세요!”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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