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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시기 모두 다르기에 배우로서 조급함 조금도 없죠”

  • 새해특집
  • 입력 2018.01.04 15:23
  • 수정 2018.01.04 15:24
  • 댓글 1

맛집같은 뮤지컬 배우 꿈꾸는 류단오

▲ 불자 뮤지컬 배우 류단오는 ‘반짝 스타’를 거절한다. 특색있는 레시피로 다시 찾는 ‘맛집 같은 배우’를 꿈꾼다.

땀방울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 변하지 않을 이 명제를 확인시키겠다는 한 배우가 있다. 바로 뮤지컬 배우 류단오다.

“단단히 자신의 길을 오를 것”
의미 담아 예명 ‘단오’로 지어
친정엄마 등 뮤지컬 12편 출연

종립 동국대 입학해 불자의 길
서울 옥천암서 매일 삼배 힐링
종민 스님 지도로 여유도 배워 

프랜차이즈 같은 반짝스타 아닌
대를 이은 맛집 같은 배우 발원

단단히 자신의 길을 오르겠다는 뜻에서 예명을 ‘단오’라고 지었다는 그는 예명처럼 단단히 자신의 길을 오르고 있다. 2013년 졸업과 함께 뮤지컬 ‘친정엄마’로 프로의 세계로 뛰어들어 햇수로 5년 동안 ‘담배가게 아가씨’ ‘달동네 콤플렉스’ ‘정글라이프’ 등 12편의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고등학교 시절, 노래가 좋고 연기가 궁금해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지금은 동대학원에서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있다.

짧다면 짧은 연기경력이지만 탄탄한 연기력과 성숙된 모습이 자신의 예명과 닮았다. 실제로 ‘단오’라는 예명을 갖게 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20대 초반에는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인기나 유명세를 생각하니까 연기할 때 영향을 주더라고요. 이제는 연기를 제 삶과 연결해서 생각해요. 넓게 보고 오래 연기를 하려고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바뀌었다. 최근 공연한 금융뮤지컬 ‘유턴’은 그의 시야를 넓혀준 소중한 작품이다. 그는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사회공헌 형태로 제작한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지난 한 학기동안 전국 중고등학교를 순회하며 청소년들에게 뮤지컬을 통해 금융지식을 전달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공연이 감동뿐 아니라 교육적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릴 적 문화적 경험이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하죠. 공연에 빠져 공감하는 학생들을 보고 배우로서 큰 사명감을 갖게 됐어요. 기성작품만 했다면 알 수 없었던 세상이죠.”

그는 “이렇게 욕심을 버리고 탄탄하게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된 것은 할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3년 전, 할머니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후부터 혼자가 되신 할아버지와 매일 아침을 함께 한다. 아침 밥상에서 아흔하나의 할아버지가 전해주시는 삶의 경험과 지혜는 그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놓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시면서 늘 저를 응원해 주세요. 여기에서 얻은 간접 경험이 저를 배우로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해줘요. 대화 속에 항상 답이 있거든요.”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아침을 위해 친구나 동료들과의 시간 등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오히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튼튼해질 수 있었다.

“젊었을 때 좀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할아버지와의 시간으로 행복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규칙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 사랑하며 사랑받고 사는 것, 한결같이 꾸준히 일하면서 사는 것이 제가 지금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죠.”

종교도 평온한 마음가짐을 갖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독실한 불교집안에서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다. 종립학교인 동국대에 입학하며 일상에서 불교를 만났고 운동 도중 우연히 마주친 서울 옥천암에 이끌려 매일 삼배하며 ‘힐링’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옥천암에 모시면서 주지스님과도 인연을 맺었다. 그는 “주지인 종민 스님과의 인연으로 법회에 참석하면서 욕심보다는 자비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것, 그리고 수행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나의 능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후 생활에도 여유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도록 연기하는 게 목표라고 반복해 이야기했다. 한때 동기나 후배들이 먼저 데뷔해서 소위 잘나가면 속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꽃이 피는 시기는 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기에 조급함은 없다. 단단히 오를 그날을 위해 매일 2시간 이상 노래연습을 하고 1년 전부터는 매일 발레를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이 자영업자와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의 삶을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라고 표현했다.

“대를 잇는 음식점은 그 집만의 맛이 있지요. 저는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 되고 싶어요. 반짝 스타는 마치 프랜차이즈 같다는 생각을 해요. 순간 잘되는 것에 흔들리지 않아요. 저의 맛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어요. 특색 있는 저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더 단단히 오르고 싶어요.”

그는 2018년에도 지금처럼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연기하고 미래를 준비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26일부터 파주 아이레벨 트라움벨트 트라움홀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린이 뮤지컬 ‘히어로스쿨’(2월25일까지)에 주인공 ‘G맨’으로 출연하고 있고 틈틈이 석사학위논문도 쓰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고민 중이라는 류단오.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노래와 연기를 펼치고 싶기에 그의 노력은 이렇게 현재진행형이다.

“20대가 기초를 다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단단해질 30대가 또 궁금하고 기대돼요.”

단단한 레시피를 가진 아주 특별한 맛집 하나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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