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신앙 귀의한 염불행자의 서정적 고백록
정토신앙 귀의한 염불행자의 서정적 고백록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8.01.0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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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처음으로 염불춤을 추었다’ / 김호성 지음 / 모과나무

▲ ‘꿈속에서 처음으로 염불춤을 추었다’
염불의 지극한 경지와 이론 체계를 확립해 염불행자 및 불교입문자에게 최적 길잡이로 불리는 야나기 무네요시의 책을 우리말로 옮겨 ‘나무아미타불’로 펴냈던 김호성 교수가 이 세상의 정토를 발원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서방정토로 중생을 인도하는 반야용선에 올라탈 도반을 구하며 기꺼이 노 젓는 뱃사공이 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가 생애 마지막까지 꼭 실천하고 싶어 하는 것, 일명 버킷리스트는 염불수행에 정진하고 정토법문을 펴서 동행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시집 ‘꿈속에서 처음으로 염불춤을 추었다’가 일반적 시집과는 사뭇 다른 특색을 지닌 이유다.

저자 스스로 “나 자신의 내면을 가장 잘 드러낸 책”이라고 말하는 시집은 극락정토를 희구하며 염불수행을 일생의 사명으로 다짐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자신의 삶이 염불신앙으로 인해 변했듯, 독자들의 삶도 변화될 것이라는 신앙적 출사표를 던지면서 함께 가자고 권하고 있다.

그래서 ‘꿈속에서 처음으로 염불춤을 추었다’는 염불신앙에 귀의한 염불행자 김호성의 서정적 고백록에 다름 아니다. 시집 곳곳에 염불왕생을 남은 생애의 목표로 삼으려는 고백이 담겨 있다. 그 서원의 무게가 제법 묵직하다.

“스님도 해 보았고/ 거사도 해 보았고/ 법사도 해 보았고/ 저술가도 해 보았고/ 박사도 해 보았고/ 교수까지 해 보았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단 하나/ 오직 하나/ 묘코닌/ 그것만 해 보면 된다.” 묘코닌은 염불하는 사람이다. 일본에서 에도시대 정토진종의 독실한 염불행자를 일컫는 말이다. 비승비속의 삶을 살며 염불을 통해 정토왕생을 희구하는 묘코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혼자만의 버킷리스트에 그치지 않고, 주변의 도반들에게 손을 내밀고, 대중들을 향해 함께 갈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이 세상을 정토세상으로 바꾸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마치 전장에 나아가는 장수처럼 출사표를 내놓는다.

▲ 염불수행에 정진하고 정토법문을 펴서 동행을 만들고자 원을 세운 김호성 교수는 세미나 등 각종 모임에서도 정토를 역설하고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겸손하지 않을 것이다. 겸손이/ 미덕임을 몰라서가 아니다. 나마저 겸손하고/ 만다면, 이제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복음(福音)을/ 들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 어디에서/ 그 누구나/ 복음을 부르고 흥얼거리며/ 춤추는 곳, 바로 극락 아닌가.…”

그런가 하면 시인은 침잠의 시간대를 지나 명상 속에서 얻어낸 대상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나무아미타불 육자 염불을 “온 우주가 무너진 폐허 위에 핀 한 송이 꽃 -‘나무아미타불2’”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종교적 개념에 대한 대상화마저도 벗어버린 경지에 도달한다. “윤회도 벗어놓고 극락도 벗어놓고 -‘왕생가’”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 소리에 “나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마지막 남은 희망, 홀로 하나인 꽃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에 자신을 맡기려 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을 염불신앙의 씨앗으로 삼아 대지에 던지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염불신앙을 우리 시대의 언어와 문법으로 풀어냈다. 그 작품 하나하나가 단순한 교리 전달이 아니라, 서정시의 본령에 가깝다. 그리고 그의 염불시는 선시와 달리, 일반인들에게 좀 더 친숙한 형태로 다가선다.

이렇게 정토세상을 발원한 그의 마음을 옮긴 ‘꿈속에서 처음으로 염불춤을 추었다’엔 48편의 작품이 담겼다. 그 숫자와 내용이 아미타불 명호를 부르면 극락에 왕생한다는 무량수경의 48대원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시집은 법장비구의 서원을 자기 삶의 좌표로 삼고자 하는 저자의 발원이 된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시인이 되어서 시인 대접을 받고 싶은 욕망으로 이 시집을 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2007년 이후 쓴 시들 중에서 정토신앙을 노래한 시들을 모아서 내고 싶을 뿐이다. 많은 이웃들에게 정토신앙의 세계를 소개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다”라고 한 저자가 정토신앙을 녹여낸 시집은 정토사상에 발을 딛는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9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23호 / 2018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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