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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과 인식의 폭

2018년도 최저시급은 7530원이다. 최저임금법 제10조 1항에 따른 것으로 근로자(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정규직·비정규직·외국인 노동자) 1명 이상 모든 사업장에 해당된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올해로 꼭 30년이 된다.

올해 최저시급 7530원은 전년 대비 1060원, 16.4%가 인상된 금액이다. 지난해 430원 올랐던 것에 비해 인상폭이 크다보니, 새해 벽두부터 우려 반, 기대 반의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이번 인상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해고나 인원감축 같은 고용불안과 물가상승 등을 걱정한다. 실제로 대학과 대형빌딩, 하청회사들은 시급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려고 정년퇴직자 대체인력 미고용, 단기 아르바이트 대체 등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청소노동자의 경우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해고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기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고용불안이나 물가인상과 같은 단기적 불안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수활성화와 고용증대로 인해 국민 삶의 질이 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저임금 상승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천공항이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화 하겠다는 선언이최근에 이행되었다는 소식이다. 며칠 전에는 모 대기업이 제빵사 53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고 한다. 이 역시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전례 없는 일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상생의 길을 찾았다니, 뒤집어 보면 처음부터 길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보인다.

임금인상에 따른 수치상의 논리로만 따지자면,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저런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현격히 낮을 뿐 아니라, 고용에 대한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기업의 경영악화를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장사꾼 밑지고 판다라는 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상기해 보면 경영악화 등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수활성화 등에 대한 기대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어쨌든 기업이나 고용주 입장에서는 당장에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담감이 자칫 우리 사회에 ‘갑질’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갑질은 ‘내가 너를 먹여 살린다’는 마음이 앞서는 순간 일어난다. 더 많은 비용 지급의 부담을 안게 된 ‘갑’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대체인력을 고용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러니 올해 그 갑질이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부처님 재세시의 일이다. 사위성의 부호 급고독장자가 부처님께 찾아와 어떻게 돈을 벌고 돈을 써야 할지에 관한 가르침을 구했다. 부처님께서는 돈을 모으고 쓰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설하시며 “정당하게 재물을 구하며 스스로 수고해서 재물을 구해 가족과 남을 위해 쓰고 또한 널리 베풀어서 복을 지으면 최상이다”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돈을 버는 것은 모든 기업의 목적이다.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은 정당해야 한다. 또한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나와 내 가족은 물론 남을 위해서도 쓰여야 한다는 것에 부처님 가르침의 방점이 있다.

법과 제도가 바뀐 이상 고용주들은 그 법을 따르는 ‘정당한’ 방법으로 수익을 얻어야 한다. 또한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널리 베풀어져야 한다. 그 출발은 내가 고용한 사람이 내가 먹여 살리는 사람이라는 ‘갑’의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고용인들은 단순한 ‘을’이 아닌 나와 더불어 돈을 버는 귀한 사람이다. 최저임금의 상승 폭 만큼이나 큰 폭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정일 동국대 연구교수 9651975@hanmail.net


[1424호 / 2018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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