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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들이여, 부처님 광명 따라 불국토에 이르소서”

  • 교계
  • 입력 2018.01.20 16:46
  • 수정 2018.01.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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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불교관음종은 1월20일 일본 야마구찌현 우베시 조세이(長生)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추모광장에서 ‘국태민안 기원 및 일제강점기 수몰사고 76주년 희생자 위령재’를 봉행했다.
관음종, 해저탄광 희생자 위령재
1월20일 조세이탄광 추모광장서
일제강점기 징용자 136명 수몰
추모단‧유족회 등 150여명 참석
홍파 스님 “종단 차원 발굴 노력”
새기는 모임‧日후생성 면담예정

“바닷속에 잠들어 계신 조세이 탄광 희생자 여러분! 우리들은 그 원통함이 치유되는 날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합니다. 일본정부는 과거 제국주의 강제징용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참회하고 사과해야합니다. 그리고 유골을 발굴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뜻을 모아주십시오.”

76년전 일제에 강제 징용돼 해저탄광에서 일하다 수몰사고로 희생된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한일 평화를 발원하는 추모의 법석이 엄수됐다.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은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로하고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동참대중들과 함께 간절히 발원했다.

대한불교관음종(총무원장 홍파 스님, 이하 관음종)은 1월20일 일본 야마구찌현 우베시 조세이(長生)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추모광장에서 ‘국태민안 기원 및 일제강점기 수몰사고 76주년 희생자 위령재(이하 위령재)’를 봉행했다.

일본 시모노세키 남쪽 야마구찌 우베시에 있는 조세이탄광은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해저탄광이다. 사고위험이 높고 하루 12시간 2교대, 높은 온도, 비좁은 갱도에서의 채탄작업 등 최악의 노동조건으로 유명해 일본인광부들은 외면하는 탄광이었다. 1939년부터 조선인들을 동원해 채탄작업을 하면서 석탄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1942년 2월3일 갱도가 붕괴되면서 탄광이 수몰되었고 이 과정에서 136명의 강제 징용 조선인과 47명의 일본인 관리자도 함께 수장됐다. 태평양 전쟁중이었던 일본은 국민적 사기저하를 우려해 사고현장을 봉쇄하는 등 철저하게 은폐했고 1970년대 후반 양심적인 우베 시민들이 조사연구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됐다.

 
 
▲ 참석자들은 망망대해 속 조세이탄광의 존재를 증명하는 콘크리트 기둥 피아 해변에서 간단한 추모의식 후 추모광장으로 이동해 위령재를 봉행했다. 
위령재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주일 히로시마 총영사관으로부터 사고소식을 접한 뒤 2016년 한국불교 차원에서 처음으로 봉행했다. 이후 관음종이 2017년 단일 종단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추모법회를 주최했으며 올해에도 행사를 장엄하게 봉행하면서 일본 불교계 및 민간단체간의 신뢰를 더욱 깊게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참석자들은 망망대해 속 조세이탄광의 존재를 증명하는 콘크리트 기둥 피아 해변에서 간단한 추모의식 후 추모광장으로 이동해 위령재를 봉행했다. 피아는 해저터널 형태인 탄광 내부로 공기를 주입하는 환기구로 1991년 조세이탄광의 역사를 세상에 밝혀온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이 조성한 추모 장소에도 상징물로 건축돼 있다. 추모재는 1부 이노우에요우코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 개회, 김형수 한국 조세이탄광 희생자 유족회 인사, 유족‧내빈소개, 김선표 주일 히로시마 총영사 추도사, 헌화, 금별가야금단 추모공연과 2부 추모의식, 위령재순으로 진행됐다.

▲ 홍파 스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 갱도에서 신음하는 183명의 억울한 원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며 “유골이 발굴돼 고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종단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홍파 스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 갱도에서 신음하는 183명의 억울한 원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유골발굴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 관음종 창종 50주년 당시 일제강점기 징용자 무연고 유골 환국사업과 추모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유골이 발굴돼 고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종단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관음종은 2017년 11월 ‘일제강점기 희생자 추모를 위한 일본 주요 사원 방문 및 위령재’를 봉행하기 위해 일본 불교 주요종단의 본산을 방문했다. 진언종 평간사, 일련종 본문사, 정토종 광명사, 천태종 원만사, 임제종 건장사를 찾아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무연고 유해의 귀국을 위한 일본불교계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일한불교교류협의회 이사장 니시오카 료코 스님은 “올해에도 관음종 주최로 추도집회가 열리는 것에 깊이 감명을 받았다”며 “이 사고가 희미하게 사라져 버리는 일 없이 다음세대들에게 계승시켜 가야할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김선표 히로시마 총영사는 “무엇보다 과거문제 해결은 한국과 일본의 바람직한 관계 구축 위에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며 “유골발굴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청주 솔밭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금별가야금단의 추모공연.
추모발언에 이어 청주 솔밭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금별가야금단의 추모공연과 영산작법연구회의 위령재가 봉행됐다. 참가자들은 가슴 앞에 손을 모으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기원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희생자 유족은 각각 추모사를 발표하며 유해발굴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을 호소했다.

현해탄을 건너 행사에 참석한 김형수 한국조세이탄광 희생자 유족회장은 “수몰현장에서 조상님들을 위한 위령재를 봉행해 준 관음종에 진심어린 감사를 표한다”며 “일본정부는 차디찬 진흙속에 묻혀있는 시신들을 발굴해 조국으로 안장해달라”고 촉구했다.

1991년부터 꾸준히 추모사업을 전개해 온 이오누에 요우코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는 “여러분들의 노력덕에 올해 후생노동부와 처음으로 교섭이 예정됐다. 유골발굴을 위한 작은 첫 발걸음이 드디어 시작됐다”며 “사고 후 오랜 세월이 흘렀고 유족분들의 연세는 점점 많아지고 있기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추모광장 한 켠에 놓아진 조세이 탄광의 석탄과 갱목.
이번 위령재에는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아동‧청소년 논픽션으로 펴낸 박예분 작가도 참가했다. 박 작가는 “가슴아픈 역사를 알고 무지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도울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되도록 빨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펴냈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을 모아낸다면 분명히 유골을 발굴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슴아픈 역사를 바로잡아 어린이‧청소년들이 평화로운 세상에 살 수 있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동참자들의 헌화와 사홍서원을 끝으로 위령재는 회향했다.

위령재에는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일한불교교류협의회 이사장 니시오카, 사무차장 오나베, 관음종 대중스님과 김선표 주히로시마 총영사, 희생자유족, 일본시민단체, 관음종 종도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 대한불교관음종(총무원장 홍파 스님, 이하 관음종)은 1월20일 일본 야마구찌현 우베시 조세이(長生광)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추모광장에서 ‘국태민안 기원 및 일제강점기 수몰사고 76주년 희생자 위령재(이하 위령재)’를 봉행했다.
우베=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26호 / 2018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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