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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쟈클린 만델

비구니·약자 권리 보호에 앞장선 불교계 로빈 후드

▲ 포틀랜드에 위치한 불교센터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쟈클린 만델.

1980년 보름달이 뜬 1월의 어느 날, 미얀마 수도 양곤에 불자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경전을 외우고 행진을 하던 이들 사이에 30대로 보이는 서양 여성 한명이 자리했다. 치렁치렁했던 그녀의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김없이 밀어졌다. 삭발식이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비구니계를 받았다. 흔치 않은 광경에 불자들은 그 비구니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얀마서 정식 비구니 된 후
불교 속 남녀 차별 표면 올려
“수행에는 다른 잣대가 없다”
변화 이끄는 교육자로 활동

그녀는 미얀마 불교계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저 인도와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8년간 머물며 위파사나 명상을 집중적으로 수행했고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불교교리를 교육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본명은 쟈클린 만델(Jacqueline Mandell). 그녀는 삭발식 순간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파르스름한 머리를 본 순간 커다란 희열을 느꼈어요. 평생 그 순간만을 기대하며 살았으니까요.”

비구니가 된 그녀는 양곤에 위치한 타타나 예트타(Thathana Yeitktha) 명상센터에 머물며 수련에 집중했다. 그녀는 미얀마 북부로 성지순례 길에 오른 어느 날 몇몇 비구니가 모여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외딴 마을을 지나게 된다. 풍요로운 가정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녀는 소박한 환경에도 불심 가득한 삶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구니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깨우쳤다.

그녀는 1983년, 더 이상 상좌부불교에 머물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성에게 극도로 적대적이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좌부불교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존재로 대우받지 못할 뿐 아니라 부처님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수많은 비구니들 또한 차별받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남녀 간에 다른 잣대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비구니가 된 후 상좌부불교를 떠날 결정을 해야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생은 움직임의 연속이죠. 더 크게 열린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지혜로 이르는 길이며 인생에서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고 변화를 주는 것은 게으름에 빠지는 것을 피하는 지름길이죠.”

쟈클린 만델은 여성 불교인의 위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들의 위상을 높이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강연을 통해 불교계에 오랫동안 만연해 온 남녀차별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표면으로 끌어올렸고 여성의 처지 개선에 대한 의견을 호소했다.

쟈클린 만델은 현재 미국의 오리건(Oregon)주 포틀랜드(Portland)에 위치한 삼덴링(Samden Ring) 불교센터에서 초발심자들에게 명상과 불교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항상 약자들의 말에 더 귀 기울여주고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부처님이 우리에게 강조하셨던 덕목이라고 말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인간은 자전거처럼 계속 페달을 밟고 움직여야 균형을 잃지 않고 쓰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쟈클린 만델은 잠시도 쉼 없이 변화하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비구니의 위상을 높이고 세상 속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쟈클린 만델은 불교계의 진정한 ‘로빈 후드’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25호 / 2018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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