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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경수의 ‘불교계에 바란다’ ② - 1980년 5월 ‘법륜’

기자명 법보신문

세속적 정치권력 집단과 멀리해야

▲ 서경수
전 동국대 교수
오늘을 사는 종교라면 오늘의 시간을 호흡하며 오늘을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인류의 문제와 대결해야하는 것이 오늘의 종교다. 그런데 오늘의 불교는 어쩐지 오늘의 문제보다는 어제의 문제,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지난 과거의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 같다. 어제의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면 그 종교는 오늘의 시간에 사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어제의 시간에 사는 유물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원시교단서도 계율로써 규제
불교가 정치권력과 밀착 땐
교단도 함께 부패될 수 있어

어제를 사는 불교는 어제의 사회와 인간을 위한 불교다. 오늘을 사는 사회와 인간을 위해 오늘의 인류의 문제와 대결하고 무엇인가 한 마디 부처님 대신에 변증할 줄 아는 것이 오늘을 사는 불교다. 오늘의 불교가 과거에 찬란했던 유형문화재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그와 같이 고귀한 유형문화재를 창조할 수 있었던 이념적 동기를 제시한 불교사상의 진수를 오늘의 사회와 인간을 위해 오늘의 문제에 재조명해 해결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불교다. 오늘의 의미는 어제의 연장을 단호하게 단절하는데서 뚜렷이 나타난다. 오늘은 오늘을 위한 오늘이다. 어제를 위한 오늘이면, 과거지향적 방향으로 빠지기 쉽다.

반대로 내일을 위한 오늘이면 지나치게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빠지기 쉽다. 미래를 위한다는 과잉의지는 오늘의 의미가 내일 때문에 희생되어 상실되고 만다. 오늘의 불교는 오늘의 사회와 인간을 위한 불교다. 부처님은 왕생 ‘지금 인간이 여기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었다. 그래서 고답적인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해 대답을 보류했다고 한다. ‘오늘 여기 부처님이 계시다면 무슨 말씀을 어떻게 하실까’라는 것을 오늘의 불교가 대변하는데서 오늘을 사는 불교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오늘을 바로보고, 바로 생각하면서 오늘을 살아갈 때 어제는 오늘의 시간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고, 내일은 오늘의 시간에서 발전의 계기를 찾게 되는 것이다. 또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단절될 때, 과거의 연장은 끊어지는 오늘에서 시작되는 발전의 계기가 발견된다. 이리해,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이 발전한다는 발전논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태고적 과거가 완전했다면, 현재나 미래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다음 두 번째로, ‘정치와 불교의 관계’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눈을 가져달라고 불교교단에 바라고 싶다. 종교가 너무 정치권력과 밀착되면, 권력의 시기를 받든지 아니면, 정치권력과 함께 부패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원시 교단에서는 출가한 수도승이 권력가의 주변에 접근함을 엄격히 계율로서 규제하고 있다. 세속적 권위 집단인 정치권과, 세속을 초월한 교단권 사이에는 엄격한 한계가 있어야한다.

종교교단이 정치집단에 간섭할 수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속적 정치권력도 종교교단에는 간섭할 수 없다. 세속적 영예나, 명성이나, 향락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보는 출가한 수행자들의 집단이 승가다. 따라서 승가의 권위는 세속적, 정치적 권위를 넘어선 지위에 있다.

그런데 한국의 불교교단 즉 승가는 세속적 정치권력 집단과 너무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초기에는 왕권의 비호가 있어야 포교가 가능했고 반면, 신흥왕[새롭게 왕권을 가진 사람]은 왕권과 영토의 안정과 보전을 위해 승려의 주술적 신비가 절실했다. 이같이 불교와 왕권은 서로가 상호 이익을 위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불교는 왕을 보호하는 호왕의 색채를 띠고 왕권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그 후 호왕은 쉽게 호국으로 바뀌고 호국불교는 한국불교의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나타날 만큼 불교의 호국성은 강한 흐름을 타고 이어져 내려왔다.

[1426호 / 2018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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