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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박종후-하

기자명 법보신문

▲ 65, 도융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확실하게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본다. 나 역시 우물쭈물하는 그런 분류의 사람이었다.

선지식들 법문 귀동냥하며
‘참 나를 보라’ 당부 각인
퇴직 후부터 적극 화두참구
아침마다 ‘금강경’도 독송

70년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활동을 하던 시절에는 정기적 점검을 받을 지도법사가 없었다. 시민선방이나 불교대학도 드물었다. 불교를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과 공간은 더 부족했다. 여기저기 절을 다니면서 큰스님들의 법문을 귀동냥으로 듣는 것이 점검의 전부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무엇보다 구산 큰스님께 화두를 받은 이후, 경봉 큰스님 같은 당대 손꼽히던 선지식의 법문을 듣노라면 ‘참 나를 보라’는 당부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조금씩 배우며 수행 체험에만 머물렀던 참선도 그 묘미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수없이 들었던 큰스님들의 당부가 처음에는 귓가를 스쳐가다가 그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화두를 받은 이후 한 가지 좌우명을 가슴에 새겼다. ‘부처님처럼 살자.’ 나를 찾는 공부가 곧 부처님을 공부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를 담았다. 수행 방편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시간을 참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학 졸업 후 교편을 잡게 되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매일 108배를 하고 이어 좌선하는 시간을 가졌다.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불교교리를 안내했고 사찰을 참배할 때면 108배와 참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청소년 시기에 이렇게라도 불교의 인연을 씨앗처럼 심어 놓으면 분명 세월이 흘러 어느 순간 싹이 트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것이라 믿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학생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안내하면서 봉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봉사도 수행과 둘이 아니라고 받아들였다. 봉사와 수행을 함께하는 훌륭한 스승과도 인연이 닿았다. 봉사를 하면서 불경 공부를 하고 기도하고 수행도 했다. 그 도량에서 10년을 알차게 보냈다.

퇴직의 시간이 다가오자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좀 더 참 나를 찾는 과정에 다가가야 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퇴직 후 과감하게 수행도량을 대광명사로 옮겼다. 오랫동안 함께 탁마해 온 도반의 제안이었지만 그보다 스스로의 삶에 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대광명사에서는 주지 목종 스님이 직접 지도하는 경전반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혼자 경전을 볼 때보다 확실히 그 가르침이 깊이 있게 와 닿았다.

오랜 봉사의 경험을 회향할 수 있는 인연도 만났다. 대광명사에서 봉사 신행단체가 출발하는 시기였다. 그 동안의 배움과 경험을 오롯하게 풀어낼 수 있어 지금도 무한히 감사하며 사무량심회를 이끌고 있다.

야간 참선반이 생겼고 지체 없이 동참했다. 매주 정기적으로 도량에 나와 도반들과 함께 참선 수행을 하고 마음나누기를 통해 수행의 경험을 공유했다. 스님의 점검은 더없이 소중했다. 참선을 하면 할수록 모든 수행이 참 나를 찾는 하나의 과정으로 회통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동지 때에도 매일 광명진언 1000독씩 21일 동안 기도하는 수행에 동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듣는 일이 더 많았지만 그렇게라도 회향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도 항상 염두를 둔 것은 ‘나는 누구인가?’하는 자문이었다.

결국 우리의 삶 자체는 자기를 찾는 과정이다. 참 나를 찾는 과정에서 참선도 하고 기도도 하고 경전 공부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금강경’에 관심을 갖게 되어 매일 아침 ‘금강경’ 독송으로 하루를 출발하고 있다.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기도 공덕을 시방삼세 일체 중생들에게 회향하오니 시방삼세 일체 중생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발원하옵나이다.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성철 스님 법문을 듣고 직접 작성한 이 발원문을 일과수행 때마다 봉독하며 묵묵히 이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1426호 / 2018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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