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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지역단 전 통일팀장 권태근-상

기자명 권태근

하나원서 참석자 없이 홀로 법회하며 전법의지 다져

 
새내기 불자는 목마름을 해결하고 싶었다.

포교사 품수 뒤 하나원에 배정
열악한 환경 속에 10여년 활동
혼자 법회 진행한 경험 큰 계기

12년 전 어느 봄이었다. 당시 재적사찰이던 광명 금강정사에는 불교대학이 없었다. 직장 인근 강남 봉은사에서 불교대학과 인연이 닿았다. 불교기본과정을 마친 직후라 교리에 궁금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봉은사 불교대학 입학은 필연이었다. 1년 과정을 마칠 즈음, 포교사고시 제도를 알았고 시중 서점에 들러 서적을 구입해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불교 전반에 걸쳐 골고루 문제가 출제되기에 고시는 쉽지 않았다. 교리부터 종헌종법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공부해야 했다. 반면 평소 교리에 편중돼 공부하는 불자들에겐 조계종은 물론 불교 전반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포교사 품수 전인 2007년 봄, 당시 시흥시에 있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이하 하나원)에서 시작한 전법활동이 북한이탈주민과 첫 인연이었다. 하나원에 배정된 그해 아들이 군에 입대했기에 막연하게 군포교팀을 지원했는데, 정작 하나원에 배정됐다. 그 인연이 벌써 12년째다. 재적사찰과 아주 가까운 전법현장이어서 일요일 오전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일요법회를 보고 오후엔 재적사찰에 들러 신행을 할 수 있어 참 좋았다.

현재 포교사단에서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센터에 머물러 있는 기간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향후 남한에 정착생활하고 있는 3만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법회를 별도로 열어줌으로써, 그들에게 일주문의 문턱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불자가 되고 그들 중에서 포교사가 배출되어, 통일이 되는 날까지 동병상련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원에서 포교활동을 하게 된다면 포교효과도 증대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렵다. 이웃종교에 비해 불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서 포교를 하고 있다. 하나원에는 고정적으로 출입하는 목사와 신부가 있다. 반면 불교에서는 매주 출입하는 포교사가 바뀐다. 북한이탈주민 입장에서 보면 하나원에 머무는 3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법회에 참석하더라도 같은 포교사를 딱 세 번 만난다. 얼굴 익히고 마음의 문을 열만 하면 이별이다.

그럼에도 10년 넘는 시간동안 북한이탈주민들과 지내며 보람을 느낀 경우가 적지 않다. 법회에 그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던 날 묘한 기분은 아직도 남아있다.

3층 작은 법당에 걸린 커다란 탱화를 2층 강의실로 옮겨서 임시 불단을 만들고 준비해간 공양물을 올렸다. 화이트보드에 법회 식순을 써놓고 책상 위에 법요집도 평소처럼 참석예상 인원만큼 펼쳐놓고 잠시 한숨 돌리며 기다렸는데…. 하나원에서는 포교사가 북한이탈주민들을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연락할 수가 없다. 그들 본인이 원해서 종교활동에 동참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결국 혼자 일요법회를 진행하면서 찬불가와 예불을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했다. 이날 법회는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전법활동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든 계기였다.

임시 주거공간을 원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사연을 해결한 일은 환희로웠다. 하나원에서 12주 교육을 마친 뒤 제주도로 거주지를 배정받은 사람이 있었다. 이틀 후면 하나원을 나가야 하고, 임대아파트는 배정되지 않아 임시로 거주할 공간이 필요했다. 개신교측 제안은 마뜩찮아 불교계에 요청해왔다. 막막했다. 도반들과 의견을 나눈 뒤 곧장 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종무소로 전화를 했다. 다급함에 대뜸 주지스님과 통화를 청했고, 연락이 닿아 생면부지의 주지스님께 신분을 밝힌 뒤 사정을 말씀드리니 쾌히 승낙을 하셨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주지스님께 삼배를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 1주일 뒤 강화도 보문사로 떠난 성지순례에서 뵀던 몇몇 스님들이 관음사 주지스님 일행이라는 말을 듣고 전율이 일었다. 이 일은 필연이었던 것이다. 

권태근 인천경기지역단 전 통일팀장 taekeunkwon@hanmail.net
 

[1426호 / 2018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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